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 또는 DX)이란 조직이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여 새로운 제품, 서비스 및 운영방식을 만들거나 수정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디지털 방식으로 변환하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개념은 일찍이 1948년 근대 디지털 통신기술과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아버지로 알려진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 박사에 의해 초기 개념이 알려지고 인터넷의 보급과 모바일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현실적인 중요성이 더욱 확대되었는데 팬데믹을 거치면서 기업들에 의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 전략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2022년 미국의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이 전 세계 90여 개국의 고위 경영진 17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리서치 ‘Digital Transformation: A New Roadmap for Success’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의 97%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수행하지 않는 기업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현대 기업의 경영에 있어 필수적인 경영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필자는 위에서 언급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영역인 ‘새로운 제품, 서비스 및 운영방식’ 중 ‘운영방식’의 영역에 속하면서 기업의 중요한 마케팅 활동 중 하나인 TV광고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TV는 개인이 보유하는 가장 큰 동영상 콘텐츠 소비 디바이스로 빅 스크린(Big Screen), 고품질 사운드 등의 디바이스 특성으로 인해 TV에서 노출되는 TV광고는 자체의 광고 효과뿐 아니라 다른 광고에 대한 2차 부스팅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 전통적으로 기업의 광고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인터넷 보급과 함께 PC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디바이스의 사용이 활성화되어 개인화 타기팅과 실시간 성과측정이 가능해지자 디지털광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였고 TV광고는 그 왕좌를 점차 내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제일기획의 자료에 의하면 이미 2022년 국내 광고 시장에서 TV광고의 점유율은 27%로 56%를 차지하는 디지털광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광고가 다양한 실시간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섬세한 타기팅과 실시간 성과측정을 통해 광고 분야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해 온 것에 비해 TV광고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상대적으로 미약했기 때문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광고산업의 절대 강자였던 TV광고의 입지가 위축되어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TV광고는 디지털 전환이 어려운 것일까? 사실은 최근 몇 년간 TV광고의 환경을 들여다보면 이미 디지털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의 속도 개선과 보급률 확대, 그리고 스마트TV의 보급률이 상승하고 있어 대부분의 가정에서 TV를 통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른 다양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IPTV, VOD, FAST 등)의 사용자가 확대되면서 CTV(Connected TV) 광고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의 경우 총 가구수는 2022년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의하면 2177만 가구인데 2023년도 상반기 기준 IPTV 가입 가구수가 2081만 가구이기 때문에 IPTV 가입률이 약 96%에 이른다. IPTV 가입자의 TV는 인터넷에 연결된 TV이기 때문에 국내 가구의 CTV 보급률이 96%를 넘는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TV는 CTV로 전환되면서 빅 스크린 스마트TV의 보급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더 높은 TV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TV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는 ‘커넥티드’ 특성으로 인해 디지털광고가 가지고 있는 개인화 타기팅과 실시간 성과측정의 장점이 TV광고에도 접목되어 기존의 광고매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광고 디바이스로 거듭 태어났다.
CTV 디바이스를 통해 노출되는 광고를 CTV광고라고 하는데 특히 프로그래머틱 CTV광고는 OTT 광고, IPTV 실시간 광고, 어드레서블TV 광고, VOD 광고, FAST 광고 등 다양한 광고 인벤토리를 통합하여 캠페인을 집행할 수 있고 모바일광고와 같은 수준의 개인화 타기팅을 지원하며, TV와 스마트폰 간 크로스 디바이스 타기팅을 지원하고 실시간 광고 성과측정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CTV광고 시장내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 중인 모티브인텔리전스는 국내 최대 CTV광고 플랫폼을 운영 중인데 최근 집행한 음료 제품 캠페인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겠다.
해당 캠페인에서는 총 광고비 중 2.9%를 CTV광고에 투자하였는데 경쟁사 제품 구매자, 카페 빈번 방문자, 포인트적립앱 적극 사용자 등 음료 소비에 특화된 타깃에 집중적으로 CTV광고를 집행한 결과 잠재 구매 기여도 79%의 성과를 달성하여 투자 대비 300% 이상의 효과를 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렇듯 TV광고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적용된 CTV광고는 이미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광고산업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새로운 미디어 디바이스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 사용자의 디바이스 사용 빈도와 시간이 증가하고 이렇게 보급된 새로운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광고산업이 발전해왔다. TV의 출현이 TV광고 산업을, 인터넷과 결합된 PC의 출현이 초기 디지털광고 산업을, 그리고 스마트폰의 출현이 모바일광고 산업을 발전시켜왔다.
이제 TV가 CTV로 다시 태어나면서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의 동영상 콘텐츠 소비용 디바이스로 수용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CTV 디바이스인 스마트TV는 OTT서비스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TV 내의 앱을 중심으로 한 디바이스 사용 경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도 2007년에 최초로 아이폰이 출시된 후 사용자들이 다양한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면서 모바일광고가 주요한 광고로 자리매김하게 된 2010년대 중반까지는 약 7~8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스마트TV도 시간이 지날수록 스마트TV용 앱이 활성화되면서 디바이스 사용 빈도와 시간이 더욱 증가하여 지금보다 다양한 CTV광고의 활용 기회를 기업들에 제공할 것으로 예측된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거나 비용을 최적화하여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맥킨지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수용도에 따라 그 기업들의 2018~2022년 성장률은 업종에 따라 2.3배에서 6.1배까지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실행 전략은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필수적인 요소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TV광고는 기업의 마케팅활동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투자되는 영역인데 기업의 실무자들이 미래 지향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 역량을 강화하고 조직 내 데이터 기반의 TV광고 집행 프로세스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고위 경영진의 적극적인 TV광고 영역에 대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추진 의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고위 경영진의 이러한 관심과 의지가 몇 년 후 해당 기업이 마케팅 분야에서 래거드(Laggards)가 될지 리더(Leaders)가 될지를 결정할 것이다.
정인준 모티브인텔리전스 CTV광고사업본부 본부장/C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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