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테릭스 보유한 아머스포츠, 뉴욕증시 상장 예고
예상 공모가, 주당 16~18달러…최대 18억달러 조달 계획
중국 안타스포츠, 아머스포츠 통해 글로벌 영향력 확대

사진=아머스포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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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제품은 세련되기보다는 투박한 느낌이 강하다. 위험한 환경에서 사용하는 만큼 기능성을 중요하게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소재와 안전성 등이 디자인보다 우선시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못생겨도 괜찮다’라는 합의가 있었다.

그런데 고프코어 패션이 자리 잡으면서 아웃도어 업계에서도 ‘트렌디’한 브랜드가 인기를 얻게 됐다. 고프코어는 아웃도어를 뜻하는 ‘고프(Gorp)’와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스타일인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다. 일상에서도 아웃도어 패션을 즐겨 입는다는 의미다.

아웃도어 제품은 못생길수록 트렌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중심에는 살로몬과 아크테릭스 등이 있다. 젊은층의 선택을 받으며 남성은 물론 여성 패션까지도 넘보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모두 중국 자본이 투입된 ‘아머스포츠’가 보유하고 있다. 나날이 늘어나는 인기에 아머스포츠는 기업공개(IPO)도 진행한다. 중국은 아머스포츠를 통해 아웃도어계의 LVMH(루이비통을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 회사)를 꿈꾸고 있다. 아머스포츠, IPO 준비아머스포츠가 IPO를 준비하고 있다. 1월 22일(현지 시간) 아머스포츠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머스포츠는 상장에 필요한 F-1 양식의 신고서를 지난 1월 4일(현지 시간) 제출했다.

아머스포츠는 1950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시작된 스포츠·아웃도어 전문 회사로 전문 스포츠 의류와 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 세계 41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직원 수는 1만800명에 달한다.

사업부문은 △아웃도어 △볼 스포츠 △피트니스 등으로 분류되며 매출의 절반은 아웃도어 부문에서 발생한다. 볼 스포츠의 매출 비중은 35%, 피트니스는 15% 등이다. 아머스포츠는 아크테릭스, 살로몬, 윌슨, 피크 퍼포먼스, 아토믹 등 총 11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상장주관사는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JP모간, 모간스탠리 등이다. 예상 공모가는 주당 16~18달러이며 1억 주를 매각해 최대 18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미결제 주주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아머스포츠는 올해 IPO 시장의 대어로 꼽히고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아머스포츠가 최대 18억 달러의 자금 조달을 모색하고 있다”며 “아머스포츠의 IPO는 지난해 9월 상장한 암홀딩스 이후 미국 증시 최대 규모 상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아머스포츠의 목표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약 13조4000억원)로 전망됐지만 공모가 밴드가 16~18달러로 정해지면서 87억 달러(약 11조6000억원)로 소폭 낮아졌다. 단, 공모가가 희망 범위 최상단인 18달러로 책정될 경우에 한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년간 IPO 시장은 경제 불확실성과 높은 이자율로 인해 신규 상장이 위축된 상태”라며 “아머스포츠의 상장은 부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자 선호도를 테스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크테릭스· 살로몬·윌슨…아웃도어의 LVMH 노리는 중국 기업
중국, 아웃도어의 LVMH 노린다아머스포츠의 상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7년 헬싱키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해외 사업을 확대하면서 1984년에는 런던 증권거래소에도 상장했다.

아머스포츠가 비상장 회사가 된 시점은 2019년이다.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인 중국 안타스포츠가 2018년 말 컨소시엄을 통해 아머스포츠를 46억 유로(약 7조원)에 인수하면서다. 컨소시엄은 안타스포츠 외에도 중국 게임회사 텐센트, 중국계 사모펀드 파운테인베스트 파트너스 등으로 구성됐으며 현재 안타스포츠는 아머스포츠 지분의 52.7%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해 8월 아머스포츠는 헬싱키 증권거래소에 상장 폐지 신청서를 내면서 비상장사로 전환됐다. 당시 아머스포츠의 시가총액은 125억 달러(약 17조원)로 추산됐다.

당시 안타스포츠의 목표는 해외 경쟁력 확보였고, 단숨에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M&A(인수합병)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왔다. 아웃도어 브랜드를 다수 확보한 아머스포츠 인수는 안타스포츠에 좋은 기회였다.

아머스포츠가 스포츠 업계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크다. 영국 패션매거진 wtvox는 매년 베스트 아웃도어 브랜드 21개를 선정하는데, 아크테릭스(9위)와 살로몬(16위)이 순위에 포함됐다. 또 1989년 인수한 테니스 라켓 제조사 윌슨은 643명의 대회 우승자를 배출, 테니스 용품으로는 세계 최고의 회사로 꼽힌다.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 농구 선수 자말 머레이, 미식축구 선수 러셀 윌슨 등이 윌슨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스포츠의 목표는 나이키, 아디다스에 맞설 수 있는 ‘세계 1위 스포츠 그룹’이다. 안타스포츠의 인수설이 나왔을 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최고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제압하려고 한다”며 “중국 스포츠웨어 기업이 성숙해지면서 저가 복제품에서 벗어나고 있다. 아머 인수로 안타의 미래는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안타는 매년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브랜드의 프리미엄 명성을 따라가기 역부족”이라며 “대부분의 매출은 자국(중국)에서 발생한다. 최고급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M&A에 나서고 있다. 단일 브랜드 성장에 의존하지 않고 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부 상황은 좋지 않다.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으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 전환 직전인 2018년 아머스포츠의 순매출은 26억78만 유로(약 3조8000억원)로 전년(25억75만 유로) 대비 4% 증가했다. 아머스포츠가 이번 IPO를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2022년 총 매출은 35억 달러(약 4조7000억원)다. 지난해 1~3분기 총매출은 30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3억5010만 달러) 대비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순손실은 1억440만 달러에서 1억14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연간 기준 순손실은 2020년 2억3700만 달러에서 2021년 1억2600만 달러로 줄었지만 2022년 다시 2억5300만 달러로 확대됐다. 회사의 순부채는 2022년 말 기준 58억 달러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