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 보관 중인 엔화./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 보관 중인 엔화./연합뉴스
원·엔 환율이 다시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지자,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 빠르게 올라 100엔당 900원을 웃돌던 원·엔 환율은 올 2월들어 다시 800원대로 내려왔다. 여기에 일본은행이 금리정책 변화를 시사하면서 ‘엔화 반등’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1조2129억엔으로 집계됐다. 1월 말(1조1497억엔)과 비교해 632억엔(5.5%)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작년 4월 말 5979억엔에서 11월 말 1조1971억엔으로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12월 들어 엔화가 100엔당 910원대로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1조1331억엔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엔화예금 잔액이 늘어난 건 엔화 가치가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에서다. 지난 2월29일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89.75원으로 지난해 최고치였던 1002.93원(4월5일) 대비 113.18원(11.28%) 하락했다.

엔화 가격은 다시 떨어졌지만, 시장에서는 3월과 4월에 열리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일본 경제가 지난해 말 경기 침체에 빠지는 것을 피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일본은행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특히 올해는 물가 인상에 따라 지난해 수준을 넘는 임금 인상이 이뤄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4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본은행이 수익률선통제정책(YCC)를 폐기하고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은행은 2016년부터 단기금리는 -0.1%, 장기금리는 허용 변동폭 안에서 움직이도록 인위적으로 조정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YCC를 통해 금리를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당장 초완화정책을 종료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실질 경제와 주식시장 간의 괴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주식시장이 엔저를 타고 호황기를 맞았고, 일본 기업들 역시 환율효과에 따른 착시로 실적개선에 성공했지만 경제의 구조적인 성장에 성공했다고 말하기에는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통화정책 정상화 쪽으로 기울어진 시장 기대와는 달리 우리는 여전히 일본은행이 현재 통화정책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만약 금리 정상화 쪽으로 정책 전환이 이루어 진다면 2007년 이후처럼 그 후폭풍이 상당히 클 수 있다는 점도 신중하게 고민해야 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