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케이스 스터디 - 한솔제지
(왼쪽부터) 김태용 한솔제지 친환경사업팀장과 오상원 한솔제지 친환경사업담당 상무가 신소재 셀룰로오스미세섬유(듀라클), 친환경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 친환경종이 용기 테라바스, 종이실링트레이, 고래를 구하는 물티슈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서범세 기자
(왼쪽부터) 김태용 한솔제지 친환경사업팀장과 오상원 한솔제지 친환경사업담당 상무가 신소재 셀룰로오스미세섬유(듀라클), 친환경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 친환경종이 용기 테라바스, 종이실링트레이, 고래를 구하는 물티슈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서범세 기자
한솔제지의 지속가능경영 비전은 ‘최고 기술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글로벌 친환경 소재 기업’이다. 한솔제지는 종이를 기반으로 재생 가능한 원재료 사용을 확대해 재활용성을 높인 친환경 저탄소 제품을 개발·생산·판매하며 탄소중립 및 자원순환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지 기업으로서 해오던 전통적 종이 생산을 넘어 친환경 패키징, 소재 등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있다.

한솔제지는 국내 제지업계 선두 업체로 종이 소재를 활용한 패키징과 신소재를 개발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며, 일상생활에서 종이 소재가 플라스틱을 훌륭하게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친환경 패키징 분야에서 플라스틱 비닐과 알루미늄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종이 포장재인 프로테고와 폴리에틸렌(PE) 코팅 대신 수용성 코팅액을 적용한 친환경 종이 용기 테라바스를 중심으로 식품·제약, 각종 프랜차이즈업계에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친환경 신소재 분야에서는 셀룰로오스, 리그닌 등 펄프에서 유래된 소재를 활용한 적용 기술을 개발해 협업 파트너와 함께 상용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제지 산업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른바 ‘종이’로 만든 인쇄·산업용지 등으로 주로 이뤄져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플라스틱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며, 국제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대두됐다. 한솔제지는 기존 제지 사업을 기반으로 좀 더 지속가능한 제품과 소재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2015년부터 내부 검토를 거쳐 2020년대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재 물티슈, 셀룰로오스미세섬유처럼 종이를 뛰어넘는 다양한 펄프 기반의 친환경 제품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친환경 패키징으로 플라스틱 저감



우선 한솔제지는 사업타당성 검토를 통해 친환경 종이 포장재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확인했다. 한솔제지가 추구하는 비전과 지속가능성에 부합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본격적 개발과 설비투자를 결정하고 신사업을 준비해나갔다. 2019년부터 제품에 대한 콘셉트 확정, 개발, 프로모션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같은 해 프로테고를 커피 드립백 용도로 제품화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프로테고는 친환경 고차단성 종이 소재로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이 사용되던 기존 포장재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다. 종이 표면에 수성 배리어 코팅을 형성해 산소와 수분 투과를 차단한다. 2023년 말까지 약 40가지 품목에 적용됐다. 젤리, 과자, 샌드위치, 파우치 음료 등 식품 포장재나 마스크팩, 여드름 패치 같은 의약품이나 화장용품 포장재로 활용되고 있다. 프로테고가 적용된 연포장재는 종이로 분리배출 가능하다.

프로테고는 전과정평가(LCA)를 통해 프로테고가 연포장재에 주로 사용되는 필름 대비 30%가량 탄소를 덜 배출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로써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해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술에 부여하는 녹색기술 인증을 받았다. 그 외에도 제품의 재활용성이 우수함을 인정하는 UL ECV 2485, 지속가능한 산림에서 생산된 제품에 부여하는 FSC 인증 등을 받았다. FSC 인증의 경우 한솔제지의 전 사업장이 인증을 획득해 국내외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솔제지의 친환경 종이 용기 '테라바스'. 사진=서범세 기자
한솔제지의 친환경 종이 용기 '테라바스'. 사진=서범세 기자
테라바스는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PE 코팅이 아닌 자체 개발한 수용성 코팅액을 사용해 PE 필름을 대체하고 재활용성을 높인 제품이다. 우수한 내수성·내열성을 보유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종이류 분리배출을 통해 재활용이 용이하며, 매립 시에도 생분해되기 때문에 기존 PE 코팅 및 플라스틱 용기를 친환경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현재 대형 프랜차이즈업계의 종이빨대, 종이컵, 사각 용기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솔제지는 플라스틱의 기능성과 종이의 재활용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절충점을 찾아 종이실링트레이를 출시했다. 플라스틱 트레이의 구조체는 종이로 대체하고, 식품에 닿는 부분은 식품용 전용 필름을 사용해 차단성과 실링성(접합성)을 확보했다. 필름으로 밀폐 차단하므로 신선도 유지가 중요한 육류 포장에도 사용된다. 기존 플라스틱 트레이를 사용하는 패키징업체에서도 설비 교체 없이 호환 가능하며, 대체 시 기존 플라스틱 트레이 대비 85% 이상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사용 후 필름과 종이 구조체가 쉽게 분리되게 만들어 재활용 편의성도 높였다.

펄프로 만든 생분해 탄소중립 신소재



한솔제지는 종이를 소재로 활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종이 원료인 펄프에서 아예 새로운 소재를 만들고 있다. 셀룰로오스미세섬유 ‘듀라클’은 펄프를 가공, 미세화해 만든다. 광학적으로는 투명하며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도를 발현할 수 있다. 동시에 목재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생분해성을 지닌 탄소중립 소재로 지속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다른 소재와 섞일 때 분산 안정성이 있으며, 3D 네트워크를 이루게 한다. 이로 인해 고무·플라스틱, 석유화학 소재를 덜 사용해도 강도가 올라가며 제품의 수명이 늘어나고 사용성이 개선된다.

한솔제지는 셀룰로오스미세섬유가 기존 첨단소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성을 보유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2018년에는 듀라클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도입했다. 화장품, 페인트, 매트리스, 운송수단, 고무, 2차전지 분야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적용 기술을 확보하고 2019년부터 일부 분야에 실제 적용했다. 현재는 우레탄코팅, 우레탄폼, 자동차 페인트, 수송 수단의 전동 벨트, 화장품 등에 들어가는 첨가제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화장품에 첨가되면 식물섬유가 물을 끌어들이며 점성이 높아져 보습성과 발림성이 좋아진다.

듀라클은 화장품에 원료로 적용되며 비건 인증인 EVE VEGAN을 획득했다. 동물성 원료 및 기타 모든 동물 유래 성분을 배제하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공정 및 제품임을 보증받았다. 김태용 한솔제지 친환경사업팀장은 “제품뿐 아니라 셀룰로오스미세섬유 제조공정에 대해 공장 인증까지 함께 획득했다”며 “제지업계 최초로 화장품 관련 친환경 인증을 확보한 케이스”라고 강조했다.



한솔제지는 2022년 2월 고래를 구하는 물티슈를 출시하며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나섰다. 고래를 구하는 물티슈는 나무에서 유래한 천연펄프와 식물성 레이온을 혼합해 만든 제품이다. 대부분 플라스틱 원단으로 만드는 기존 물티슈와 달리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는다. 물이나 미생물에 의해 자연분해가 가능해 우수한 생분해성과 물풀림성을 지녔다. 포장에도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PCR캡을 적용하고 녹색기술 포장재를 사용했다. 2023년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에 선정된 바 있다. 2024년부터 제품의 라인업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멸균 팩과 부산물의 재활용성 제고

한솔제지는 업계 선두 위치를 지켜나가며 전 밸류체인을 좀 더 친환경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신사업뿐 아니라 기존 제지사업 내에서도 자원순환에 기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솔제지는 고객사와 협업을 통해 감귤지, 카카오 판지 등 업사이클링 제품도 출시했다. 고객사의 제품 생산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감귤 껍질, 카카오, 알로에, 오트밀 껍질 등을 재가공하고 이를 투입해 해당 제품의 패키징에 사용되는 종이 제품을 만들었다.

최근 국내 제지업계에서는 기존에 폐지라 불리던 것을 ‘종이 자원’이라 대체해 사용하고 있다. 종이 자원 재활용 프로세스에서 펄프가 추출돼 다시 종이로 만들어진다. 한솔제지는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소각을 통해 열적 재활용하고, 소각 후 나오는 재까지 재활용하고 있다. 김태용 팀장은 “열적 재활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무기물을 재자원화할 방법을 고민한 끝에 공정 중 발생한 이산화탄소와 무기물을 전처리해 생석회를 만들고 반응시켜 종이의 부원료인 탄산칼슘을 제조하는 방법을 찾았다”며 “이를 통해 대기에 배출되는 탄소를 저감하고 부산물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에는 재활용하기 어렵다고 알려진 멸균 팩도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국내 12개 제조업체와 함께 협업해 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멸균 팩을 원료로 재활용해 종이로 생산하고 있으며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알루미늄, 필름 등 부산물도 열적 재활용하고 업사이클링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솔제지는 멸균 팩의 재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공정에 양면 코팅 필름이 쉽게 제거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도입해 종이 분리가 쉽게 이뤄지도록 했으며, 이물질 스크리닝 공정에 미세 비닐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설비도 도입했다.


조아영 기자 joa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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