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미담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대명사
면세점 손실 극복 과제 남아
사석에서는 부드럽고 검소한 이미지이지만 경영에서는 위기돌파 ‘승부사’로 통하는 이 사장은 강단 있는 리더십과 뛰어난 경영 감각으로 ‘리틀 이건희’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202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선정되는 등 자타 공인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2001년 삼성에버랜드 서비스아카데미에서 근무하던 필자는 호텔신라 TF팀에 발령받아 당시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이었던 이부진 사장과 TF팀 전원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겸손한 태도와 조용한 말씨가 기억에 남는다.
올해 초 이 사장이 두을장학재단 이사장으로서 대학생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입었던 국내 브랜드 그레이톤의 투피스와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관광 전략 간담회에서 착용했던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의 블랙 숄더백은 ‘이부진 효과’로 완판까지 이어지며 이슈가 됐다.
일반인도 구매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브랜드부터 고가의 명품까지 패션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해진 이 사장의 최근 스타일에 대중은 호의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위기관리 경영능력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사장의 이미지 브랜딩을 ABC 차원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A(Appearance)
H형 실루엣과 무채색으로 품격 높인 쿨톤의 패션 아이콘
패션 아이콘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리더이며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따라 하고 싶은 대상이다. 아이콘의 스타일이 하나의 패션 용어로 불리면서 그 스타일이 패션사에 남아 현대 패션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최근 이 사장은 고가의 명품과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믹스 매치하며 대중에게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명품 로고가 크게 부각되는 의상보다는 우아하고 수수한 이미지가 드러나는 옷과 가방 등을 매치하는 ‘올드머니룩’ 스타일로 주주총회를 비롯한 시간·장소·상황(TPO)을 잘 고려하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 아이템이 지적이며 신뢰감을 주는 단정한 스타일의 재킷과 스커트가 코디된 투피스나 허리가 강조된 아이템이 자주 보인다. 단정하고 세련된 H형의 실루엣으로 길이는 대부분이 무릎 라인으로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강화한다.
디테일이나 문양에서는 깔끔한 솔리드를 선호하며, 컬러를 사용해 본인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색채에서는 화려함보다는 신뢰를 주고 자신의 쿨톤 피부톤에도 어울리는 블랙, 그레이, 화이트 등의 무채색 의상들을 바탕으로 부드러운 미소를 통해서 품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 사장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대중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패션스타일을 통해 호텔신라의 이미지 브랜딩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보수적인 스타일 안에서도 드롭형 이어링과 에지 있는 소품 그리고 의상 질감 및 변화된 절개라인 등을 통해서 개성을 은근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 사장의 패션 경향은 유행에 민감하게 변화를 주지는 않지만 트렌드의 일부를 반영해 세련되고 단아한 이미지를 나타내는 특징이 있다. 이 사장은 패션 브랜드 선택에서도 매우 신중하고 전략적인 편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총괄회장 일행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디올 재킷을 입었는데, 이는 동행한 디올 CEO를 염두에 둔 선택으로 분석된다. B(Behavior)
정중하고 겸손한 태도에 추진력 장착
최근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맛있는 제주만들기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자영업자들과 함께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열창하는 이 사장의 소탈해 보이는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2014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이 사회공헌 사업은 대중과 소통하고 제주 지역과의 상생 및 사회 환원이라는 이사장의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이처럼 이 사장이 대중의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겸손한 태도와 함께 그가 펼치고 있는 선한 영향력 때문이다. 2014년에는 신라호텔 출입문을 들이받은 고령의 택시기사에게 4억원에 달하는 변상 의무를 면제해 준 일은 이 사장과 관련한 대표적인 미담이다.
태도는 부드럽지만 경영 면에서는 추진력을 장착하고 있다. 2010년 까다롭기로 소문난 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직접 설득하면서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인천국제공항 내 신라면세점에 입점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C(Communication)
경청과 겸손을 바탕으로 한 차분한 청각적 이미지
경청과 겸손을 강조하는 집안의 철학 덕분인지 이 사장은 두 귀를 활짝 열되 자신의 말은 아끼는 편으로 분석된다. 공식적인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 단호함과 강력한 메시지 전달보다는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음성과 적절한 멈춤을 주는 청각적 이미지로 청중이 더 몰입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2023년 이 사장은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 중심의 사업 모델을 재구축하겠다고 강조했고 앞서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사를 통해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지를 피력했다. ‘고객에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는 서비스업의 초심을 되새기고, 비즈니스 모델을 재구축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잠재 고객군을 재정의하고 사업 조직과 역량을 재편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 이 사장의 정교한 매출 극대화 개선방안 등이 조금 더 촘촘하고 선명하게 내외부 고객들에게 전달되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호텔신라가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3 지속가능경영유공 정부포상’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대중의 높아진 관심만큼 이 사장의 이미지 브랜딩은 강력해지고 있지만 호텔신라의 영업이익 관련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중국의 경제 불황 영향으로 호텔신라의 핵심인 면세사업은 이 사장의 경영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호텔신라가 해외 사업 확장을 통해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가운데 신라면세점은 김포공항 출국장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전의 최종 결과를 앞두고 있다.
“새로운 50년의 성장동력이 될 신사업을 발굴하고 사랑받고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겠다”고 말한 이 사장은 내실 경영의 기조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EO의 좋은 이미지는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고객, 투자자, 파트너 등과의 관계를 강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적지 않다.
다시 말해 품격 있는 이 사장의 이미지는 호텔신라의 성과와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향후 호텔신라의 사업 영속성과 확장성과 관련이 깊다. 재계 패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에 가려진 이 사장의 핵심 경쟁력인 위기돌파 리더십이 어떤 성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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