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반대로 지난해 마침내 별 하나를 추가하며 5성 대열에 새롭게 합류한 호텔도 있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이하 앰배서더 강남)이다. 이 호텔은 2020년 진행됐던 평가에서 4성으로 심사받으며 아쉬움을 삼켰던 바 있다. 호텔 관계자는 “객실을 리뉴얼과 고급 레스토랑 추가 오픈, 지속적인 서비스 질 개선 노력 등이 좋은 점수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호텔들의 ‘별 전쟁’이 올해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라호텔, 롯데호텔, 조선호텔앤리조트 등 국내 호텔업계 ‘빅3’를 비롯해 국내에서 운영 중인 주요 호텔 브랜드들이 대거 재심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별을 사수하기 위해, 또 추가로 별을 따내기 위해 재심사를 앞둔 각 호텔들은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경남 유일 5성 호텔도 강등호텔업계에 따르면 올해 5성급 호텔은 약 20여 곳, 4성급 호텔은 약 30곳이 등급 재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호텔 등급 심사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서 3년마다 한 번씩 진행한다. 각각의 호텔들이 등급에 맞는 시설과 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평가 방법도 깐깐하다. 시설 품질과 위생, 서비스 수준 등을 기준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 총 1000점 만점 중 900점 이상을 획득해야 5성 호텔로 인정받을 수 있다.
4성급을 신청한 호텔은 850점 만점에 80%(680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특히 4성과 5성 호텔은 평가위원들이 정해진 날짜에 내외부의 각종 시설과 서비스 전반을 점검하는 ‘현장평가’ 외에도 이른바 ‘암행평가’까지 거쳐야 한다.
전문가 1명과 소비자 1명으로 구성된 평가원들이 몰래 호텔을 찾아 종업원들의 태도와 목소리, 내부 청결 상태 등 주관적 요소까지 점수를 채점하는 것이다. 5성급 호텔의 경우 암행평가가 총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나 된다. 재심사 기간이 돌아오면 호텔들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작은 실수 때문에 만에 하나 별을 잃기라도 한다면 호텔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 매출의 상당 부분이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서 발생한다”며 “국내 호텔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별의 개수가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를 보증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호텔 입장에서는 이를 사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5성급 호텔이 4성으로 강등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래도 절대로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게 호텔업계의 최근 분위기다. 지난해의 경우 이례적으로 두 곳의 5성급 호텔이 4성으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스위스그랜드호텔 외에도 거제삼성호텔의 등급이 지난해 10월 5성에서 4성으로 떨어졌다. 거제삼성호텔은 경남에서 유일한 5성급 호텔이었다. 이 호텔이 4성으로 강등되면서 경남에는 5성급 호텔이 한 곳도 없게 됐다. 5성급 호텔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가 내부에 식음업(F&B)장을 무조건 3개 이상 보유(관광호텔 기준)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유한 F&B 점포가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얻는다.
거제삼성호텔의 경우 지난해 내부에서 운영하던 중식당 ‘금홍’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유한 F&B 매장이 2개가 되면서 5성급의 기준에서 벗어났다. 이 부분이 거제삼성호텔이 4성으로 강등된 이유로 꼽힌다. 참고로 4성급 호텔은 반드시 F&B를 2곳 이상 보유해야 한다.
어떤 호텔이 5성 대열 합류할까특히 올해는 웨스틴 조선 서울, 롯데호텔 월드 및 서울, 신라호텔, 더 플라자 서울 등 국내를 대표하는 호텔들이 줄줄이 재심사를 앞두고 있어 더욱 이목이 쏠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모나 시설 등을 고려했을 때 이런 호텔들이 5성에서 4성으로 떨어지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지만 100%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올해도 강등되는 호텔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특히 5성의 경우 주관적 평가 성향이 강한 암행평가의 비중이 높은 만큼 어떤 평가원이 배정되느냐에 따라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까다로운 평가원이 걸리면 박한 점수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올해 등급재심사를 받는 호텔 중에선 유독 결과가 주목되는 호텔들도 있다.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이하 JW메리어트 동대문)과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이하 몬드리안)이 대표 격이다.
JW메리어트 동대문의 경우 직전 심사에서 5성을 따내는 데 애를 먹었다. 첫 심사에서 5성 기준에 미달된 점수를 받은 것이다. 첫 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동일한 등급 또는 한 단계 낮은 등급을 선택해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JW메리어트 동대문은 부족하다고 싶은 부분을 보완해 다시 5성 등급 재심사를 신청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5성 획득에 성공했다.
2021년 처음으로 별을 다섯 개 단 몬드리안의 5성 수성 여부도 지켜볼 만하다. 이 호텔은 과거 캐피탈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다 리모델링을 거쳐 몬드리안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과거엔 3성 호텔이었지만 화려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부대시설을 집어넣어 대대적인 변신을 했고, 2021년 진행된 첫 등급심사에서 5성을 따냈다. 3성급 호텔이 5성급으로 단숨에 뛰어오르면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앰배서더 강남처럼 올해도 4성 호텔 중에서 5성으로 도약에 성공하는 호텔들이 나타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이 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끄는 곳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야심작이라고 불리는 레스케이프 호텔이다. 6성급, 럭셔리 등을 강조하며 출발했지만 2021년에는 4성으로 별 등급 심사에 지원했다. 그 결과 4성 현판을 달게 됐다. 올해 예정된 심사에서는 레스케이프 호텔이 5성에 도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F&B 수, 객실 규모, 서비스 등 5성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은 충분하다.
서울가든호텔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무궁과로 호텔 등급을 책정하던 시절 400억원을 투입하는 대대적인 리모델링 끝에 최고등급(특1급)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2015년 국제 기준에 맞춰 ‘별’로 등급을 책정하기 시작하면서 4성 호텔이 됐다. 레스케이프 호텔과 마찬가지로 시설이나 규모 면에서 5성 자격을 갖춘 상태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현재 호텔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등급심사 평가 방법을 개정하고 있는데 어떻게 기준이 바뀌느냐에 따라 5성으로 신규 진입하는 호텔 수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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