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 무관/사진=김민주 기자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김민주 기자
'엔저(엔화 약세)' 장기화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자, 일본에서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중가격제는 같은 제품을 외국인에겐 비싸게, 내국인에겐 저렴하게 파는 제도다. 일본에서 자국민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보여주면 호텔이나 음식점, 관광지 등에서 할인을 해주는 방식이다.

관광객 소비 증가로 인해 일본 물가가 상승하고, 해당 지역 현지인들이 피해 볼 것을 우려해 이중가격제를 해결 방안으로 고안해 낸 것이다.

실제로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1일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관광지 인근 식당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의 한 식당을 사례로 들면서 다른 지역에서는 카이센동 메뉴를 1000~1500엔(약 8800~1만3200원)에 팔고 있지만, 도쿄에서는 같은 메뉴가 6980엔(약 6만180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매체는 “엔화 약세로 일본이 저렴한 여행지로 변했지만, 현지 임금은 폭등하는 물가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여러 일본 인사들의 지지 발언에 이중가격제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가야마 히스노리 일본 료칸협회 부회장이 현지 매체 ‘트래블저널’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그는 “싱가포르에서는 테마파크나 슈퍼마켓, 레스토랑 등에서 거주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이중가격제를 운용한다”며 “이중가격이 나쁘게만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미 이중가격제를 현실화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일본 전철 운영사 JR 그룹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JK철도패스 7일권 가격을 2만9650엔에서 5만엔으로 무려 69% 올렸다.

한편, 일본 정부관광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268만 81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79.5% 증가한 수치이며, 이 기간 관광객 세 명 중 한 명(31.4%)은 한국인이었다. 또 지난해 외국인이 일본에서 지출한 금액은 5조3,000억엔(약 47조원)에 달한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