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ㄱ씨 “유일한 박사님이 세운 회사 망치고 있는 사람들 있어”
‘30년간 없었던 회장직 신설해 사유화 논란’···유한양행 임직원 불만 고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서 논란 재점화
유한양행 측 “제보자 주장 사실과 달라, 객관적 입증된 내용 하나도 없어” 반박
주말 아침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제보내용은 국내 손꼽히는 제약기업인 유한양행의 이야기였다.
제보자 ㄱ씨는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님은 독립운동가이면서 본인이 주인인 유한양행을 자식에서 물려주지 않고 함께 고생한 직원들 또는 유한양행의 정신에 걸맞은 그 누군가가 회사 사장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생을 마감하셨다”며 “유일한 박사님께서 현직에 계셨을 때 유한양행의 위상은 지금 삼성, LG, SK 등 굴지의 대기업 이상으로 전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은 기업이었다. 그 후광효과로 2년 후 유한양행은 100주년을 맞이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현 유한양행 의장은)정관까지 변경하여 사장 역임 후 의장이라는 자리를 만들었고, 이젠 의장자리까지 모자라 회장자리를 만든다고 한다”며 “30년간 전직원 월급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유보금이 무분별한 투자와 본인의 퇴직금(직전사장의 3배 수준인 60억원)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또 “본인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 있는 자회사 유한건강생활(뉴오리진)상장을 위해 유한양행을 통해 각종 작업을 하고 있으며. 퇴직금 등으로 꾸준히 유한양행 주식 등을 매입하며 본인 입지를 키우고 있다”고 언급했다.
제보자 ㄱ씨는 “창업자이신 유일한 박사님은 회사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가족에게 준 거 하나 없이 사원으로 입사해 사장을 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체제를 만들었다”며 “그러나 지금 누군가 유한양행을 사유화 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님보다 (월급을)많이 가져가셨고, 회장직을 신설해 정규급여를 더 받아가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유한양행은 1926년 12월 유일한 박사가 설립하고 10년 후인 1936년 주식회사를 발족하고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줬다. 그 후로부터 3년 뒤 국내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해 본인 소유 지분 52%를 사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1995년 유한양행 회장직이 없어진 지 30년 가까이 되어가는 현재 다음달 1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주요 안건으로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유한양행 임직원들은 가족, 친인척을 배제하고 전문경영인에 회사를 맡긴 유일한 박사의 설립이념과 어긋나다며 반발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유한양행 회장직 부활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유한양행 측은 “제보자가 주장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객관적으로 입증된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정희 의장이)유한양행 주식을 매입해봤자 현재 0.07%만 보유하고 있는데,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주총에서 안건을 낸 회장직 신설 건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가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이제 회사가 양적 질적 성장함에 따라서 회사의 규모에 맞는 직제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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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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