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한국경제
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한국경제
지난 칼럼에서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드는 첫 번째 원인은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농업 사회에서 기계화 등으로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적게 들어가는 산업화 사회로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번째 원인은 우리나라의 교육 기간이 유독 길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 주요국 중에서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다시 말해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 중에서 우리나라보다 대학 진학률이 높은 나라는 없다는 뜻이다. 과잉 교육, 경제적 독립 늦춘다문제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전 세계에서 고학력자가 가장 많이 필요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저학력자가 필요한 저임금 노동시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고, 고학력자가 필요한 고임금 노동시장에서는 극심한 일자리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산업구조에 필요한 수준 이상의 과잉 교육 때문에 청년 실업이 발생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경제적 독립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초혼의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30대에 결혼하면 노총각, 노처녀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20대에 결혼하는 것이 특별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세 번째 원인은 ‘너무 많은 인구’ 그 자체이다. 대학 건축과 교재로 쓰이던 ‘3 Dimension’이라는 책에 나오는 사례인데, 어떤 연구소에서 실험용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일정한 공간에 생쥐들을 풀어놓고 충분한 먹이 등 생쥐 번식에 필요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생쥐의 수는 급증하게 된다.

그런데 생쥐 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생쥐의 번식이나 생존에 필요한 다른 것들을 더 공급해도 생쥐의 수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생쥐들의 존재로 인해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그것이 생쥐의 호르몬 계통에 영향을 주어 난임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인구밀도 높은 것도 원인이것을 도시와 같은 일정 범위로 확대 해석하면 현재와 같은 출산율 저하의 한 원인이 바로 ‘너무 많은 인구 그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나라는 총 28개 국가인데 우리나라가 바로 28위이다. 우리나라는 중국(2위), 러시아(9위), 일본(11위)과 같은 인구대국을 옆에 놓고 있기에 인구가 적은 것 같지만 전 세계 230여 국가 중에서 28위이면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많은 인구가 좁은 땅에 몰려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28개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보다 작은 나라가 없다. 범위를 넓혀 인구가 3000만 명이 넘는 51개 국가 중에서도 우리나라가 가장 작다. 이러니 인구밀도가 높은 것이다.

한마디로 인도나 중국과 같이 인구가 바글바글한 나라보다 우리나라 인구밀도가 더 높다는 뜻이다. 28개 인구 대국의 평균 인구밀도가 89.8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5.8배나 높은 521.1명/㎢이다. 인구대국들의 평균 인구밀도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국토 면적으로는 1000만 명 이상 국민이 거주하기에는 너무 좁다고 할 수 있다.

범위를 더 넓혀서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 나라는 세계에서 91개국밖에 없다. 그중에서 인구밀도가 우리나라보다 높은 나라는 방글라데시와 대만, 두 나라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인구 집중도가 세 번째로 높은 나라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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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범위를 수도권으로 좁혀보자. 우리나라 수도권 인구는 2023년 기준으로 2601만 명이 조금 넘는다. 이를 세계 순위와 비교하면 북한 바로 다음인 56위 정도이다. 그런데 수도권의 인구밀도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방글라데시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이다.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부러워하는 북유럽 3개국의 경우 인구가 우리나라의 10~20% 정도에 불과하다. 인구밀도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22~31배 정도 더 높다. 결국 현재로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도 우리나라 인구는 국토 면적에 비해 너무 많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면 과연 나라가 망하는 것일까? 흔히 인구 감소의 가장 큰 문제로 노동 인구의 감소를 들고 있다. 다시 말해 인구가 줄면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되면 정년 제도를 없애면 된다. 본인이 자의적으로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 다닐 수 있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실제로 법제화한다고 하면 현실 세계에서는 많은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은퇴를 해야 할 노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불만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짜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일할 사람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여 많은 청년 실업 문제를 떠안고 있는 나라라는 뜻이다.

세상의 어떤 현상이든 양면성이 있다. 어떤 현상을 위기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기회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농본 국가였던 나라가 산업화가 되면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일본에서 먼저 나타났고 한국과 중국에서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인도와 베트남 등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다만 인구 감소에 사회구조가 적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최대한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사회적,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올해부터 시행 중인 신생아 특례 대출 제도도 상당히 바람직한 제도이다. 여기에 소득공제 시 자녀분에 대한 공제 한도 증가 등 세제 혜택을 병행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과거 산아제한에 퍼부은 노력 이상으로 수년간 시행하다 보면 자녀를 갖는 것이 경제적으로 손해가 아니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서서히 퍼질 것이다.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드는 원인은 단순히 높은 집값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변화나 산업구조와 인재 공급상의 불균형, 과밀한 인구밀도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엉켜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이 나와야 정확한 처방이 따르는 법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 매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