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비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서평]
여론 전쟁, 출구는 있다
이영훈 지음│한국경제신문│2만원
기업에서는 다양한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제품 불량이나 리콜, 노사분규, 임직원의 배임, 횡령이나 오너 일가의 갑질 같은 일탈행위, 근로자의 산업재해, 환경오염 등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진다. 그런데 어떤 기업은 사건·사고가 터지고도 비난받는 상황에서 벗어나 더 많은 지지를 받는 반면, 어떤 기업은 회사의 평판과 이미지가 실추되고 비즈니스에도 차질을 빚는다. 왜 그럴까.

실제 사례를 들어보자. 1982년 시카고에서 6명이 연쇄적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모두 죽기 전에 타이레놀 캡슐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존슨앤드존슨은 즉각 캡슐 전량을 수거했고 공개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감내해야 했지만 회사의 용기 있는 행동에 많은 사람이 찬사를 보냈다. 사건 직후엔 타이레놀 판매량이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존슨앤드존슨은 3년 만에 과거의 점유율을 회복했다.

반면 비교되는 사례도 있다. 2010년 도요타자동차의 부품결함으로 미국에서 일가족 네 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다른 차종에까지 잇따라 결함이 발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도요타는 자사의 결함이 아니라 운전자의 부주의라고 주장하다가 거센 반발을 샀다. 미국의 부품업체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기도 한 도요타는 결국 1000만여 대의 차량 리콜 대상이 됐다.

위기 사건을 대하는 두 기업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저자에 따르면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성공 혹은 실패였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란 ‘기업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리고 ‘사람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정확히 인식한 후 그에 맞는 적절한 대응 메시지와 해결 방향을 찾아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위 사례에서 존슨앤드존슨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공감, 책임의식, 관계 등의 긍정적 키워드로 대응을 한 반면 도요타는 은폐, 회피, 무시 등의 부정적 키워드로 대응을 했고 그 결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말았다.

기업에서 위기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라고 궁금해한다. 그러면서 기업이건 대내외 평가자들이건 간에 각자의 입장은 하나의 ‘스토리’ 형태를 갖추고 결국 다양한 입장을 담은 스토리들이 서로 경쟁하게 된다. 저자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한마디로 위기 스토리들 간의 경쟁에서 내가 지지하는 스토리가 어떻게 우위를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로 본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메시지가 다양한 노이즈와의 경쟁을 뚫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싸움의 구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을 ‘위기 삼각형’ , ‘포지션 방정식’ 등으로 명쾌하게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기업이 상황을 최대한 객관화하여 볼 수 있도록 해주면서 상대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그 길이 보이도록 알려준다. 궁극적인 화해를 위해서는 적절한 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도 있어야 한다. 저자는 기업의 입장을 전략적으로 잘 반영하면서 설득력 높은 메시지를 개발하고 그 메시지가 타깃 공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스토리의 유통구조를 설계하는 방법까지를 이 책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신간 ‘여론 전쟁, 출구는 있다’는 오랫동안 국내외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100여 개 이상의 위기사건을 컨설팅해온 저자가 그간의 지식과 방법을 총망라해 지은 첫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비난받는 상황은 기업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며 평범한 개인의 일상에서도, 정치나 사회적 상황에서도 갈등은 다양하게 일어날 수 있다. 이때 거친 여론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막막하다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무엇을 고려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지 그 선택의 기준이 되어줄 것이다.

윤효진 한경BP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