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된 정황을 수사하고 처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고 4일 밝혔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2월 27일 군사기밀 유출로 물의를 빚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을 제한하지 않은 행정지도를 의결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한화오션은 "지난 2012년~2015년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수차례 방위사업청, 해군본부 등을 방문하여 KDDX 개념설계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불법 탈취하고, 이를 비밀서버에 업로드해 광범위하게 공유하면서 입찰 참가를 위한 사업제안서 작성 등에 활용한 것은 2022년 11월경 확정돼 공개된 형사판결문 기재만으로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HD현대중공업 고위 임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는,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대담한 방법으로 군사기밀을 탈취해 회사 내부에 비밀 서버를 구축, 운영하면서 관리하고,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대응 매뉴얼까지 작성하는 일련의 조직적인 범행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점은 굳이 판결문 등이 아니더라도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추론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은 "이처럼 방위산업의 건전한 발전 및 경쟁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HD현대중공업의 조직적인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최근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의 대표와 임원이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현대중공업에 대한 부정당제재를 면제해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이 불법 탈취한 군사기밀 중 KDDX 개념설계보고서 등 중요 부분을 직접 생산한 실질적인 피해자임에도, 당국에서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처분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차분하게 대처해 왔다"면서 "하지만 최근 방위사업청의 처분을 지켜보면서 중대하고 명백한 범죄행위마저 HD현대중공업의 '꼬리 자르기'식 은폐 시도에 의해 모두 가려질 수도 있겠다는 심각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방위산업의 건전한 발전 및 경쟁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HD현대중공업의 조직적인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최근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의 대표와 임원이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부정당제재를 면제해 주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향후 방위산업에서 최소한도의 법의 테두리 내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토양이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우리나라의 방위산업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범죄행위를 저지른 현대중공업의 대표나 임원에 대한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2023년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방사청은 이와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여부를 논의했으나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참가를 제한하지 않았다.

이로써 HD현대중공업은 최대 5년간 방사청의 사업에 입찰할 수 없는 '부정당업체' 지정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보안 규정에 따라 방사청 사업 입찰 때 부과하는 보안 감점(-1.8점)은 2025년 11월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