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2023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낸 기업에 등극했으나, 도전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 / 사진=현대차
현대차 아이오닉5 / 사진=현대차
이익으론 삼성도 제꼈는데...현대차, 더 보여줄 게 있을까? [안재광의 대기만성's]
현대자동차가 2023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낸 회사에 등극했습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15조원을 웃돌아서 삼성전자의 약 6조5000억원 대비 두 배가 넘었죠.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1등 자리를 내 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5년 만인데요. 너무 오랜 기간 1등을 했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1등 아닌 게 조금 당혹스럽다는 분도 있으세요.

심지어 삼성전자는 기아에도 뒤처졌습니다. 기아의 영업이익이 11조원이나 했거든요. 현대차와 기아는 한 몸처럼 움직이니까 두 회사 이익을 더하면 26조원에 달해서 상대가 안 되네요.

두 회사 매출도 더해 보면 262조원이 나오는데요. 그럼 258조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를 근소한 차이로 앞섭니다. 매출, 영업이익 모든 면에서 현대차의 ‘질주’가 돋보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2023년은 현대차에 최고의 한 해였다고 할 수 있죠. 자동차 재고가 동이 나서 비싸게 많이 팔았고, 제네시스 같은 프리미엄 모델이 잘나가서 이익을 많이 낼 수 있었어요. 여기에 전기차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 기아의 EV6가 전기차 분야 상이란 상은 휩쓸었으니까요.

그럼 이런 질문이 당연히 나올 수 있습니다. 현대차의 질주가 계속될 것인가. 꼭지 찍고 내려갈 일만 남은 것 아닌가. 더 보여줄 게 정말 더 있느냐 하는 겁니다. 그래서 현대차의 과제는 뭔지 짚어 봤습니다.
◆최대 위협은 중국의 부상

우선 현대차가 앞으로도 엄청 잘 팔릴 거냐. 가장 위협적인 게 무엇인가부터 볼게요.
1순위는 중국입니다.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독일도 아니고, 일본도 아니고 중국이라니.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면서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게 중국 전기차의 확산입니다. 가성비가 너무나 좋거든요. 전기차가 잘 안 팔리는 이유가 뭘까요. 불편한 충전, 화재 위험 등등 있겠지만요.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에요. 전기차는 아직까지 비싸거든요.

현대차의 아이오닉5, 기아의 EV6 같은 전기차 가격은 최소 5000만원을 넘는데요. 차급은 쏘나타 주제에, 가격은 그랜저 이상이죠. 물론 보조금을 받으면 내려가긴 하는데 그래도 쏘나타보다는 훨씬 많이 줘야 해요. 비싼 브랜드도 그래요. 벤츠의 경우 EQE, EQS 같은 세단 가격이 최소 1억원대, 비싼 것은 2억원 가까이 하는데요. 이 돈이면 벤츠 S 클래스를 살 수 있거든요. 아무리 전기차가 좋아도 이만큼 돈 낼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죠.

중국 차는 달라요. 비야디(BYD)를 예로 들어 볼게요. 이 회사가 2023년에만 288만 대를 팔았습니다. 180만 대를 판 테슬라보다 많았어요. 판매량만으로 보면 전기차 세계 1위예요. 물론 중국에서 대부분 판 것인데. 중국 소비자들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테슬라조차 BYD를 의식해서 가격을 마구 내렸으니까요.

BYD가 주력으로 파는 모델이 ‘아토3’입니다. 아이오닉5와 엇비슷한 차예요. 이게 중국에서 30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어요. 아이오닉5 대비 30~40% 저렴하죠. 그런데 완성도는 크게 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히려 내부 디스플레이나 마감은 아이오닉5보다 더 좋다고도 하고요. ‘돌핀’이란 모델도 있는데 이 차는 가격이 1000만원대 후반입니다. 크기가 좀 작긴 합니다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전기차답게 디스플레이 크고요. 주행가능 거리는 400km를 넘어가요. 기아 레이 전기차가 엇비슷한데 레이는 2900만원 정도 해요. 가격 면에서 상대가 안 됩니다.

BYD 말고도 중국 전기차 브랜드는 수백 개나 있어요. 이런 가성비 전기차가 중국을 나와서 한국, 미국, 유럽에서 언젠간 팔리겠죠. 분명한 건 현대차를 비롯해 GM, 포드 같은 주요 완성차 기업들의 경영진이 최대 경쟁자로 BYD 같은 중국 기업을 지목했어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앞으로 글로벌 톱10 완성차 기업 중 9개는 중국 기업이 될 것이란 섬뜩한 예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기차 시장뿐 아니라 내연기관 시장도 다 잡아먹을 기세예요.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중국 온라인쇼핑 앱이 2023년 들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데요. 그 주된 이유가 초저가이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자동차는 초저가에 안 산다’고 단정하는 건 너무 순진한 발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상품이든 저렴하게 사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것이잖아요.
이익으론 삼성도 제꼈는데...현대차, 더 보여줄 게 있을까? [안재광의 대기만성's]
그럼 기술력은 높을까요. 이건 상위권 업체들을 봐야 하죠.

판매량 세계 1위 도요타는 내연기관, 하이브리드에 그동안 주력했어요. 전기차엔 별다른 대응을 안 하는 듯했어요. 그런데 2023년 6월에 충격적인 발표를 합니다. 2027년 혹은 2028년에 한 번 충전으로 1200km를 가는 전고체 배터리를 내놓고, 2028년 이후 1500km로 성능을 높이겠다고요. 전고체 배터리는 꿈의 배터리로 불려요. 배터리 안에 있는 전해액을 고체로 바꾼 것인데, 이렇게 하면 배터리 성능이 확 높아지고 폭발 위험은 크게 낮아집니다. 요즘 나오는 전기차의 주행가능 거리가 대략 400km 안팎이에요. 성능이 엄청 좋아도 600km 넘기기 어려워요. 근데 이 두 배가 넘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나오면 전기차 판도가 뒤집어질 겁니다.

테슬라는 어떤가요. 2024년 들어 기세가 확 꺾였어도 자율주행 기술은 ‘넘사벽’이죠. 여기에 가성비까지 갖추려고 해요. 2000만원대 보급형 전기차 모델2 양산을 이르면 2026년 시작하기로 했어요. 연간 1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첨단 자율주행 기술이 들어간 보급형 전기차. 이건 나오기만 하면 ‘대박’입니다.

GM, 포드, 혼다 같은 회사들이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돈이 1년에 10조~15조원에 달해요. 현대차와 기아는 합쳐서 연간 6조6000억원이에요. 연구개발에 쓰는 돈부터 이렇게 차이가 나죠. 더 투자해야 해요.

현대차도 큰 그림은 그렸어요.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바로 SDV(Software Defined Vehicle)입니다. 쉽게 말해 바퀴 달린 스마트폰, PC를 만들겠다는 것이죠. 이걸 하려면 우선 전기차 형태가 되어야 하고요. 자율주행 기능도 훨씬 발전해야 해요. 움직이는 컴퓨터잖아요.

그런데 그림만 그렸지 구현은 잘 안되고 있어요. 포드 출신의 김용화 사장에게 2023년 이 작업을 맡겼는데요. 김 사장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선임된 지 6개월 만에 고문으로 물러납니다. 그리고 현대차는 연구개발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요. 이게 뜻하는 바는 뭘까요. 생각대로 잘 안된다는 것이죠.

해외 기업과 협업한 것도 성과가 지지부진해요. 2018년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가진 오로라 이노베이션이란 기업과 협업을 시작했는데요. 아직까지 내놓은 게 없어요. 또 2020년에 현대차가 2조5000억이나 들여서 미국 앱티브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웠는데요. 이 법인의 적자가 2023년에 8000억원에 달했어요. 돈이 더 필요한데 협력 상대인 앱티브는 투자를 더 못 하겠다면서 손을 들었습니다.
◆주주친화 정책, 아직은 미진

마지막으로 주주정책이 있어요. 현대차와 기아가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고 2023년 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60% 이상 껑충 늘렸어요. 순이익의 25%를 주주들에게 주기로 했어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주주친화 경영이에요. 그런데 해외 경쟁사와 비교하면 이것도 부족해요.

혼다의 경우 순이익의 30%를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주기로 했죠. 여기에 자사주를 2조원어치나 매입해서 주가 부양에 나서요.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다 합하면 이익의 56%를 돌려주기로 한 것이에요. GM이나 포드 또한 주주환원율이 30~40%에 달했고요. 도요타도 40%가량의 순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줘요. 잘하고는 있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이죠.

현대차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 진화하는 기업이죠. 가격, 기술, 주주경영 세 측면에서 분명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믿어요. 대한민국 1등 회사가 됐으니까 걸맞은 실력을 보여주세요.


안재광 한국경제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