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 완화하는 유통법 개정 추진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원칙 삭제, 온라인 배송 허용 등
온라인 사업, 비용 부담 커 쉽게 확대 어려워

대형마트 규제 완화, 온라인 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2012년은 유통업계에 힘든 한 해였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3월부터 전국 지자체들이 영업시간 단축과 의무휴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0시부터 오전 8시(2013년부터는 오전 10시로 확대)까지 영업도 하면 안 됐고, 격주 일요일마다 문을 닫아야 했다.

전통시장과 상생하고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게 취지였다. 대형마트의 유일한 경쟁자는 전통시장이라는 전제가 깔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도 전통시장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정작 수혜를 입은 것은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결국 2010년대 후반부터 규제에 대한 실효성이 지속 제기됐다.

배달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던 코로나 시기에도 대형마트는 온라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없었다. 영업이 금지되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온라인 배송도 못 하기 때문이다. 의무휴업일에도 마찬가지다. 새벽배송 시장은 쿠팡이 선점했고, 타이밍을 놓친 대형마트는 경쟁이 무의미할 정도로 쿠팡에 ‘완패’했다.

이런 상황에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 일각에서는 유통업계의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새로운 투자조차 어려워 뒤늦은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 법 개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뒤늦은 결정, 12년 만에…대형마트 규제가 완화된다. 일요일에 매장을 운영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제한 시간에도 온라인 배송은 가능해진다.

정부는 1월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유통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 원칙을 삭제해 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하고, 지역의 새벽배송이 활성화되도록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시간 온라인 배송도 허용하는 게 골자다. 앞서 국무조정실이 2022년 8월 규제의 문제점을 짚어본다며 ‘제1차 규제심판회의’를 개최하고 대형마트 규제 현안을 검토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영업제한시간·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다. 또 월 2회 의무휴업일을 공휴일 중 지정해야 한다. 현재도 지방자치단체장이 이해관계자와 협의해 평일로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으나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유통법 도입 취지에 어긋나 평일 휴무는 쉽지 않았다.

정부는 유통 소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새벽배송이 수도권·대도시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시행됨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의 정주여건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판단해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지자체도 움직이고 있다. 서초구는 1월 28일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의무휴업일을 기존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바꿨다. 동대문구도 2월부터 주말 영업을 허용할 예정이다. 핵심은 ‘온라인’…문제는 ‘텅 빈 곳간’이번 결정에 따라 마트업계는 수천억원대의 매출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업의 할인점들은 기존점 매출액 기준 2.5%p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마트는 매출 300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이 늘고 롯데쇼핑은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도 “휴일 매출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략 300억~4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월 2회 의무휴업을 폐지하면 월간 600억~800억원, 연간 약 7000억~1조원의 매출 증대 효과가 발생한다. 영업이익은 500억~1000억원 이상 추가된다”고 분석했다.

오프라인 업체에는 긍정적 영향이 확실하다. 문제는 ‘온라인’이다. 현재 이마트는 SSG닷컴, 롯데쇼핑은 롯데온, GS리테일은 GS프레시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간 대형마트 업계는 의무휴업일과 영업제한시간으로 이커머스 사업도 쉽지 않았다. 대형마트의 물류센터를 활용해 온라인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업 제한시간(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에는 해당 물류센터를 활용하지 못했다.

규제가 완화되면 휴일에도 온라인 배송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이커머스 업체는 고객에게 일요일에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 편익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관심을 받는 것은 영업제한시간에 영향을 받아온 ‘새벽배송’이다. 별도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지 않을 경우 새벽배송이 불가능해 플랫폼 업체와의 경쟁 자체가 어려웠다. 각 회사들이 새벽배송 매출을 공개하지 않아 점유율을 추산하기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쿠팡과 컬리가 시장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5000억원 수준에서 2022년 9조원까지 늘어났고 지난해 12조원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주요 업체들은 사업을 중단했다. 롯데온은 2022년 4월 새벽배송을 철수했으며, 같은 해 7월 GS리테일도 새벽배송 사업을 접었다. SSG닷컴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온라인 물류센터 ‘네오’가 있는 수도권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다만 새벽배송을 다시 시작하거나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온라인 배송 중에서도 가장 고비용 사업”이라며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고객들의 주문량은 많지 않다. 적자를 감내하면서 흑자가 날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대부분의 업체들이 그럴 여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벽배송은 비용 구조 문제로 인해 법적 허용과 무관하게 전국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며 “공식적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 새벽배송 전국 확대 여부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개정안 통과 미지수업계에서 이번 발표를 마냥 긍정적으로 보고 있진 않다. 실제 효력이 발생하는 법 개정까지는 멀었다는 이유에서다. 법안 통과의 첫 단계는 국회 소관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다. 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밀린 법안들이 많아 언제 처리될지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여당 의석이 더 많으면 가능성이 더 높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국회에서 언제 통과될지도 모르고 통과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법 개정을 위해서는 여야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종적인 규제 폐지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며 “다만 정부의 공식적인 발언을 통해 지자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기존 공휴일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움직임은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