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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일드 채권은 하이일드를 줄까?[머니인사이트]
2023년 하반기 미국채10년 금리가 3.8%에서 5.0%, 다시 3.8% 왕복 달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힘들었다. 지난해 10월 마지막 영업일까지 미국채 투자자는 -2.6% 수익을 기록했었으나 다시 금리가 연초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연말 성과는 4.4%로 이자수익 정도는 건졌다.

2023년 금융시장에서 성과가 좋았던 채권은 단연 ‘하이일드 채권’이다. 고금리 이자수익을 기반으로 10월 말까지 국채가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할 때 하이일드는 4%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그리고 국채금리가 안정되면서 연 수익은 13%대로 급증했다. 2022년 미국채금리가 300bp 넘게 급등하는 과정에서 수익률이 -12%대를 기록한 반면, 하이일드 채권은 -11%대로 상대적 선방했다.

2022년이야 금리급등 과정에서 하이일드 투자도 부진할 수밖에 없었으나 2023년에도 이어진 통화 긴축기에 하이일드 채권 수익률이 양호했던 것은 재정지원에 따른 양호한 경기와 위험선호가 이어진 결과다. 그렇다면 2024년 침체위험이 높지 않다면 7% 넘는 이자수익을 감안한 하이일드 투자는 괜찮지 않을까. 양호한 수익 낸 2023년일단 2022년부터 금리가 높아지자 기업들은 개선되는 경기여건과 정책지원을 기반으로 채권을 발행하기보다 순상환에 나섰다. 업황 개선 기업을 중심으로 2년 연속 채권은 순상환을 기록하면서 공급부담까지 줄이는 등 하이일드 채권투자 여건은 양호한 편이었다.

투자사 로드 애벳 앤 코(Lord Abbett & Co)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하이일드 채권의 성과가 좋았던 배경으로 인플레이션 환경을 이유로 꼽았다. 인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경기개선의 후행적 결과로 또 다른 후행지표인 기업이익과 동행하는 경향이 강해 안전자산인 국채보다 위험성이 높은 하이일드에 유리했다고 평가한다.

발행여건과 인플레이션 상황이 기업이익 개선과 위험선호를 지지할 수 있었다고 하나 그 대가로 누적된 고금리 부담은 아직 남아 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기대가 완화적으로 돌아서면서 장기 시장금리가 빠르게 안정되었지만 위축된 대출태도와 기업들의 조달여건은 쉽게 회복될 상황이 아니다.

작년 10월 뉴욕 Fed의 윌리엄스 총재가 선제적으로 인정했지만, Fed가 1년 반 동안 500bp가 넘는 연방금리 인상으로 유입될 경제충격은 2024년에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를 감안해 2024년 1월에 확인되는 미국 지표가 비교적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Fed 인사들의 발언이 완화적으로 전환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고용지표가 기업조사 기준 일자리가 20만 개 이상 늘었다고 하나 가계 조사 기준으로 70만 개가 감소한 내용은 깊게 볼 필요가 있다. 향후 저신용 기업들을 중심으로 고용여건이 위축되고, 기업들의 이자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 높았던 거시경제비용에 따른 기업활동은 실제 12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지표 부진으로 벌써 확인되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과 투자기관에서도 지난해 성과가 좋았던 하이일드 투자에 대해 신중할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하이일드 채권을 기피할 정도로 보고 있지 않지만 좀 더 호흡을 가지고 접근할 때 상대적 메리트를 따지는 정도다.

2022년 기업들은 직접조달이 어려워지는 과정에서 은행 대출을 일부 활용했지만 현재 위축된 대출태도는 2024년부터 기업들의 만기도래분 채권을 다시 직접 조달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고 있다. Fed가 금리를 낮추면 위축된 대출태도 또한 다시 개선되겠으나 2025년까지 지켜볼 부분이다.

지난해 강화된 위험선호 속에 가려져 있었지만 S&P 같은 신용평가사는 이미 저신용 채권들에 대해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선제적으로 진행해 왔다. 저신용 기업 내에서도 떠오르는 별을 중심으로 강세를 이끌었지만 추락 천사의 위험은 해소되지 않았다.

하이일드 채권금리(YTW)가 7%대로 고이자수익 메리트가 높은 편 임에도 우리가 염려하는 부분은 스프레드(OAS)의 고평가이다. 미국채10년 금리가 5%에 닿았을 때 하이일드 채권금리는 9%를 넘었다가 국채금리 안정과 동시에 금융시장이 완화되면서 현재는 7%대로 300bp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역사적 평균이 500bp대이며, 표준편차 하단이자 실제 주요한 하단이 300bp 내외 수준이다. 신용위험이 높은 고위험자산인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좁혀져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선호가 높았다는 의미이고, 경기여건과 인플레이션 환경이 기업에 긍정적이라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2024년은 미국 경제와 물가 전망이 연착륙이라고 하나 둔화될 공산이 크다. 하이일드 채권은 경기가 위축되면 기업실적 우려가 더해지면서 통화정책이 완화로 전환되어도 하이일드 채권금리가 동조화가 아닌 오히려 오르면서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위험이 존재한다.

예방적 금리인하의 경우 양호한 경기 기반에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방어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으나 1999년 닷컴버블 당시 LTCM 파산 이후 위축된 신용여건은 금리인하에도 결국 스프레드 확대로 연결된 경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미국 성장률에 반년 정도 선행하는 은행 대출태도 또한 과거 경기위축이 심화될 국면 정도로 위축되어 있어 하이일드 채권에 부담일 수 있다.

2023년은 Fed의 통화긴축 부담으로 대출태도는 위축되었지만, 재정정책 지원이 성장을 견인하면서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안정적이었다. 그럼에도 한계영역에 있는 기업들의 파산 및 채무조정 건수는 과거 침체기에 못지않을 수준으로 급등했다는 점에서 현재 하이일드 스프레드 안정은 인위적인 면이 크다.

미국 연방금리 인하는 전반적인 시장금리 안정 재료라는 점은 분명하나 그만큼 경기둔화 및 금융환경 위축에 대한 부담의 결과다. 이 때문에 국채금리가 안정되더라도 스프레드는 확대되는 경향이 높다는 점에서 상대가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IMF 금융안정보고서(GFSR)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순이자지급액은 저금리 때 조달하고 현재 운용금리가 상승한 영향으로 당장은 안정적인 편이다. 2024년부터 주요국 기업부채 만기가 대규모로 도래한다는 점에서 저금리 수혜 효과가 역으로 롤오버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하이일드 채권발행 기업들의 만기만 추려도 2023년 1150억 달러 만기 대비 2024년 2040억 달러, 2025년에는 3830억 달러로 규모가 급증한다. 수요 측면에서는 고금리 재투자가 유리할 수 있겠으나 하이일드로 조달해야 하는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 이상 넘어서지 않을 경우 높아진 고금리 조달은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하이일드 채권이 발행한 당시의 평균 금리를 추정해보면 2025년 1분기까지 4%대 중후반 정도였다는 점에서 현재 금리는 부담이 크다. 대출태도 위축으로 실제 미국 기업대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어 직접조달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대수익률 예상보다 부진할 위험결국 미국채10년 금리가 우리 전망대로 3% 초반까지 하락하는 과정에서 경기둔화가 좀 더 본격화되면 결국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400bp 이상 확대될 공산이 크다. 물론 높은 이자수익으로 일부 자본차손을 감안해도 플러스 수익은 기록할 것이나 미국채 대비 양호한 수익일지 비교할 정도로 본다.

그보다는 2025년까지 미국 주도 글로벌 경제는 팬데믹 위기 이후 무탈하게 넘어갈 수 있을지도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하이일드 채권수익률이 한 해 좋은 다음 2년 연속 좋기 어렵고 3년 정도 주기로 부진한 점도 참고할 부분이다. 현재 7% 내외 이자수익을 고려하면 대략 스프레드 확대에도 5% 정도 수익은 가능하나 중기간 침체위험을 반영하여 길게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

찰스슈왑의 분석은 현재처럼 장단기금리 역전으로 경기위험이 높아졌을 당시 하이일드 채권 투자성과가 부진한 경우가 다수였다고 한다. 상반기까지 트레이딩 관점의 투자는 인정하되 이후 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