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전북도지사 인터뷰
김관영 전북도지사에게 2024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난 1월 18일, 전북은 특별자치도 출범식을 가졌다. 그만큼 어깨의 짐도 무거워졌다는 뜻이다.특별자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북만의 브랜드를 확보하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 찾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막중하다. 특별자치도로 승격된 곳은 전국에 제주와 강원, 그리고 전북 등 세 곳뿐이다.
“전북이라는 행정구역은 1896년 갑오개혁의 결과입니다. 그 후 128년 만에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새 이름을 쓰게 된 거죠. 스스로 지역 목표를 세우고 정책 방향을 결정할 수 있고 고도의 자치 권한도 부여받았습니다."
김 도지사가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한 이유는 하나다. 잘 사는 전북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 전북이 그동안 지켜온 전통문화, 청정에너지, 농업, 그리고 새만금 등 지역의 특화 자원에 특별법이라는 제도적 기반을 더해 독자적이고 새로운 발전을 이루겠다고 했다.
김 도지사는 앞으로 전북특별법에 따라 농생명산업, 문화관광산업, 고령친화산업, 미래첨단산업, 민생특화산업 등 5대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기회의 땅인 새만금의 변화도 기대할 대목이다.
전북은 새만금투자진흥지구 지정으로 새만금 내 창업 또는 사업장 신설 기업에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고있다. 최초 3년은 100%, 추가 2년은 50%까지 감면 가능하다.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으로 ‘입지 확보, 전력·용수 등 기반 구축, 연구개발 예산 우선 반영, 인허가 신속 처리,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특례 제공, 기술·인력·금융 지원’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기업하기 좋은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보완해나갈 예정이다. 전북과 MOU를 체결해 입주한 기업에겐 투자보조금을 지원하고 이주 기업 직원 대상 정착지원금과 지역 건설업체 이용 시 보조금 추가 지원의 혜택도 마련했다. 이차전지, 레드바이오(의료·제약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 특화펀드로 1조 원을 조성해 창업·벤처기업을 활성화하는 데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기업 환경은 끝을 모르는 터널을 지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니 민생은 또 어떻겠 습니까. 기업 지원을 통해 탄탄한 일자리와 미래 첨단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입안을 위해 도민 고충 해결을 위한 ‘다함께 민생살리기 추진단’도 꾸렸습니다. 체감도 낮은 사업은 과감히 줄이고 도민들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정책을 만들고 운영하려 합니다.”
추진단은 김 도지사를 비롯한 도의 공직자와 전북연구원 등 관련 기관과 단체가 소속돼 함께 민생시책을 점검하고 발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매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 농·어업인, 장애인, 아동·청소 년, 노인, 여성, 청년, 주거 취약층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현장 정책 간담회도 연다.
“새만금 개발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새만금 전체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291㎢ (8800만 평)입니다. 빈 도화지 같은 이곳에 인프라를 갖춰 전 세계 기업인들이 찾아오도록 해야죠. 우선 새만금 내부를 가로지르는 십자형도로가 작년에 완성됐는데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새만금 외곽에서 심장부까지 동서남북 어디에서든 진입할 수 있게 된 거죠. 기업인들을 만나면 이 도로를 꼭 달려 보라고 권합니다. 광활한 토지를 보면 다양한 영감이 떠오를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공항과 항만, 철도 등 광역 교통망도 차근차근 갖춰가고 있다. 1조 원대 지역 간 연결도로와 새만 금투자진흥지구,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도 이뤄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으로 관련 기업 투자도 활발하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1년 반 동안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사, LG화학과 화유코발트 등대기업을 포함해서 10조 원이 넘는 투자가 새만금에서 이뤄졌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이차전지’ 하면 ‘새 만금’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게 김 도지사의 목표다.
문화의 고장, 관광산업 육성도 기대
전북은 명실상부한 ‘문화의 고장’이다. 호남평야와 지리산, 덕유산과 같은 산악지대와 서해가 인접한 덕분에 특유의 음식문화도 눈에 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음식문화는 문화예술의 질적·양적 수준에 큰 영향을 미쳐 지금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K-컬처의 근간인 한옥과 한지, 한복, 국악, 판소 리, 서예 등이 발전한 곳이 바로 전북이다.
“경기도 인구는 1400만 명인데 무형문화재는 85건입니다. 반면 전북은 인구 176만 명에 무형문화재가 102건이죠. 인구 대비 문화자산이 그만큼 높습니다. 고려와 조선 시대의 역사 유적지와 전통문화가 곳곳에 산재해 있고 700여 채의 한옥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전주한옥마을은 대한민국 대표 여행 체험지입 니다. 전북 14개 시군에서는 다양한 전통문화, 특산물을 체험할 수 있는 축제와 문화 행사가 사계절 내내 펼쳐지기도 합니다.” 전북은 올해 관광객 1억 명 유치를 목표로 관광 서비스 확충과 전북만의 스토리가 있는 관광 콘텐츠 발굴을 시작했다. 마케팅 전략도 개별여행 지원, 온라인 관광 플랫폼 운영, 태권도 등 특수목적 관광단 유치 등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생활인구와 체류형 관광 확산을 위한 전북 워케이션도 확대 예정입니다. 맛의 고장인 만큼 지역별 미식을 발굴해 미식 관광 활성화도 신경 쓰고 있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치유관광과 반려동물 동반 관광을 위한 인프라와 관광상품까지 빈틈없는 관광 인프라 조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특별자치도 특별법에는 문화산업진흥지구 지정, 해양문화유산 국제교류지구 지정, 친환경산악관광진 흥지구 지정, 산림문화·휴양·복지 특례 등 전북형 관광을 발전시킬 수 있는 특례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 지구 선정이 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김 도지사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많은 기업이 전북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고 산업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전북에는 광역시가 없습니다. 수도권과 제법 거리가 있다 보니 경제 발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부분이 있죠.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최하위권인 이유입니다. 청년 유출도 심각합니다. 작년 한해만 1만4000명의 청년이 전북을 떠났습니다. 14개 시군 중 11개 시군이 인구 감소·관심 지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자치도 승격은 도민 모두에게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하는 큰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반드시 다시 일자리가 늘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전북을 만들어내겠습니다.”
김 도지사는 ‘도전경성(挑戰竟成)’이라는 사자성어를 자주 떠올린다고 했다. 도전하면 반드시 이룰 수있다는 뜻이다. 전북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이 가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전하겠다는 김 도지사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이선정 기자 sligh1@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