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경 베이비시터(맘시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들의 오복 중 하나가 ‘이모님 복’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베이비시터(이하 시터·아이돌보미)’를 만나느냐에 따라 부모와 아이 모두 삶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육아 중인 맞벌이 부부에겐 더없이 중요한 시터는 요즘 같은 저출생의 시대, 더욱 중요한 직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발했던 2020년부터 베이비시터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박애경 씨를 만나 ‘베이비시터의 세계’를 들어봤다.베이비시터는 언제부터 하셨나요.
“2020년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4년차가 됐네요.”
주변에 보니 입주를 하는 분도 있고, 시간대를 정해서 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맞아요. 각각의 상황에 따라 그리고 아이의 연령에 따라 조금씩 달라요. 전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시간제 돌봄으로 하고 있어요.”
베이비시터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제가 맡은 아이가 올해 7살이거든요. 4시가 되면 어린이집 하원을 하는데 그때부터 제 역할이 시작돼요. 보통 하원을 하면 집에 와서 간식/식사를 제공하고, 간단한 신체놀이를 하곤 합니다. 간혹 그날의 상황에 따라 집 근처 놀이터나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아이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미취학 아동의 경우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학습지를 함께 풀면서 부모님이 귀가하는 시간까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도 시터만의 기준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죠. 저와 함께하는 순간이 그 아이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이잖아요. 단순히 아이를 케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자존감을 형성해주고, 올바른 인성을 가질 수 있도록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것이 중요해요.” 돌봄의 범위는 어떻게 결정하나요.
“시터 공유 플랫폼에 제 프로필을 업로드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아이의 나이대부터 아이 수, 시간대, 간단한 설거지·집안일 등을 체크하는 방식이죠.”
그 다음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그럼 그 프로필을 보고 시터가 필요한 가정에서 연락을 하거나 반대로 제가 지원을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매칭이 되면 사전 인터뷰를 통해 각자 어떤 성향인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고용이 되는 거죠.”
“베이비시터의 시급, 아이 수 또는 집안일, 경력에 따라 차등 결정···1만원에서 2만원 사이에서 고용부모와 협의로 결정”
시급은 어떻게 결정이 되나요.
“보통 1만원에서 2만원 사이로 결정이 되는데요. 경력이나 돌봄 범위에 따라 결정돼요. 아이가 두 명 이상이거나 간단한 집안일을 추가할 경우 시급이 높아지는 형태죠.”
보통은 구체적으로 계약을 하지 않고 아이를 돌보는 역할로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주변 시터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구체적으로 일 분담을 하지 않아 난감한 경우가 더러 생긴다고 해요. 시터를 고용하는 가정 대부분이 워킹맘들이라 그렇죠. 특히 아침이 바쁘거든요. 집안일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요.
“아는 시터분이 고객 집을 방문했는데, 설거지가 잔뜩 쌓여 있었대요. 많이 바빴겠다 싶은 마음에 설거지를 해놨더래요. 근데 그 이후로도 설거지가 쌓여 있는 상황이 반복된 거죠.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를 그냥 못 본 척 지나칠 수도 없고, 하자니 내가 무슨 일을 하러 온 건가 라는 생각에 난감했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 두 번의 호의를 베풀 순 있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 얘길 해야죠. 아니면 아이돌봄을 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고, 감정문제로 번질 수도 있거든요. 시터가 집안일을 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대부분 오래 못 가요. 다만 그 문제로 소통을 할 때도 잘 설명을 하는 것 역시 시터의 역량이라 할 수 있겠죠.”
아이와의 마찰도 피할 수 없겠어요. 내 자식, 손주가 아니라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제가 맡은 아이들 중에는 유별난 케이스는 없었어요. 그렇지만 가끔씩 생떼를 부리거나 말을 안들을 땐 제 나름의 노하우로 접근하죠.(웃음) 사실 시터가 혼을 내거나 훈육을 할 순 없어요. 그렇다고 ‘오냐오냐’하면서 아이를 방치를 해서도 안 되거든요.”
요즘 육아방송에서도 많이 나오지만, 그래서 육아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예전에 맡은 아이 중 하나는 조금만 기분이 안 좋으면 밥을 안 먹었어요. 그 전 시터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떻게든 달래서 그 상황을 모면하셨대요. 떼쓰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면 시터는 편하지만 아이의 습관이 문제가 될 수 있잖아요. 하루는 또 밥을 안 먹겠다고 떼를 써서 밥을 바로 치웠어요. 그런 상황을 처음 겪은 아이가 조금 놀라더군요. 그러면서 “밥은 스스로 먹는 거란다. 할머니는 절대 밥 떠 먹여 주지 않을거야”라고 말해줬죠. 며칠 뒤 아이 엄마가 묻더군요. 어떻게 했길래 두 시간 동안 밥을 먹던 아이가 30분 만에 먹게 했냐고 말이죠. 이런 게 노하우
아닐까요.(웃음)” 요즘 아이 키우는 집에 홈CCTV 설치돼 있는 곳도 많은데, 일하면서 불편하진 않나요.
“간혹 설치가 안 돼 있는 집도 있는데, 그럴 땐 오히려 제가 설치하라고 권유하기도 해요. 왜냐하면 부모 입장에선 가족이 아닌 사람이 집에 있으면 불안하거든요. 그런 불안도 좀 없애고, 아이를 언제든 볼 수 있는 방법이니 권유해드리죠.”
“베이비시터 국가자격증은 없어, 특별한 자격요건은 없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중요”
시터가 갖춰야할 자격요건이 있나요.
“특별한 기준이나 조건은 없어요. 민간 자격증은 있는 걸로 아는데, 베이비시터와 관련된 국가자격증은 아직 없거든요.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긴 해요. 다만 제가 소속돼 있는 맘시터 플랫폼에서는 여러 가지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저의 경우 본인인증, 아이돌봄 인적성 통과, 맘시터 e-test 만점 통과, 맘시터 교육수료 등을 완료하고 인증을 받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전문가가 해야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저도 딸 쌍둥이를 키웠지만 이 일을 하면서 예전 육아방식과 요즘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특히나 아이의 정서 발달 시기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저도 회사에서 실시하는 맘시터 교육을 통해 최신 육아 트렌드나 아이의 발달 단계를 공부하면서 많이 배웠답니다.(웃음)”
직업적으로 근무환경이나 만족도는 어떤가요.
“결혼 전에는 특수분장사로 오랜 시간 일했고, 결혼 후 육아를 하면서도 쭉 워킹맘의 생활을 했어요. 은퇴할 나이에 이 일을 접했는데, 사실 이전 직업과 비교해보면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요. 시간제라 제 개인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직업이라 늘 순수해지고 젊어지는 느낌이랄까요.(웃음)”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나요.
“사실 갓난아기를 돌보는 시터분들은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어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재미있어요.”
이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있을 것 같아요.
“전 한 번 매칭이 되면 오래 지속하는 편이에요. 이 일을 처음 시작하고 만난 가정과는 지금도 영상통화를 하며 안부를 물을 정도죠. 얼마 전엔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아 갔더니 아이가 “할머니 손주가 태어나도 우리 집에 계속 와주세요”라고 하더군요. 아이 엄마가 “제 인생에 들어와 주셔서 감사해요”라는 손편지를 받고 감동받아 많이 울기도 했어요.” 직업병이 있다면요.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에게 말 거는 버릇이 있어요. 참아야할 때도 있는데 좀처럼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베이비시터의 직업적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전 아주 유망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육아경험이 있거나, 은퇴 후 제2의 삶을 꿈꾸는 분들에게 추천 드려요. 시간제로 유연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즐기면서 동시에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직업이거든요. 특히 아이들과 교감하며 지내다 보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느낌이에요. 전 이 일에 아주 만족합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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