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흐름 주도하는 오너 경영인
이마트 부진과 SNS 리스크 등 과제도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월 15일 정식 개장을 앞둔 스타필드 수원을 찾아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월 15일 정식 개장을 앞둔 스타필드 수원을 찾아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신세계
한 클릭의 격차를 의미하는 ‘원 레스 클릭(ONE LESS CLICK)’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4년 신년사를 통해 제시한 화두다. 이는 신세계그룹의 경쟁력은 바로 고객과의 간격을 한 클릭 줄이는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미래 비즈니스의 트렌드를 선도하고자 노력하는 정 부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포함한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한 신세계그룹의 차별화를 위해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야구팬들에게 ‘야구에 진심인 구단주’로 불리는 그는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83만8000여명의 팔로워를 두고 스스로를 ‘형’이라고 칭하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트렌드 세터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경영인의 이미지 브랜딩은 회사와 상품에 대한 고객의 호감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회사 시장 가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뿐만아니라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홍보 리스크를 관리하기도 한다.

최근 정 부회장은 SNS에서 ‘얘더라 그리고 기자친구들, 형 지지 하디드 만나서 밥 먹었다’, ‘단순 만남과 방문이니까 우리 기자친구들 억측하지 말길 바래 고마와’라고 올렸다.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의지와 함께 다양한 의미가 함축돼 있을 것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정 부회장의 이미지 브랜딩을 ABC 차원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미국 톱모델인 지지 하디드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미국 톱모델인 지지 하디드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A(Appearance)
취향과 철학이 담긴 패션, 시그니처 아이템 포켓치프


신세계그룹의 올해 신년사 영상을 통해 본 정 부회장의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드레스 코드 공식은 안정감을 주는 짙은 색상의 고급 투버튼 슈트와 비슷한 계열 솔리드 느낌의 넥타이 그리고 화이트 드레스셔츠에 화이트 포켓치프로 포인트를 주고 블랙슈즈로 신뢰감을 주는 클래식한 무드를 연출했다.

자연스러운 재킷과 슬랙스 핏, 재킷 소매에 적당히 보이는 드레스셔츠 소매 등으로 보아 정 부회장의 신체비율 및 특장점을 잘 파악해서 맞춘 비스포크 슈트로 짐작된다. 정 부회장은 평상시에도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운영하는 편집매장의 비스포크 슈트를 자주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SNS에 이탈리아 비스포크 브랜드에서 슈트를 맞추는 사진을 업로드한 적도 있었다.

남성복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긴장감 있는 드레스셔츠 목둘레와 넥타이가 있는 V존만 보더라도 패션 센스를 짐작하게 되는데 정 부회장의 정장 스타일은 분명한 취향과 철학이 있다고 분석된다.

자신의 신체를 잘 이해하면서 장소와 상황, 재킷의 라펠에 따라서 넥타이는 물론 셔츠도 와이드부터 레귤러 칼라 셔츠까지 다양하게 코디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시그니처 정장 스타일 아이템은 포켓치프로, 평범해지기 쉬운 복장에 정용진표 포인트로 잘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고급스러우면서 가벼운 재질로 브라운 계열이나 무테의 부드러운 프레임 안경을 활용하거나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줘도 정 부회장의 지적이고 온화한 매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2024년 신세계그룹 신년사 영상 속 정용진 부회장. 사진=신세계
2024년 신세계그룹 신년사 영상 속 정용진 부회장. 사진=신세계
디올부터 시선교란 골프룩까지

새해 첫 현장 경영으로 방문한 스타필드 수원에서 정 부회장이 착용한 오버셔츠가 화제가 됐다. 좌측 위쪽에 ‘디올 1947’이라는 프린트가 있는 고가의 프랑스 명품 브랜드다.

일반적으로 재벌들은 브랜드 로고가 강조되지 않으면서 고품질 원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조용한 럭셔리 스타일은 지난해 대중에게 ‘올드머니 룩’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정 부회장 또한 비즈니스 정장이나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에서는 올드머니 룩 스타일을 선보인다.

하지만 골프웨어를 비롯한 캐주얼 복장에서는 올드머니 룩의 반대개념인 ‘뉴머니 룩’이라고 표현될 만큼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편으로 해석된다. 기하학적인 패턴의 골프웨어 착용 사진을 ‘시선교란 작전’이라는 문구와 함께 SNS에 올리는 등 자신의 아이덴티티 표현과 비즈니스 마케팅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된다.

B(Behavior)
디토 소비 문화 만드는 반전 이미지, 재벌 인플루언서


신년사나 인문학 강연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정 부회장은 반듯해 보이는 자세에 두 손을 균형 있게 활용하면서 신념에 찬 당당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취미로 하는 요리를 할 때 몰입해서 현란한 손놀림을 보이는 등 사적인 자리에서는 딱딱하지 않은 유연한 모습들이 반전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그가 먹은 음식, 입은 옷, 방문 장소(핫플레이스) 등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각종 콘텐츠는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일으키면서 ‘디토 소비’를 견인하고 있다. 디토 소비란 ‘트렌드 코리아 2024’에 나오는 용어로 ‘나도(Ditto)’와 ‘소비(Consumption)’의 합성어를 의미한다.

최근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PB 브랜드의 경쟁사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인정한 각종 콘텐츠 및 먹거리 등을 추천하는 파격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행보가 업계에 긍정적 자극 요소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 가운데 신세계그룹의 수익성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그의 부캐(부캐릭터)인 제이릴라.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그의 부캐(부캐릭터)인 제이릴라.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C(Communication)
딱딱함과 긴장을 벗어던진 거침없는 소통 스타일


정 부회장은 최근 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SNS 활동 등과 관련한 질문에 “안티가 많은 건 너무 해피한 거다”며 “왜냐하면 안티가 많으면 많을수록 ‘찐팬(진짜 팬)’이 많다는 증거”라고 했다.

정 부회장은 그의 소통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이유와 관련해 “본인이 직접 해야 하며 약간의 유머러스함, 그리고 글이 길면 안 된다”며 “글이 길면 언팔(언팔로우)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평상시 짧고 담백하게 올리던 글과는 다르게 최근 격양된 표현과 함께 장문으로 SNS에 업로드한 정 부회장의 글에는 댓글이 1290여 개가 달리며 화제가 됐다. 경영자로서의 딱딱함과 긴장에서 벗어나 SNS에서만큼은 재미와 행복을 찾기 위한 정 부회장의 가치관에 태클을 건 누군가를 향한 감정을 작정하고 거침없이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부회장은 2021년 신세계그룹의 야구단인 인천 SSG랜더스의 홈 개막전을 시작으로 그의 ‘부캐(부캐릭터)’라고 여겨지는 고릴라 캐릭터 제이릴라(Jrilla)와 동행하며 화제를 만들었다.

골프장에서도 함께했던 제이릴라는 정 부회장의 영문 이름 이니셜인 알파벳 제이(J)와 고릴라(gorilla)의 합성어로 2021년에는 제이릴라가 명품 브랜드들과 협업한 상품이 출시되기도 하는 등 제이릴라를 이미지 브랜딩에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였다.

그룹 내부에서는 보수적이고 안정 지향적이기 쉬운 유통기업의 오너 경영인으로서 변화와 영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종의 특성상 미디어의 흐름을 주도하며 잠재고객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경쟁력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친근한 이미지 외에 이마트의 부진과 SNS 리스크 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전형적인 경영자의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리더 스타일의 정 부회장이 온·오프라인 업계의 변화와 쇄신을 이끄는 ‘혁신 리더’가 될지 아니면 인기 인플루언서 오너 경영인 ‘용진이 형’으로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