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야다 데차쿠나퐁(Pinyada Dechakunapong) 누트컴퍼니 태국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매니저

핀야다 데차쿠나퐁(Pinyada Dechakunapong) 누트컴퍼니 태국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매니저
핀야다 데차쿠나퐁(Pinyada Dechakunapong) 누트컴퍼니 태국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매니저
해외진출을 꿈꾸는 기업의 가장 큰 숙제는 ‘현지화’다. 국내에서 개발한 서비스(제품)를 해외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특성과 문화를 우선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최근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인 스타트업에서 영입 우선순위 직무가 있다. 바로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매니저’다. 현지화 전략 매니저로도 불리는 로컬라이제이션 매니저는 그 나라 출신의 유학생 또는 외국인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를 현지에 잘 연착륙할 수 있게 전략을 세우는 역할이다.

학창시절 K-POP을 좋아하는 태국소녀에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로컬라이제이션 매니저로 변신한 핀야다 데차쿠나퐁(Pinyada Dechakunapong) 씨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한국회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들었어요.
“작년 초에 인턴으로 3개월 정도 근무한 적이 있었고, 올 1월에 누트컴퍼니(위버딩)에 합류했으니 이곳이 한국에선 두 번째 회사네요.”

누트컴퍼니는 어떤 회사인가요.
“‘위버딩’ 서비스를 만든 스타트업이에요. 위버딩은 태블릿PC 이용자들을 위한 디지털 문방구 서비스인데, 노트필기나 다이어리 작성 등을 위한 서식부터 브러쉬 파일, 스티커 이미지 같은 디지털 문구 콘텐츠를 서비스 하고 있어요. 미국을 비롯해 태국, 대만, 뉴질랜드 등 28개국의 글로벌 크리에이터가 입점 작가로 활동 중인 글로벌 서비스인데요. 한국뿐만 아니라 태국에서도 요즘 20대들 사이에선 인기예요.”

이곳에선 어떤 포지션을 맡고 있나요.
“제가 맡은 포지션은 ‘로컬라이제이션 매니저’예요. 위버딩 서비스가 제 고향인 태국에 진출을 했는데, 태국의 시장 환경을 비롯해 경쟁사, 소비자 패턴 등을 조사·분석해 태국에 잘 안착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이죠. 그리고 태국 시장의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도 참여하는데, 태국은 한국과 또 달라서 소셜미디어나 플랫폼에서 위버딩을 알릴 수 있는 전략을 함께 세우고 있어요.”

현지 크리에이터를 영입하는 일에도 참여한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위버딩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현지 크리에이터, 작가들과의 협업이 필요하거든요. 저희 서비스를 보다 잘 알릴 수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영입하고 소통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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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유학생과 스타트업 연결해주는 디캠프 행사에서 회사 알게 돼···태국 현지 시장 조사 등을 맡는 로컬라이제이션 매니저로 입사”



누트컴퍼니에 입사한 계기가 있나요.
“작년 11월에 동남아시아 유학생들과 한국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디캠프 행사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대표님을 만나게 된 게 인연이 됐어요. 그리곤 정식 인터뷰를 거쳐 1월에 합류하게 됐어요.”

인터뷰(면접) 땐 어떤 질문들이 오갔나요.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정식 인터뷰 때도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어요. 당시에 태국서 인기 있는 유튜버·인플루언서 리스트가 포함된 노션 페이지(Notion page)와 함께 태국시장에 대해 브리핑을 했는데, 나중에 대표님께서 그 부분이 감명 깊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해외진출을 꾀하는 기업에서 외국인 로컬라이제이션 매니저 채용이 늘어난 분위기예요. 로컬라이제이션 매니저로선 어떤 부분을 갖춰야 하나요.
“크게 3가지로 꼽을 수 있어요. 우선 ‘의사소통’인데요. 로컬라이제이션 매니저는 다양한 팀들과 소통이 필요해요. 디자이너나 마케터, 번역자 등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프로젝트 방향을 잘 잡아나갈 수 있거든요. 그리고 ‘시장에 대한 이해도’예요. 태국시장의 특성, 동향을 이해하는 건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현지인들이 좋아할만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경쟁사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하죠. 또 하나 ‘프로젝트 관리’를 할 줄 알아야 해요. 저 역시 태국 현지 파트너(크리에이터)들과 협업을 통해 시간과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분배해 나가고 있어요.”

그 나라 출신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가 포인트겠군요.
“그렇죠. 단순히 태국사람인 것과 태국시장을 잘 아는 건 별개예요. 매니저로서 자신의 나라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요. 또 미리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잘 안다고 해서 자신이 아는 쪽으로만 생각해선 안 되거든요. 객관적, 비판적 시각으로 이 서비스를 어떻게 현지화할지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해요.”


“일과 삶 분리하는 태국과 달리 한국은 직장에서의 열정이 강해···한국 특유의 빨리빨리문화, 세분화된 직급체계 처음엔 당황스러워”



태국과 다른 한국기업의 문화로 인해 애로사항도 있었을 것 같아요.
“유학생 때와 달리 외국인으로서 직장인이 되니 적응해야할 부분들이 있었어요. 태국은 일과 삶을 분리해 삶의 여유를 찾는데 더 집중한다면 한국은 직장에서의 열정이 굉장히 강하다고 느꼈어요. 업무에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의 삶도 양보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또 뭐든지 빨리빨리 진행되는 문화에 처음엔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한국 문화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웃음)”

외국인들이 바라볼 땐 한국문화가 빠르게 느껴지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첨엔 정말 깜짝 놀랐어요.(웃음) 일처리도 빠르지만 걷는 속도도 굉장히 빨라 놀랐어요. 태국은 날씨가 더워서인지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여유가 있거든요. 아마 한국인들이 태국을 가면 “왜 이렇게 느리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한국 온 지 3년차이다 보니 이 문화에 익숙해졌는지 버스가 조금만 늦게 와도 답답해지더라고요.(웃음) 하나 더 꼽자면 직급체계예요. 태국도 직급이 나눠져 있고, 어른을 공경해야하는 문화는 한국과 비슷한데 한국은 좀 더 세분화되어 있거든요. 회사마다 사원, 주임, 과장, 책임 등등 누가 더 높은지 정리하는 데 처음엔 애를 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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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야다 씨의 한국에서의 모습(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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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태국과 한국의 다른 문화가 있다면요.
“서울에서 처음 지하철을 탔을 때 물건을 떨어트렸는데, 옆에 있는 분이 아무 말 없이 주워주셨어요. 행동은 아주 친절한데, 무표정이어서 순간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한국인 친구 사귈 때도 좀 어색했는데, 친해지면 과할 정도로 잘 챙겨주는 게 좀 다른 점이랄까요.(웃음)”

과할 정도라면 어떤 건가요.
“음··· 태국에는 소개팅 문화가 없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해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에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잘 모르는 사람이 개인적인 질문을 하거나 소개팅을 시켜준다는 말에 엄청 놀랐어요. 아마 다른 외국인들도 한번쯤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싶어요.(웃음)”

아무래도 외국인이다 보니 소통을 할 때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아 보여요.
“저도 완벽하진 않지만 한국어, 영어, 일본어를 할 줄 알아서 외국인과 업무를 할 때 어느 정도 소통할 수준은 되거든요. 그럼에도 완벽한 소통이 안 될 때가 많아요. 그럴 땐 스스로 답답하죠. 한국기업에서는 외국인과 업무를 하더라도 공용어는 한국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한국에 있는 글로벌기업에 취업한 외국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글로벌기업인데도 한국어를 주로 사용해 힘들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해요.”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요.
“어릴 적부터 K-POP을 좋아했어요.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팬이었는데, 언젠간 한국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던 것 같아요.”

한국엔 언제 왔나요.
“태국 방콕에 있는 쭐랄롱꼰대학교(Chulalongkorn University)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졸업하고 2021년 8월 한국에 와서 작년에 성균관대에서 MBA를 마쳤어요.”

최근 태국의 취업상황은 어떤가요.
“저 같이 미디어를 전공한 친구들은 PR·광고 에이전시로 취업을 많이 하는데, 요즘 취업 경쟁률이 워낙 심해 취업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태국에 있는 글로벌기업이나 한국, 미국, 일본 등으로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태국 청년들에게 한국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K-POP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죠. 근데 취업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한국의 기업문화가 맞는다면 한번 경험해보는 걸 추천해요.”

한국기업에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뭐가 있을까요.
“한국의 기업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지원하는 게 필요해요. 왜냐하면 살아온 문화가 아예 다르고 유학생 때와 직장인은 또 달라서 적응해야 할 부분들이 많거든요. 어떤 회사인지 모르고 단순히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취업을 하게 되면 적응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저같이 먼저 취업한 외국인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팁이 될 수 있겠네요.(웃음)”
K팝 좋아해 한국 온 ‘태국소녀’ 스타트업 ‘에이스’ 되기까지 [강홍민의 굿잡]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