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한테 밉보이면 나가야지” 병원 노동자 4명 중 1명 괴롭힘 당했다
#1 “직장 내 괴롭힘이 너무 심해 상담했더니 병원 실장이 불러 '원장님 인맥이 넓어 지역 내 실장들을 다 알고 지낸다. 병원에서 일하고 싶으면 신고하지 말고 조용히 나가라'라고 합니다.”

#2 “시간 외 수당은 2만원을 받기로 하고 근무했는데 갑자기 병원장이 1만2000원으로 삭감하겠다고 합니다.”

병원 노동자 4명 중 1명이 병원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병원 노동자들로부터 받은 제보를 분석한 결과, 62건의 제보 중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은 42건으로 나타났다. 이들 제보자가 지목한 가해자는 상사(27건·64.3%), 병원장(10건·23.8%)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추진위원인 장미 노무사는 "중소 병의원은 원장과 그가 신임하는 실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라며 "원장·실장들의 네트워크도 공고하기에 직원들은 부당한 대우에도 참고 일하거나 조용히 나가는 것을 택한다"고 말했다.

병원 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는 직장인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고 단체는 설명했다.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설문을 한 결과, 병원 노동자가 포함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의 29.5%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장인 평균(27.3%)보다 2%p 가량 높은 수치다.

이 조사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괴롭힘 경험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는 다른 업종보다 폭행·폭언(15.9%), 모욕·명예훼손(19.3%), 따돌림·차별(13.6%)을 가장 많이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단체는 "의사들처럼 권력을 갖지 못하고 대학병원 간호사처럼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어려운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은 의사·수간호사·관리자의 갑질에 노출돼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