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그랜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만2000원# 1990년대 미국에서 전국 중등학교 체스 선수권 대회가 열린다. 엘리트 사립학교이자 체스 훈련 시설을 구축해 어릴 때부터 체스 지도를 받게 하는 명문 학교로 이름난 달튼 스쿨을 상대로 할렘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공립 중등학교 JHS 학군 소속의, 제대로 된 체스 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던 레이징 룩스팀이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벌어진다. 레이징 룩스팀은 대체 어떻게 챔피언이 됐을까. 이들 가운데는 뛰어난 선수는 없었지만 코치인 체스 마스터 모리스 에슐리가 있었고, 에슐리는 체스를 할 줄 아는 학생들 중 놀랍게도 ‘품성 기량’만을 보고 학생들을 선발한다.
# NBA 선수의 아들이지만 고등학교 졸업 당시 명문 대학들 가운데 단 한 곳으로부터도 장학금을 받지 못하고 과소평가된 한 선수가 있었다. 졸업반에 진학하기 직전 한 코치는 그가 경기하는 모습을 참관한 뒤 그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그는 형편없었다. 공을 관중석에 던지고, 건네받은 공을 떨어뜨리고, 자기 발등에 드리블하고, 슛도 빗나갔다. 그러나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도 그는 심판 탓을 하거나 자기 팀원 탓을 하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서도 그는 한결같이 자기 팀을 응원했고 기죽지 않았다. 그의 그런 인상이 잊히지 않았다.” 이 선수가 바로 세계적인 NBA 스타 스테판 커리다.
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 저명한 조직심리학자, 최고의 동기부여 전문가 애덤 그랜트가 3년 만에 신작을 펴냈다. 그는 신간 ‘히든 포텐셜’을 통해 누구나 개인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키워드 ‘숨은 잠재력’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자신의 전작 ‘기브 앤 테이크’를 통해서 독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명제를 깨고, 양보하고 배려하고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을 밝혀냈듯이 그는 이번 책에서도 결국 품성 좋은 사람이 성공한다는, 그리고 이러한 품성은 누구라도 후천적으로 키워갈 수 있는 기량임을 여러 분야의 데이터와 연구 자료, 성공 사례들을 바탕으로 증명해낸다.
우리 사회는 타고난 재능과 출발점만 주목한 나머지 뒤늦게 발견되고 길러지는 숨은 잠재력에 대해 쉽게 간과한다. 그리고 개인의 능력 부족과 노력의 실패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저자는 타고난 재능은 기회와 환경, 동기부여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일 뿐 자신 안에 ‘잠재력’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품성을 키워간다면 우리 모두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소재 자체만 보면 자칫 뻔해 보일 수 있지만 내용은 결코 뻔하지 않다. 참신하다 못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세 가지 방향을 제안한다. 1부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품성 기량을 개개인이 어떻게 하면 후천적으로 키워나갈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고, 2부에서는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동기부여 할 수 있는 임시 구조물을 찾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며, 3부에서는 다듬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대학 입시나 입사 면접 같은 조직에서 어떠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지를 설파한다.
숨은 잠재력을 키우는 일은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넘어서 나의 주변 사람들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더 나은 리더, 더 나은 팀, 더 나은 조직,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초석이 될 수 있음을 전하고 있다.
2024년 새해 많은 이들이 새로운 결심을 하고 자기 자신을 채찍질할 때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성공은 얼마나 완벽하게가 아니라 얼마나 불완전함에도 그것을 극복하고 성장했는가를 척도로 봐야 한다. 현재의 자리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목표한 작은 일부터 재미있게 실천해보자.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조금 더 나아졌다면, 그것은 숨은 잠재력의 증표다.
이혜영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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