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으로 5명 살린 이하진 씨

“엄마와 함께 마트랑 공원에 자주 놀러 갔던 것이 너무 행복했어요. 차타고 산소 갈 때 엄마 생각 많이 나요. 15개월 된 동생과 사이좋게 잘 지낼 테니, 엄마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요. 사랑해요.”

지난달 23일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된 뇌사장기기증자 이하진(42) 씨의 첫째 아들 김민재 군이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에게 안부인사를 전했다.

2020년 모야모야병을 진단받은 이 씨는 증상악화로 병원에서 수술을 권했지만,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었기에 출산 후 수술을 받기로 했다.

둘째가 첫돌을 지난 2023년 12월 수술을 진행한 이 씨는 수술 후 2주간 요양병원에서 회복 후 퇴원했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 온 독감으로 1월 17일 새벽 뇌출혈이 발생해 응급수술을 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기증자 이하진님 사진(출처=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기증자 이하진님 사진(출처=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 씨의 남편인 김동인 씨는 이 씨가 생전에 기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어린 자녀들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이 씨는 뇌사장기기증을 통해 신장(좌, 우), 간장, 폐장, 심장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

서울 종로구에서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 씨는 활발하고 늘 적극적인 성격이었고, 운전과 영화를 좋아했다. 자폐증이 있는 언니와 자라며 늘 양보하고, 보살펴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가족들은 젊은 나이에 사랑스러운 두 아이를 두고 떠난 이 씨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을 때 바로 수술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시어머니는 유방암 3기여서 수술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김동인 씨는“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히 잘 살았으면 좋겠어. 애들은 내가 잘 키울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켜봐 줘. 잘 지내. 사랑해.”라고 말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하늘에 천사가 되셨을 기증자와 숭고한 결정을 통해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기증자를 통해 새 삶을 받은 다섯 명의 이식수혜자도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