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사옥. 사진=영풍
영풍 사옥. 사진=영풍
고려아연과 영풍의 장외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영풍은 지난해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25.2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영풍이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권익 침해를 이유로 정관 개정 및 배당금 축소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표 대결을 예고한 가운데 고려아연 측의 해명에 대해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주주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주당 배당금 5000원과 함께 신주발행을 외국합작법인만을 대상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정관 삭제를 정기주총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영풍 측은 주당 배당금 1만원과 정관변경 안건에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영풍은 정관 변경의 경우 고려아연이 ‘표준정관’에 따른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표준 정관은 표면적 이유일 뿐이고 실제로는 기존 정관의 신주인수권 관련 제한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입장이다.

특히 영풍은 양측이 동업 관계로 정관 작성 당시 양사의 경영진이 합의 하에 만든 정관을 한 쪽이 일방적으로 개정하려 하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약속과 신뢰를 깨트리는 행위라고 밝혔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의도대로 정관이 변경되고 아무런 제한 없이 제3자 배장 방식의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가 보다 희석돼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치면서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유지’라는 지극히 사적인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배당금 축소 이슈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주주 환원율이 높다는 입장인 반면 영풍 측은 최근 수익성 감소 및 무분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배당해야 할 주식 수가 늘어 주주환원율이 높게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 중간배당 1만원을 합하면 1만5000원으로, 전년(2만원)과 비교하면 5000원 줄어든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배당이 이뤄지도록 결산 배당으로 1주당 1만원을 배당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1000억 원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 환원율은 76.3%로 전기(50.9%)에 비해 훨씬 높아진 상황이고, 환원액은 2022년 3979억원에서 2023년 4027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풍은 이에 대해 "2023년도 배당성향(1주당 1만5000원)은 56.76%로, 2022년(1주당 2만원) 49.77%, 2021년(1주당 2만원) 43.58%에 비해 증가한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시가배당률로 따지면 2021년 3.75%, 2022년 3.54%, 2023년 3.00%로 감소 추세"라고 말했다.

또한 영풍은 고려아연의 배당성향이 높아진 까닭은 최근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나빠진데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할 주식 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배당성향의 분모가 되는 당기순이익이 무려 3분의 1가량 폭락하면서 마치 배당성향이 높아진 것처럼 착시 효과를 일으킨 것"이라는 게 영풍의 입장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2023년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5331억원으로 전년도(7982억원)에 비해 2651억원(33.2%), 2년 전(8111억원)에 비해 2779억원(34.2%) 급감했다"며 "대표적인 기업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1년 10.95%에서 2022년 9.41%, 2023년 5.65%로 최근 2년 사이에 반 토막 났다"고 밝혔다.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로서 전체 주주들의 권익을 해치는 정관 개정과 배당금 축소 방안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영풍뿐만 아니라 고려아연 전체 주주의 권익 제고를 위한 길에 힘을 보태달라”고 전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