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가 뚫은 비트코인, 어디까지 갈까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021년 11월 6만8999.99달러를 기록한 이후 2년 4개월 만에 6만9000달러의 벽을 넘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5일(현지 시간) 오전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6만9115달러에 거래됐다. 한화로는 약 9200만원이다.

2021년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10월부터 12월 사이에 급격하게 올랐다. 가파른 가격 상승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가격 변동 패턴이 반복될 시점에 둘째, 막대한 투자 수요가 유입될 동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2009년 탄생한 이래로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를 기준으로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움직였다. 반감기란 비트코인의 채굴 보상이 평소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시기로 4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

지금까지 거쳐온 3번의 반감기를 돌아보면 기준일 전까지는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심지어 하락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 700%, 1000% 이상 크게 상승하며 12~18개월 내 가격이 정점을 찍었다. 그 이후에는 또 가격 조정의 시기를 거치며 하락하는 것을 반복했다.

일례로 이번 최고가 갱신 이전까지는 역대 가장 높은 가격인 6만8999달러는 2021년 11월에 찍었다. 세 번째 반감기인 2020년 5월로부터 약 18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첫 번째, 두 번째 반감기 전후에도 비슷했다. 2011년 당시 2달러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은 반감기 1년 후 1000달러를 돌파했고 2차 반감기인 2016년 7월로부터 17개월 후에 200달러에서 2만 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을 말할 때 반감기로 대표되는 수요-공급 가격결정 법칙과 더불어 외부적인 상황, 즉 글로벌 경제를 빼놓고 따져볼 순 없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매 반감기 전후로 거시 경제적 변수가 겹쳤기 때문에 가격과 반감기 사이 정확한 상관관계를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나 역대 최고가 1, 2위를 달성했던 올해 3월 초와 2021년 11월 전후에는 ‘반감기가 다가온다’는 사실 외에도 폭발적인 가격 상승을 이끌어낼 만한 요인들이 있었다.

2021년을 돌아보면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유동성 정책을 펼쳤다. 시중에 현금이 많고 금리가 낮은 상태가 지속되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돈이 몰렸다.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실명 계좌 수는 2019년 말 88만 개에서 2021년 3월 말 379만 개, 같은 해 6월 말에는 676만 개로 늘어났다.

기관과 1000BTC 이상 보유한, 이른바 ‘고래’ 투자자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테슬라가 15억 달러(약 1조9971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사들였고 캐나다와 브라질이 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ETF 출시를 허가했다.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노린 것뿐만 아니라 현금 가치 하락에 대비하기 위한 헤징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4월엔 네 번째 반감기가 예정되어 있다.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작년 10월은 그로부터 약 6개월 전이었다는 점에서 과거의 패턴과 유사하다. 그러나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탠 것은 지난 2월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는 소식이었다.

3월 4일(현지 시간) 기준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10개의 총자산은 약 500억 달러(66조7000억원)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 중 미국의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약 100억 달러, 피델리티 ETF에는 60억 달러 이상이 모였다. 수요가 점차 늘면서 2월 동안만 4만3000달러대에서 6만2000달러로 약 44% 올랐다.

미국에 상장된 3000개 이상의 ETF 중 100억 달러 규모 이상의 대형 ETF는 4%에 불과하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벌써 그 허들을 넘어선 것이다. 그렇다면 기관투자가를 통한 뭉칫돈의 투입이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앵커리지 디지털의 CEO 네이선 매컬리는 “한때 방관자적 입장이었던 전통적 기관들이 앞다퉈 비트코인 ETF 상품을 내놓으면서 가상자산 강세장의 주요 동인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선 비트코인의 상승세론의 힘이 더 강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록체인 자문사 벤링크파트너스의 설립자 시시 루 매칼먼은 “비트코인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은 건전한 수준이며 다양한 투자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의 공급량 둔화로 인해 비트코인의 희소성은 가격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러한 현상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5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반감기가 지나면 반드시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3일(현지 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JP모간은 4월 반감기 이후 현재 가격에서 30% 이상 급락해 4만2000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더불어 과거 반감기와 비교해도 전후 가격 상승폭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1차 반감기 이후에 9000% 상승했지만 3차에는 700%를 겨우 넘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과열됐다는 신호는 밈코인 가격의 동반 급등과 김치 프리미엄 상승에서도 찾고 있다. 밈코인이란 결제나 보안의 기능 없이 단순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통상 이들의 가격이 갑작스럽게 오르면 코인 시장의 열기가 마무리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널리 알려진 밈코인인 도지코인, 시바이누, 페페 코인의 가격이 지난 일주일간 114%, 292%, 400%가량 올랐다. 또 국내 코인 매매 거래가 늘면서 한국 거래소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팔리는 ‘김치 프리미엄’도 형성됐다. 6일 오후 기준 환율을 적용한 비트코인 1개 가격은 8800만원대지만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약 5%의 프리미엄이 붙어 92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돋보기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 할까

작년 7월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은 금을 디지털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은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영향이 적은 대표적 안전자산이다. 비트코인에 이러한 수식이 붙은 이유는 공급이 유한해 희소성이 있고 가격 변동 추이가 금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ETF 출시 이후 2월까지 골드 ETF 14종에서 유출된 자금은 31억 달러(약 4조1000억원)다. 그에 반해 비트코인 ETF에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금을 대체하는 자산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안정적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기능할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린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금의 3.5배로 매우 큰 편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고점을 찍었던 3월 5일 5시간 만에 약 14% 하락하다가 점차 그 폭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두 자산 사이의 블록체인 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두 자산 사이의 상관계수는 0.21로 S&P500 지수 0.53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최근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던 것을 반영해 기간을 90일로 좁히면 각각 0.04, 0.13으로 더 줄어든다. 유사성을 근거로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평가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