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18일) 윤석열 대통령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 자금 1500억 원을 긴급 투입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양재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특히 사과는 (생산이) 전년 대비 30% 줄어 소매 가격이 크게 올랐다”라며 “납품 단가 보조와 할인 판매 지원을 확대하고 대체 과일 수입을 늘려 사과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낮아지게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에 따르면 사과 도매가는 3월 2일 기준 kg당 5141원으로 전년 대비(2331원) 120.6%나 올랐다. 평년 가격을 훌쩍 넘어선 가격이다. ‘금(金)사과’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사과값 급등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사과 농가가 줄고 사과 재배 면적은 해마다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1월 말 발표한 ‘농업 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만3800ha인 사과 재배면적은 2033년 3만900ha로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향후 9년 간 약 축구장(0.714ha) 4000개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러한 금사과 논란에 일각에서는 수입산 사과를 대안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식물방역법에 따르면 농산물 수입을 위한 수입 위험분석 절차가 8단계로 길면 8년 이상 걸려 사실상 당장의 대안이 될 수 없을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국제식물보호 협약(IPPC)에 따라 농산물 수입을 위한 수입 위험분석을 8단계에 걸쳐 진행한다. 세계 각국 모두 동일한 절차다.
단계별로 보면 ①수출국 요청 접수 ②수입 위험분석 절차 착수 ③예비 위험평가 ④개별 병해충 위험평가 ⑤위험관리 방안 작성 ⑥수입 허용기준 초안 작성 ⑦수입 허용기준 입안 예고 ⑧수입 허용기준 고시·발효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 농산물을 외국에 수출하기 위해 걸린 검역 협상 기간은 평균 7.8년이었다.
분석 절차가 8단계나 되기 때문에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농산물을 수입하기 위해 진행한 위험분석 절차의 평균 소요 기간은 8.1년이고, 가장 빨리 끝난 중국산 체리도 3.7년이 걸렸다. 감귤은 뉴질랜드에 수출하기까지 23년이 소요됐다.
검역 절차를 무시했다가 병해충이 유입되면 생산은 줄고 방제 비용은 늘어나 가격 인상과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7일 “올해 과일 가격이 높다고 ‘사과를 바로 수입합시다’라고 해서 올해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는 사과·배의 일시적 수입 조치에 대하여 검토한 바 없으며,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과학적 증거에 기반하여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정부는 사과 수입허용을 요청한 11개국에 대해 과학적 증거에 기반하여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농림부 측은 "현재까지 사과 수입허용 요청국은 일본, 독일, 미국, 뉴질랜드, 남아공,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중국, 호주, 포르투갈 등 11개국"이라며 "정부는 11개의 수입허용 요청국에 대해 과학적 증거에 기반하여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에도, 우리나라에 사과 수입허용 11개국 이외에 요청국가가 있을 경우,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수입위험분석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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