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주택에 매수 집중…매매가격 하락세

서울 종로구 한 부동산에 주택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한 부동산에 주택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 치 앞을 알기 힘든 부동산 시장. 부동산 전문가들은 각종 통계를 활용해 주택 시장의 현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여러 수치를 통한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달의 부동산 지표’는 매달 주요 부동산 통계 수치를 통해 국내 주택시장의 흐름을 알아볼 계획이다.

아파트 거래량과 시세, 분양 물량은 주택시장을, 미분양과 폐업신고 현황은 전반적인 건설경기를 엿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아파트 거래량
2월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계약해제 건 포함)는 2만8682건에 달했다. 부동산 거래신고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한다는 점에서 실제 이 기간 거래 건수는 이보다 늘 전망이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이미 전년 동월 2만89건 대비 42.8% 증가한 수준이다.

집계 기관마다 정확한 수치는 차이를 보이지만 2022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급감했던 거래량이 2023년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시행에 따라 회복됐다가 8월을 지나며 다시 감소했던 추세의 흐름은 같다. 그러다가 1월 들어 거래량이 증가한 것이다.

겨울은 부동산 비수기지만 매년 1월은 새 학기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속한다. 그러나 올해 수도권에선 학군이 좋은 곳보다 집값이 저렴하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한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특히 연내 개통을 앞둔 GTX-A와 내년 운행을 시작하는 신안산선 인근 지역 거래가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해 1월 43건이었던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아파트 매매 건수는 올해 124건으로 급증했다. 이 지역 아파트단지는 4호선과 수인분당선이 정차하는 정왕역 일대에 위치하며 곧 신안산선 열차가 운행될 서해선 원시역 이용도 편리하다. 시화공단, 배곧신도시와 인접했다. 지난해 1월 경기도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았던 곳이 배곧(79건)이었다면 올해는 더 저렴한 정왕동으로 매수 수요가 옮겨간 셈이다.

고양시 행신동 역시 1년 만에 매매가 38건에서 81건으로 늘었다. 행신동은 아파트가 노후화됐고 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일산에서 주목 받던 지역은 아니다. 그러다 올해부터 대곡역으로 GTX-A노선이 지나게 되면서 근방인 행신동과 화정동 거래가 활발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매매·전세 시세
이 같은 거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매매시세는 하락을 이어갔다. KB월간 시계열 자료에서 1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16% 하락했다. 서울과 5대 지방광역시 매매가격 변동률은 각각 –19%, -22%로 평균보다 하락폭이 컸다.

부동산 상승기와 달리 활발한 거래는 시세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매수우위 시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자들은 급매나 저가 매물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정왕동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3억원, 행신동은 5억원대에 실거래됐다. 고양시 부동산 관계자는 “대곡역세권은 개발이 제한돼 일대가 허허벌판인 상황”이라며 “대신 대곡역 접근성이 높은 행신동과 화정동 일대는 집값이 저렴해 실거주나 투자 관점에서 매수세가 다소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시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10억1419만원으로 전월 10억4229억원보다 소폭 떨어졌다.

반면 전세는 0.14% 올랐다. 집값 하락에 이자 부담으로 실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지 않으면서 전세 수요는 더욱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서울 전세는 0.45%, 경기는 0.29% 오르며 수도권이 전반적인 전세 상승을 이끌었다. KB부동산의 전월 대비 전세가격 증감률은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5대 광역시 평균 전세가격은 2022년 5월 이래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분양·입주
개발 호재에 ‘반짝’ 증가한 거래량, 반등 신호는 아직[이달의 부동산 지표]
부동산 시장은 금리와 통화량 등 거시경제 지표뿐 아니라 자체 수급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택공급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부동산R114가 집계한 1월 전국 분양물량은 2만1595가구로 전월 3만1245가구보다 1만 가구 가까이 줄었다. 특히 광주를 제외한 지방 광역시 물량이 일제히 줄었는데 사업성 영향으로 지방 분양시장이 침체된 탓이다. 특히 대구에선 지난해 11월부터 분양이 없었는데 하반기 내내 일반공급 단지가 없었다.

입주는 4만246가구로 전월 2만5068가구보다 60.5% 늘었다. 이중 서울 입주물량은 3.4%에 불과한 1369가구에 그쳤다. 이에 따라 매매시장과 반대로 가중되고 있는 전세시장의 상승압력이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에서 1만6283가구가 입주하며 수도권 물량을 떠받쳤다. 지방은 충청남도에서 가장 많은 7519가구가 집들이를 했다.
청약경쟁률·미분양
이처럼 주거수요가 많은 수도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청약시장에선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집계한 올해 1월 평균 1순위 경쟁률은 9.73대 1로 전월 8.71보다 소폭 높아졌다. 그러나 청약 경쟁은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하고 입지가 좋은 몇몇 단지에 집중됐다. 결국 합리적인 소비자들 눈높이에 맞는 곳은 시장이 침체된 시기에도 살아남고 있다는 의미다.

‘검단중흥S클래스에듀파크’(1순위 평균 11.33대 1), ‘제일풍경채검단 3차’(44.48대 1) 등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공공택지 분양 단지는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가 높았다. 서울에선 역대 최고 분양가(3.3㎡당 1억1500만원)로 주목받은 광진구 소재 ‘포제스 한강’이 한강 조망을 무기로 106가구 모집에 646명 신청이 모이며 평균 6.09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방은 저조한 분양 성적을 보이고 있다. 부산과 광주의 1순위 평균경쟁률은 각각 0.04대 1, 0.26대 1로 미달이 났다. 미분양 물량은 계속 쌓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가구 수는 6만2489가구로 9월부터 5만 가구대로 떨어졌던 수치가 11월 5만7925가구를 기록한 뒤 다시 6만 가구를 돌파했다. 최근 분양단지가 나오지 않으면서 미분양이 소폭 감소한 대구는 ‘악성 미분양’으로 여겨지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1월 1016가구에서 12월 1044가구로 늘었다.
폐업신고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공고된 올해 1월 건설사 폐업신고 건수는 413건으로 전월 403건보다 증가했다. 폐업 회사 중 건축, 토목사업을 하는 종합공사업체는 41개로 전월 74개 대비 감소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사 폐업 건수는 2006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이 채권단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이 같은 폐업 사례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