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외에도 친인척 마약, 횡령 등 끝없는 잡음 이어져
기업 이미지 추락하며 소비자 외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 예상

[위클리 이슈]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2021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눈물 흘렸던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2021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눈물 흘렸던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60년간 이어온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이 막을 내린다.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 이후 끝을 모르고 추락하던 남양유업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를 새 주인으로 맞아 재정비에 들어가게 됐다.

대법원은 1월 4일 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남양유업은 1964년 창립 이후 지속해온 오너 경영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남양유업은 2010년대 초반까지 한국 분유업계 1위를 차지하던 우량 기업이었다. 그러나 2013년부터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2013년 대리점주 밀어내기 사태가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에게 ‘갑질 기업’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오너 일가의 친인척 마약 사건, 경쟁사 비방 댓글, 홍 회장 장남의 횡령 등 사건이 발생하며 소비자들에게 점점 외면받았다. 자연히 실적도 크게 떨어졌다.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2021년 정점을 찍는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당시 자사의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근거 없는 광고를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결국 홍 회장은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해 5월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한앤코로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이를 실천에 옮기는 듯 보였다.

그러나 홍 회장은 이내 마음을 바꿨다. 한앤코가 홍 회장 일가에 대한 ‘임원진 예우’를 지키지 않았으며,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양측을 쌍방대리한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하며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이후 양측은 약 2년간 소송을 이어갔는데, 이번에 대법원이 한앤코의 손을 들어주며 긴 법정싸움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사모펀드의 통상적인 운용 전략을 고려했을 때 남양유업은 앞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경영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남양유업이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