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수십 년간 투자가 미비한 데다 수백만 명의 빈곤한 코코아 농가에 대한 지원 부족, 기후 영향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코코아 랠리를 견인한 기상이변 ‘엘니뇨’ 대신 이제 라니냐에 대비해야 할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상이변의 변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관련 업종을 통한 신중한 선별 작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엘니뇨의 수혜자 ‘소프트 농산물’ 지수 코코아 가격이 톤당 9000달러(약 1200만원)를 돌파했다.
3월 25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코코아 가격은 톤당 7.97% 상승한 9649달러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코코아 가격의 톤당 9000달러 선 돌파는 사상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코코아 가격은 나흘 연속 상승했다. 올해에만 2배, 이달 들어서는 60% 급등했다. 코코아의 역사적 고점은 1977년 7월 18일 톤당 5010달러에 해당한다.
커피, 코코아, 원당 등 소프트 농산물 지수는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프트 농산물은 밀, 콩 등 곡물과 다르게 기호식품, 식품첨가물을 일컫는다.
원당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코코아와 로부스타커피의 강력한 성과 덕에 소프트 섹터는 양호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곡물과 달리 소프트 섹터가 이 같은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엘니뇨’라는 기상이변이 있다.
곡물과 달리 소프트 섹터는 엘니뇨 환경에서 작황이 악화된다. 엘니뇨 시 동태평양 연안에서 동남아와 중국 남부로 향하는 무역풍은 이동 속도가 둔화된다.
이 경우 글로벌 최대 로부스타커피 산지인 베트남(36.5%)은 6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엘니뇨발 가뭄에 노출되며, 글로벌 2대 원당 산지인 인도는 파종 기간(8~9월) 몬순 지연으로 평년보다 건조한 현상이 타나나게 된다.
아라비카커피와 원당 최대 산지인 브라질 동남부는 파종 기간인 9~12월 엘니뇨 영향권에 들어가게 되며 무섭게 질주 중인 코코아는 1~12월 전체가 수확 기간이기에 주요 산지 모두 엘니뇨발 가뭄 영향에 노출된다.
최 애널리스트는 “소프트 섹터가 엘니뇨의 수혜자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니냐 시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 3월 14일 미국 기후예측센터(CPC/IRI)는 9~11월 라니냐 발생 가능성을 기존 77%에서 85%로 상향했으며 10~12월은 85%로 전망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및 한국 APEC기후센터(APCC) 또한 마찬가지로 강력한 라니냐를 경고하고 있다.
6월경 라니냐가 도래하게 될 경우 무역풍의 이동 속도 강화로 중앙태평양과 동태평양 연안에 집중되었던 따듯한 해수는 동남아와 중국 남부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게 된다.
주요 곡창 지대인 미국 중남부, 브라질 서남부, 아르헨티나 지역과 달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인도에서는 적정량의 강수량에 의해 작황이 개선되며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브라질 동남부 등 역시 워커 순환의 변화로 소프트 섹터의 공급 차질이 개선된다.
최 애널리스트는 기상이변에 의한 레짐 체인지에 앞서 농산물 하위 섹터를 통한 롱숏 전략을 권고했다. 그는 “엘니뇨의 후퇴와 라니냐의 귀환은 곡물 가격의 반등이자 소프트 섹터 가격의 하락 전환을 의미한다”고 했다.
다만 곡물 관련 원자재 상장지수상품(ETP)들과 달리 소프트 섹터 관련 ETP 대부분은 상폐됐거나 낮은 거래량 탓에 직접 투자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해 가공 기업들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그간 양호한 성과를 보여왔던 S&P500 식품업종은 비용 압박이 심화되겠지만 초콜릿과 함께 커피, 청량음료 등 S&P500 음료업종은 원가마진의 단계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최 애널리스트는 “2023년과 다른 정반대의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며 “기상이변의 변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관련 업종을 통한 신중한 선별 작업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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