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요람이 눈에 띄는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 사진=연합뉴스
비어있는 요람이 눈에 띄는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분만 수가(지역수가, 안전 정책수가) 지원제도를 대폭 개선, 지난 12월부터 인상 적용하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산부인과 폐업 등 필수 의료분야 붕괴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에 신설된 지역수가에서 특별·광역시가 제외됐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차등지급 관련 정책이 일방적으로 시행돼, 대도시 분만 인프라 훼손 등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현재 특별·광역시 분만 수가는 55만원으로, 경기도(지역수가 55만원 포함, 총 110만원) 등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분만 의사들이 ‘경기도로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 서울 외곽지역 산부인과들은 극심한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 경영 손실은 물론 폐업 우려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 현장에서는 ”임신·출산 환경조성이나 산부인과 진료 및 치료 관련 의학적 판단, 병원 현장 의견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단순히 행정구역만을 중심으로 결정한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고 거센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행정구역별 인구수를 따져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현재 경기권 내에서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시 단위는 수원시(119만 명)와 용인시(107만 명), 고양시(107만 명) 등이다. 서울 송파구, 강동구와 인접한 성남시 인구도 100만 명에 육박한다.

특히 일부 광역시 인구는 이들 경기권 시 단위 인구보다 적지만 차등 수가 대상으로 분류되어,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번 분만 수가 개선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반발하기는 서울 외곽지역 산부인과도 마찬가지다.

서울 은평구의 한 산부인과 병원장은 "서울 외곽지역과 경기도는 동일 생활권이다. 최근 의사, 간호 인력의 대규모 이동 조짐이 나타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이어 ”이번 분만 수가 차등 지급은 그렇지 않아도 절박한 특별·광역시 소재 산부인과 병원장들의 현장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오히려 문제를 더 키워 몹시 불안하고 안타까운 심경"이라고 말했다.

실제 통계 수치를 살펴보면 상황이 쉽게 파악된다. 서울지역 합계출산율은 0.59명(2022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최하위다. 반면 서울과 동일 생활권인 경기도(0.83명)의 경우 부산(0.72명)과 대구(0.75명), 인천(0.74명) 등 일부 광역시보다 높은 합계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그뿐 아니라 지난해 기준, 분만기관 1곳 당 분만 건수 역시 경기도(659건)가 서울(약 617건)을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지역수가 신설 정책에는 반영되지 않아 서울지역 분만병원들의 원성은 ‘비명’에 가까울 정도. 병원 폐업 등 그야말로 생존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서울 외곽지역 산부인과 원장은 ”의료 현장이 정치권도 아니고, 문제해결보다는 지역별 산부인과 병원 간 갈등만 부추기는 분만 수가 차등 적용이 무슨 정책이냐“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병원 현장 의견과 상황을 무시한, 그야말로 탁상 행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