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스티브 정) CJ ENM 아메리카 대표 인터뷰

정우성 대표 "한식처럼 맛있는 K-콘텐츠, 우리가 지켜낼 것"[CJ여, K-콘텐츠를 구원하소서③]
정우성 CJ ENM 아메리카 글로벌사업본부장 겸 대표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를 오랜 기간 지켜본 키 플레이어다. 지난해 9월 CJ ENM에 합류한 정우성 대표는 현재 CJ ENM 아메리카 공동대표이자 글로벌 사업본부장을 맡아 CJ ENM의 글로벌 성장을 이끌고 있다. 정 대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상장된 미디어 테크 기업 ‘프랭클리 미디어’ 설립자이자 CEO로 일했으며 미국 방송사 폭스(FOX) 글로벌성장전략책임자(CGO)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런 정 대표가 CJ ENM에 합류한 것은 ‘K-콘텐츠’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우성 대표는 “한국 콘텐츠가 지금과 같이 산업적 관심, 사회적 영향력을 얻은 적이 없다”며 “업계 동료들과 만남을 가질 때 모두 K-콘텐츠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고 우리와 관계를 맺고 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K-콘텐츠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협상 단계에서 이점이 생겼고, 이를 통해 프로젝트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된 것도 한국 제작사를 선택한 이유다. 정 대표는 “우리는 업계에서 소위 ‘잘나가는 친구(cool kids)’가 됐다”며 “모두가 우리와 어울리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9살 때 가족과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간 정 대표는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가 ‘잘 만들어졌기에 관심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한식처럼 한국 콘텐츠도 좋은 재료들로 이루어졌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재치 있는 이야기꾼이며 배우는 매력적이다. 제작진의 역량은 국제적인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다. 그는 “이미경 부회장이 기생충 오스카 수상 소감에서 언급했듯 한국 시청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수준이 높다”며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한국 콘텐츠가 왜 그렇게 ‘맛있는지(so delicious)’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콘텐츠가 단순 유행에 그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도 ‘그렇지 않다’고 확신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갑자기 좋은 드라마 제작을 멈추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다”며 “언제나 산업에 어려운 시기는 찾아오고 변화와 조정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의 콘텐츠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성과가 아니며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역할은 K-콘텐츠의 인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비용을 통제해 건강한 재정 수익 상태를 만들어 콘텐츠 사업을 지속가능하도록 하고, 새로운 작가와 재능 있는 스타들을 계속 발굴해내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CJ는 K-콘텐츠 생태계를 계속 성장시키고 피프스시즌과 같은 글로벌 자회사를 통해 미국, 일본 및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CJ ENM 아메리카의 목표는 ‘세계적인 미디어 회사’다. 그는 “더 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좋은 이야기를 계속 전하고 CJ 안팎에서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모으겠다”며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글로벌 IP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