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현행 연 3.5%로 유지
8회 연속 동결
역대 최장기 기준금리 동결 기록 갱신 가능성도 나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곤경에 처한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8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국은행은 11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작년 1월 13일이 마지막이다. 당시 3.25%에서 3.50%로 올린 이후 8회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원들도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와 장기간 이어지는 저성장 기조 등을 감안하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물가와 꺾일 줄 모르는 가계대출 증가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돈 빌리기가 쉬워지고 물가는 오르게 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개월 연속 3%대에 머물고 있다. 한은의 목표치(연 2.0%)를 웃도는 수치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의 전체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10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통화정책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 중앙은행(Fed)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지만, 일부 Fed 인사들은 여전히 고물가를 경계해 긴축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한은은 일단 현재 금리를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이 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서 11월과 달리 '추가 인상의 필요성 판단’ 문구를 삭제한 것은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를 의미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의 기준금리 최장기 동결 기록은 1년 5개월이다. 1년째 이어지고 있는 동결이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한다면, 역대 최장기 기준금리 동결 기록을 다시 쓰게 될 수도 있다. 한은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