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요즘 회사들이 신규 입사자의 연착륙을 돕는 방법[백재영의 경영전략]
직장인이라면 ‘369 법칙’에 대해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3, 6, 9개월 또는 3, 6, 9년마다 슬럼프에 빠지거나 퇴사를 고려한다는 법칙이다.

직장 생활 만족도와 근속 기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온보딩(Onboarding)’이다. 온보딩이란 ‘배에 탑승하다’라는 뜻으로, 새로운 구성원이 조직에 적응하고 통합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말한다.

갤럽의 연구에 따르면 우수한 온보딩을 경험한 직원의 70%는 자신이 ‘최고의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들은 직장 생활에 만족할 가능성이 2.6배 더 높으며, 그 결과 회사에 장기 근속할 가능성도 더 높다고 나타났다.

대부분의 조직은 어떤 형태로든 온보딩을 실시한다. 하지만 갤럽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5명 중 1명은 온보딩이 부실했거나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조직과 구성원 사이의 동상이몽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조직이 ‘신규 입사자에게 무엇을 알려줘야 할까’라는 관점에서 온보딩에 접근하기 때문이다.

온보딩의 진정한 목적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입사자를 조직에 효과적으로 ‘통합(integration)’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신규 입사자가 무엇을 필요로 할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최신 온보딩 트렌드를 통해 신규 구성원이 조직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개인화 온보딩 경험 제공하는 디지털 기술최근 기업들은 온보딩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과 같은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AI는 각 신규 입사자의 배경, 경험, 역할, 학습 스타일 등을 분석해 개인화된 온보딩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또 AI 기반 온보딩 챗봇은 24시간 실시간으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개인적이거나 민감한 문제에 관해서는 관리자나 인사 담당자보다 챗봇과 대화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낀다고 한다.

VR 기술은 현장 경험이 부족한 신입 사원이 빠르게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업계 최초로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에 VR 기술을 도입했다.

직원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고객 불만 처리, 강도 사건 등 다양한 가상 상황을 체험한다. 예를 들어 강도가 은행에 침입한 시뮬레이션에서 직원의 임무는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대응하는 것이다.

강도 사건과 같이 스트레스가 많은 시뮬레이션을 마친 후에는 가상 섬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배려도 포함돼 있다.

이 교육 프로그램에는 실시간 분석 기능도 있어 관리자는 각 직원의 반응을 파악하고 맞춤형 코칭을 제공할 수 있다. 파일럿 교육에 참여한 직원 중 97%는 VR 시뮬레이션을 경험한 후 업무 수행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한 임원은 “기존 교육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VR은 현실감 있는 긴장감을 조성하고 더욱 몰입감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동료와 함께하는 소셜 온보딩신규 입사자는 처음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직속 상사로부터 온보딩 지원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여기에 팀과 동료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조직에 안착할 수 있다.

2010년에 설립된 소셜미디어 매니지먼트 플랫폼 스타트업인 버퍼는 혁신적인 조직 문화로 잘 알려져 있다. 버퍼는 신규 입사자와 기존 직원을 매칭해주는 ‘버디 프로그램(Buddy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버디는 친구라는 뜻이다. 신규 입사자에게 회사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암묵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버퍼의 버디 프로그램의 특징은 입사 전부터 ‘라포(rapport)’를 쌓아 온 채용 매니저를 포함해 ‘롤 버디(Role Buddy)’, ‘컬처 버디(Culture Buddy)’ 등 세 명의 버디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버디 프로그램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자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롤 버디는 신규 입사자와 같은 팀 구성원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씩 만나 업무에 대해 도움을 준다.

컬처 버디는 다른 팀 사람으로 배정되며 입사 후 첫 6주 동안 매주 신규 입사자를 만나 회사의 역사, 문화, 가치 등을 소개한다.

버퍼는 롤 버디와 컬처 버디에게 그들의 역할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제공해 버디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높이고 있다. 연착륙을 돕는 프리보딩프리보딩은 입사가 확정된 순간부터 정식 출근 전까지 입사 예정자와 조직 간의 소통 과정이다. 입사 예정자들은 프리보딩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으며, 첫 출근일을 보다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다.

프리보딩은 인재 이탈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된다. 프리보딩 웹사이트 ‘헬로HMG’를 운영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요즘 취업 준비생들은 여러 회사에 지원하기 때문에 합격하더라도 반드시 입사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합격 발표 후 입사 전 기간은 케어 측면에서 공백기였는데 헬로HMG를 통해 입사 전부터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정서를 갖게 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아마존 엠바크(Amazon Embark)’라는 사이트를 통해 입사 예정자들에게 프리보딩 경험을 제공한다. 채용이 확정되는 즉시 입사 예정자들은 아마존 엠바크에 접속해 기본적인 행정 절차를 밟은 뒤 조직 및 직무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된다.

아마존의 학습 플랫폼 전문가는 “신규 입사자가 입사 첫날부터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입사 전부터 학습 포털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마존 프리보딩 프로그램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현직 리더가 신규 입사자의 프리보딩 과정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이다. 리더들은 교육 영상에 직접 출연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각 입사 예정자의 직속 상사는 프리보딩 기간 동안 주기적인 면담을 진행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개인의 노력이나 동료들의 선의에만 의존하기엔 온보딩 실패로 인한 손실이 크다.

직원의 조기 퇴사는 반복적인 채용에 따른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기존 직원의 업무량 증가, 사기 저하, 업무 차질 등 조직에 유무형의 손실을 초래한다.

‘신규 입사자가 필요로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이들의 관계 형성을 지원하고, 입사 전부터 세심하게 챙겨보자. 기존 직원과 신규 입사자 모두가 조직 성과에 기여하는 강력한 조직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백재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랩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