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16>
왼쪽부터 앙리 부와이오-쀨리니 몽라쉐 프리미에 크뤼 레 폴라티에르
왼쪽부터 앙리 부와이오-쀨리니 몽라쉐 프리미에 크뤼 레 폴라티에르
와인 초보자들과 테이스팅 모임을 진행하면서 적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을 소개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그리고 입을 모아 외친다. “화이트 와인은 청포도로 만들지 않나요?”

그 답은 양조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화이트 와인 양조의 첫 단계는 수확한 포도를 압착, 주스로 만드는 일. 이때 적포도를 사용할 경우 색소 화합물질 안토시아닌 등이 들어 있는 껍질과 씨앗의 신속한 제거가 필수다.

정제된 포도 주스는 1차 발효 후 레드 와인처럼 색소와 타닌을 우려내는 침용(Maceration)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 투명한 과즙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곧바로 2차 발효와 숙성, 배합 과정으로 들어간다. 이어 병입을 통해 맑고 과일 향 풍성한 화이트 와인이 만들어진다.

이번 호부터는 화이트 와인이다. 대표적인 포도 품종으로는 샤르도네(영미식은 ‘샤도네이’로 표기함)와 소비뇽 블랑, 리즐링을 꼽을 수 있다. 그중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샤르도네부터 살펴보자.

미국의 한 대학 DNA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이 품종은 피노 누아와 구에 블랑의 접합 종으로 밝혀졌다. 프랑스 부르고뉴가 고향이지만 청포도 중 지구촌 가장 많은 곳에서 재배된다. 토양이나 기후에 상관없이 잘 자라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존력과 적응력이 뛰어난 포도 품종 샤르도네. 생산 지역별 또는 와인 메이커 철학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즉 ‘서늘’하거나 ‘온화’한 지역 혹은 양조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

서늘한 기후에서 생산된 샤르도네는 프랑스 부르고뉴 최북단 샤블리 와인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산도와 풍성한 미네랄 느낌.

이상준 칼호텔네트워크 운영담당은 샤르도네 100%를 사용한 ‘퓔리니 몽라셰 프리미에 크뤼 레 폴라티에르’를 추천했다. 생산자는 부르고뉴 도멘 앙리 부와이오. 우아한 정통 몽라셰 와인이지만 접근이 쉬운 편이다.

대한항공 기내 와인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서늘한 기후 샤르도네 와인에서는 풋사과와 배, 아카시아, 레몬의 상큼한 풍미를 쉽게 잡을 수 있다”며 “숙성되면 견과류와 비스킷, 버터 향이 두드러지고 부싯돌 같은 미네랄 풍미도 가득하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 등 온화하거나 따뜻한 기후 샤르도네는 산도가 약한 대신 묵직한 보디감이 특징. 복숭아는 물론 망고, 바나나 등 열대과일 향이 강한 편이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의 유승민 수석 소믈리에가 추천한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 ‘도우 샤도네이’. 잘 발효된 빵을 닮은 이 와인의 특징은 부드러운 미감과 고소한 풍미가 일품. 후반 크리미한 느낌도 강하게 나타난다고.

유 수석 소믈리에는 “도우는 청포도 본연의 맛과 향을 잘 표현한 와인이다. 질감이 부드러워 마시기 편한 때문인지 고객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울 강남 소재 ‘트랑블루 1647’의 박순석 소믈리에는 호주 서부 마가렛 리버 지역에 위치한 르윈 에스테이트의 ‘프렐류드 빈야드 샤도네이’를 추천했다.

이 와인의 특징은 카모마일이나 홍차, 브리오슈, 구운 아몬드 향이 함께 어우러져 섬세한 복합미를 제공한다는 것.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와인”이라는 것이 박 소믈리에의 설명이다.
한편 김준철 와인스쿨 원장은 “샤르도네 최고봉은 몽라셰 지역 와인이다. 프랑스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는 ‘몽라셰는 모자를 벗고 무릎 꿇고 마셔라’라고 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굳이 몽라셰가 아니더라도 올봄에는 ‘여왕의 와인’ 샤르도네로 시작해보시면 어떨지.


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juju433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