업황별 실적에 따라 성과급 희비 엇갈려
‘성과급 끝판왕’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올해는 0% 충격
자동차 및 조선은 호실적에 성과급 잔치

[비즈니스 포커스]
“김 대리는 얼마 받았어?”...‘성과급’에 울고 웃는 직장인들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되면 두 번 놀라게 된다는 얘기가 있다. 첫 월급을 받을 때, 그리고 성과급을 받을 때다. 월급은 생각보다 너무 적어서, 성과급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아서다.

이 얘기처럼 많은 이들이 삼성전자를 최고의 직장으로 꼽는 이유 중 하나는 성과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연봉 수준은 여느 대기업과 비슷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성과급을 매년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는 연봉의 최대 50%까지 성과급을 준다. 삼성전자가 성과급을 지급하는 시기가 되면 회사 근처에 수입차 딜러들이 주머니가 두둑해진 직원들에게 차 구매를 권유하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성과급 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큰 적자를 기록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 부문 직원들은 올해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연말·연초가 되면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과연 얼마나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다.

개인의 인사고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보다 성과급에 더욱 가장 영향을 미치는 건 회사의 실적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실적에 기반해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 여부와 지급률 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성과급은 업황을 간접적으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역시 업황에 따라 기업별로 ‘성과급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작년 실적이 좋지 않았거나 앞으로의 전망이 불투명한 업계는 예년에 비해 낮은 성과급을 받았다. 반대로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업황 전망까지 밝은 자동차, 조선업 등은 두둑한 성과급과 함께 힘찬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충격의 빈 봉투업황에 따라 성과급 규모가 극명하게 갈린 것은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선방한 스마트폰 사업과 TV 사업의 경우 직원들도 확실한 보상이 주어졌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모바일경험)부문의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 예상지급률은 46~50%, TV 사업의 VD(영상디스플레이)부문의 경우 39~43%로 정해졌다.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은 DS부문은 이와 다르다. 이번해 정해진 OPI 지급률은 0%다. 성과급이 아예 지급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OPI는 ‘목표달성 장려금(TAI·옛 PI)’과 함께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성과급 제도다. 일종의 연말 성과급 성격을 가진다. 소속 사업부 실적이 목표치를 넘었을 때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제도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매년 전체 연봉의 3분의 1이상을 OPI로 수령할 만큼 OPI가 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런 OPI 지급률이 0%로 나왔으니 DS부문 직원들의 어깨가 처질 만도 하다.

더욱이 삼성전자 DS부문은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최대치인 50%의 OPI를 받은 만큼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2023년 DS부문에서만 1~3분기 누적 12조6900억원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이 원인이다. 4분기에도 약 7700억원 적자가 예상되면서 지난해 총 1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례없는 적자가 예고된 상황인 만큼 성과급 지급이 어려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OPI는 1월 말 확정될 예정이다.
“김 대리는 얼마 받았어?”...‘성과급’에 울고 웃는 직장인들
반도체 한파로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건 삼성전자 DS부문 직원들뿐만이 아니다. SK하이닉스도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에 OPI가 있다면 SK하이닉스에는 이와 비슷한 ‘초과이익배분금(PS)’이라는 연말 성과급 성격의 제도가 있다.

연간 거둔 영업이익의 10%를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 제도 아래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거뒀던 2021년 ‘기본급의 1000%’(2022년 초 지급)라는 역대급 성과급을 받으며 타 직장인들의 부럼움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초에도 기본급의 820%를 PS로 받으며 남 부럽지 않은 연말연시를 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PS 지급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해 영업손실만 약 8조원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실적이 나빠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매년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잔치’가 올해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CJ올리브영, 2년 연속 역대급 성과급?
배터리 업계는 지난해 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불투명한 전망에 발목을 붙잡히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를 기점으로 전기차 수요가 크게 감소한 반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올해는 업황이 예전만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관련 기업들이 ‘위험 관리’ 차원에서 성과급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초 기본급의 최대 87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지만 업황 부진 전망에 따라 올해는 지급 규모를 크게 줄일 것이란 소문이 돈다. 지난해 초 연봉의 30~40%를 성과급으로 줬던 삼성SDI도 올해 받게 될 성과급 규모는 16~30%로 책정해 전년 대비 다소 줄었다.

이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막대한 성과급을 두둑하게 챙기며 행복한 연초를 맞이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써낸 자동차와 조선업계가 대표 격이다.

자동차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가 직원들에게 통 큰 성과급을 쐈다. 지난해 국내외에서 판매 호조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두 회사는 이미 직원들에게 성과급 지급을 모두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성과급 규모는 기본급의 400%와 일시금 1050만원이다. 받은 금액은 직원마다 다르겠지만 직원별로 최소 2000만원 이상 성과급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년 만에 100만 대를 재돌파한 자동차 수출 호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도 올해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룬다.

오랜 침묵을 깨고 지난해 부활에 성공한 조선업계도 역대급 성과급을 받아들게 됐다. 주요 조선업체들의 경우 이미 3년치 일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업황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HD현대중공업은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51%를 지급한 상황이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지급 규모를 크게 늘렸다. HD한국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타 조선 부문 계열사 역시 이와 비슷한 규모의 성과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8년 만에 흑자 전환이 유력한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는 OPI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2013년을 마지막으로 OPI를 받지 못했다.

이 밖에도 올해 성과급을 얼마나 받을지 관심이 쏠리는 기업으로는 LG전자, CJ올리브영 등이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유력한 LG전자는 이에 걸맞게 임직원들에게 역대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조만간 지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대조되는 잔칫집 분위기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CJ올리브영도 빼놓을 수 없다.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초 기본급이 아닌 ‘연봉’의 최대 160%라는 어마어마한 성과급을 지급하며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2023년에도 꾸준히 성장하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확정해놓은 상황. 여기에 맞춰 올해도 연봉을 뛰어넘는 성과급 지급이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매년 성과급 시즌만 되면 기본급의 1000%대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주목을 한몸에 받았던 정유사들의 올해 성과급 규모는 예년보다는 줄어든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널뛰기를 반복한 탓에 올해 정유사들의 실적이 예년만 못하다”며 “성과급 지급률도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