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TF 1개월 수익률, 일본 ETF 앞질러
곤두박질치던 중국 증시가 ‘V자 반등’을 하는 모양새다. 중국 주요 주가지수는 올해 저점 대비 10% 넘게 반등했고 시장에서는 그래프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 지수는 지난 2월 2일 3179.63으로 장을 마감했다. 5년 만에 찍은 최저점이었다.
당시 지수가 코로나19 확산 때보다 더 하락하면서 중국 증시의 하락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득세했지만 이후 CSI300지수는 12% 넘게 뛰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18% 급등했다.
중국 정부가 인위적인 부양책을 펼친 결과물이다. 국내에서도 중국 주식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저점 매수를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은 중국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한다는 데 베팅하고 있다. 중국 ETF 1개월 수익률, 일본 앞질러 중국 증시가 최근 반등을 이어가면서 단기 수익률이 회복되자 국내에서도 중국 관련 상품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3월 14일 기준) 중국 증시를 추종하는 ETF 설정액이 4032억원 늘었다. 수익률은 최근 한 달간 크게 뛰었다. 중국 ETF 199개의 평균 1개월 수익률은 9.11%였다. 같은기간 일본 증시를 추종하는 ETF 수익률(4.90%)보다 높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중화권 증시를 추종하는 ETF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 모두 1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수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종목의 수익률이 눈에 띄었다.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H)는 1개월간 26.6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홍콩에 상장된 기술 테마 지수 일간 변동률의 2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외에도 TIGER 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합성, 18.88%), KODEX 차이나H레버리지(17.96%) 등 레버리지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중국의 2차전지, 반도체,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기업을 담은 ETF들 역시 약진했다. ‘국가대표’ 동원해 ETF에 73조원 투입 중국 정부가 증시부양을 위한 ‘총공세’에 나서면서 국가주도 장세가 펼쳐진 영향이다. 중국 증시 위기 때마다 등판했던 ‘국가대표(國家隊·궈자두이)’들 역시 주가부양에 동원됐다.
중국 국부펀드인 후이진투자유한공사(이하 후이진), 중국 증권금융공사 등으로 구성된 국가대표는 중국 증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주식을 매입해 증시를 부양하는 안전핀 역할을 맡았다.
최근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국유기관으로 구성된 이들 국가대표는 올 들어 4100억 위안(약 73조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분석한 결과다. UBS에 따르면 국가대표의 주식 매입 자금 중 75% 이상은 CSI300 추종 ETF로 유입됐다. 그 뒤를 이어 CSI500, CSI1000, CSI2000 ETF로 유입된 자금은 각각 12.9%, 6.7%, 4.5%를 차지한 것으로 UBS는 추정했다.
국가대표가 추가 매입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중국 증시 역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UBS는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증시 ‘대폭락’을 겪었던 2015년에도 심폐소생에 적극 나서 이를 부활시킨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정부 기관 모두 등판해 주가부양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3월 5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했다. 이를 통해 1조 위안 규모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다.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방어막도 구축했다. ‘악성 공매도’를 막는 증권사 대상 국경 간 총수익스와프(TRS) 거래액을 상한하며 공매도 단속에 나섰다.
기업들 역시 주가부양에 앞장서야 한다.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국유기업 핵심성과지표(KPI)에 시가총액 관리를 포함해 주가 관리에 적극 나서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많은 국유기업이 주가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중국 정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겹겹이 쌓이자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크게 늘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본토 증시에는 3월 18억 위안(약 3284억원)이 유입됐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난 1월까지 6개월 연속 순유출됐던 외국인 자금은 2개월 연속 순유입으로 바뀌게 된다. 모간스탠리는 “중국 주식에 대한 글로벌 펀드들의 매도세가 2월 말까지 둔화했고 성장주와 기술주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부양책’ 효과 두고는 전망 엇갈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그동안 시장의 눈은 중국의 국정 운영방침을 확정하는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로 쏠려 있었다. 지난 3월 11일 폐막한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로 제시하며 각종 부양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외 외신은 양회에서 깜짝 놀랄 만한 경기부양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경제가 직면한 디플레이션, 부동산 침체 장기화 등을 고려할 때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5% 성장률은 지난해와 같고 사전 예상과 동일한 수치”라며 “서프라이즈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중국 경제 자체의 기초체력이 회복된 것이 아닌 만큼 섣부른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5% 성장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을 미시적인 정책들로만 타개하려고 했다”며 “이번 양회가 악화하고 있는 경제 상황과 심리를 되돌리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특히 증시 부양을 위해서는 “주주가치보다 정부의 이익을 우선하는 현재의 경영 시스템이 혁신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주가부양에 대대적으로 나선 만큼 추가 부양책을 제시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일부 투자자들은 양회에서 대규모 부양책이 나오지 않은 데 불만을 표하지만 중요한 건 꾸준한 정책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 증시 호재”라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 역시 증시 반등을 주도할 수 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 기업 비야디의 주가는 최근 1개월간 12.46% 올랐고 2차전지 업종으로 분류되는 푸타이라이와 CATL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18.72%, 15.67% 상승했다.
샤오미도 첫 전기차 SUV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발표하자 3월 12일 장중 주가가 10% 넘게 뛰었다.
중국의 경제지표가 하나둘 회복되고 있다는 징후도 나온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7% 상승하며 6개월 만에 반등했다. 6개월 동안 CPI가 악화하자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임금과 투자를 줄이면서 소비자들은 구매를 보류하고 수요가 떨어져 가격은 낮아지는 악순환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해왔다.
하지만 2월 CPI가 최근 11개월래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하자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통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 역시 예상 외의 숫자가 발표됐다. 1~2월 수출은 전년 대비 7.1% 오르며 전망치(1.9%)를 크게 웃돌았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스탠더드라이프의 니컬러스 여 중국주식 담당은 “올해 디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어 기업들이 더 많은 결정권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 바닥권 근처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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