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1967년생, 한국외대 중어중문학,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1993년 LG투자증권 입사, 2007년 우리투자증권 기업금융3팀장, 2014년 NH투자증권 커버리지본부장, 2018년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 2023년 NH투자증권 IB1·2사업부 총괄대표, 2024년 NH투자증권 대표 내정자(현). 
1967년생, 한국외대 중어중문학,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1993년 LG투자증권 입사, 2007년 우리투자증권 기업금융3팀장, 2014년 NH투자증권 커버리지본부장, 2018년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 2023년 NH투자증권 IB1·2사업부 총괄대표, 2024년 NH투자증권 대표 내정자(현). 
“드디어 마지막 날입니다. 어제까지 상당히 많은 수량이 청약됐어요. 오늘 기대가 참 큽니다.”

2023년 2월 25일 오스템임플란트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 윤병운 당시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현 IB사업부 부사장)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NH투자증권은 딜의 공개매수 주관사로, 윤 부사장은 당시 딜의 총책임자였다.

공개매수 종료까지 3시간여 남은 시간. 윤 부사장을 비롯해 IB 사업부 곳곳에는 축포를 터뜨리기 직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인수금융의 성공을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윤 부사장은 “PEF와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바이아웃 거래가 생기고, 추가로 공개매수까지 하면서 인수금융에 이르는 완전한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했다”며 “이러한 풀 패키지 방식은 업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딜의 성공 시 NH투자증권의 IB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을 자신했다. 그도 그럴 게 인수금융 부문의 역대 최대 규모이자 자본시장 최초로 추진된 ‘인수금융-공개매수-상장폐지 패키지’ 딜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의 흥행 대박이었다. 인수금액 약 2조2000억원, 당시 국내에서 진행된 상장사 공개매수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 거래로 NH투자증권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에 따른 시장을 선점하게 됐고, 이후 PEF 대상 마케팅을 강화해 의료용 기기 기업인 루트로닉의 패키지 딜까지 추가 수임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자문 역량 강화의 외길 NH투자증권의 랜드마크 딜로 꼽히는 오스템임플란트 패키지 딜은 최근 NH투자증권의 차기 사장 최종후보로 선정된 윤병운 부사장의 역량을 보여준 사례다.

당시 윤 부사장은 딜의 성공을 위해 기관투자가들을 1대1로 만나 딜의 의미와 공개매수에 응해야 하는 이유를 일일이 설명했다. 끈질긴 그의 설득은 기관투자가들을 움직였다. 3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 KB자산운용 등이 일찌감치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소액주주들도 대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주요 기관투자가 대부분 참여하면서 공개매수의 성패를 갈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수금융-공개매수-상장폐지 패키지’ 딜은 NH투자증권 IB 역사에서도, 한국 IB 역사에서도 최초의 사례였다. 이는 PEF에 적절한 솔루션을 제안하고 IB 패키지 딜 플랫폼을 지원한 NH투자증권 자체 IB 역량이 돋보인 건이었다. 윤 부사장은 “그간 쌓아왔던 우리의 자문역량이 집중된 딜”이라며 “우리가 추구해 온 IB의 방향이 집적된 일”이라고 말했다.

윤 부사장은 전임 사장인 정영채 대표와 더불어 NH투자증권의 IB 경쟁력을 강화시킨 ‘정통 IB맨’으로 통한다. 1993년 LG투자증권으로 입사 후 해외투자 및 금융상품 영업 등을 담당하다가 2003년 기업금융팀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0여 년간 IB 비즈니스를 담당해 왔다.

‘IB의 대가’로 꼽히는 정영채 대표가 IB는 물론 WM 등까지 회사 안팎을 총괄하는 동안 IB의 실무를 담당한 것은 윤 부사장이었다.

그의 목표와 목적은 NH투자증권의 자문역량을 키우는 일이었다. 윤 부사장은 “회사채를 인수하고 유상증자하고 IPO 하는 것은 옛날 비즈니스”라며 “경쟁사보다 우위를 갖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자문역량을 가져야 했다”고 말했다. 기업금융의 모든 딜이 자문역량에서 파생된 건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문역량을 쌓기 위해 기업분할부터 합병, 지주회사 전환 등에 이르는 작업들을 주로 맡았다.

그의 첫 성과는 2011년 당시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 시절 LG전자에 유상증자를 제안해 1조원의 대형 딜을 단독 주관으로 성공시킨 일이었다.

당시 우리투자증권에서는 1조원짜리 유상증자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안게 될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경영진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윤 부사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거래가 안전하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밤낮으로 찾아 끈질기게 경영진을 설득했다.

결과는 대성공. 구주주 청약률 97.77% 달성 및 일반 공모에서 약 4조원의 주문이 몰리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거래는 NH투자증권이 이후 국내 대부분의 빅딜에 참여할 수 있게 한 밑거름은 물론 국내 주요 발행사들과 깊은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는 최초의 성과로 통한다.

빅딜에 참여한 역량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윤 부사장은 M&A와 컨설팅에 특화된 기업금융전담역(RM)을 육성하는 데 주력했다. RM의 압도적인 자문역량을 토대로 기업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도록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현재 NH투자증권만의 ‘RM 문화’를 솔선수범하며 만들어 온 이도 윤 부사장으로 꼽힌다.

실제 윤 부사장이 2001년 KT와 함께 30일간 21개국을 돌면서 딜 로드쇼를 진행한 일은 RM의 모범 답안으로 회자된다. 당시 ‘KT 민영화’는 업계 최대 화두였고, 민영화의 일환으로 발행 예정된 ADR만 22억 달러로 아시아 최대 규모였다. 타이트한 일정 속에 그는 기업 옆에서 꼬박 한 달을 붙어 로드쇼를 성공적으로 진행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성격은 시원시원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치밀했다”며 “핵심적인 사항만 말하고 고객들의 비밀은 철저히 끝까지 지키는 무거운 입을 갖고 있어 고객들의 신뢰가 높았다”고 말했다.

기업과 신뢰관계를 쌓으면서 그가 가장 중시한 것은 검증된 실력이었다. 윤 부사장은 “말로만 ‘잘한다’해서 시켜보고 실망했다면 우리에게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회를 잡기 위해서 IB 사업부 전체가 진심을 다해 뛰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경쟁사 대비 SK, 롯데, LG, 포스코, 한화, 두산, 현대중공업 등 압도적인 주요 그룹사 지배구조개편 자문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국내 최초로 LG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진행했으며 현대중공업, 롯데그룹,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형사들의 기업지배구조 투명화 및 선진화도 도왔다.

지난해 NH투자증권 IB 사업부는 전통 IB 비즈니스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업계 1등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정영채 사장 후임으로서의 자격을 입증한 셈이다.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미션이제 윤 부사장은 지난 시간의 성과를 이어나갈 사명이 주어졌다. 윤 부사장 역시 사장 내정에 대해 “앞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전진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정영채 사장의 후광효과를 벗어나 NH투자증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미션을 갖고 있다.

물론 IB의 전문성은 이미 검증됐다. 첫 관문은 인사가 될 전망이다. 앞서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수한 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발로 뛰는 직원”이라고 말했다. 머리가 좋은 인재보다 현장 경험이 많은 인재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IB 사업부를 총괄할 당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0’에 가까웠던 것도 그가 추구하는 직무 스타일을 보여주는 일화다.

NH투자증권은 3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윤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의안으로 올린다. NH농협금융지주가 과반 지분(56.8%)을 확보한 최대주주인 만큼 윤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출 안건은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