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멀리즘 구찌 만든 알레산드로 미켈레, 발렌티노로
이번주 첫 출근…오는 9월 파리서 첫 컬렉션 공개
미켈레 "발렌티노에 합류하게 돼 기뻐"
조용한 명품 트렌드와 거리가 멀었던 브랜드가 있습니다. '맥시멀리즘'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 '구찌'입니다. 이런 이미지를 굳힌 것은 구찌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인 알레산드로 미켈레였고요. 그는 2002년 구찌의 가죽 담당 직원으로 입사해 2022년까지 20년을 구찌와 함께한 인물입니다. 2015년부터 CD로 구찌 디자인을 총괄해 왔죠. 뭐든지 과하게 표현하는 게 미켈레 특유의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로고플레이 디자인이죠. 대문짝만한 구찌 로고, 호랑이, 뱀 등 다양한 동물들을 사용하는 게 특징입니다. 화려하다 못해 복잡해 보이기까지 한 탓에 호불호도 크게 갈리고요. '구찌 마니아'까지 생길 만큼 좋아하는 고객들도 있는 반면 부담스러워 싫다는 쪽도 많았습니다. 참고로, 영국의 유명 가수 해리 스타일스와 미국 가수 빌리 아일리시 등이 미켈레 구찌의 유명한 팬이죠.
미켈레의 가장 큰 성과는 구찌를 '탑 브랜드'로 끌어올렸다는 겁니다. 미켈레가 맡기 전인 2014년까지 구찌는 실적 정체가 지속됐지만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36억유로 수준의 매출은 2019년 96억유로까지 뛰었고요. 미켈레는 '새로운 구찌'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런 미켈레가 2022년 11월 구찌와 헤어진다고 발표하자 업계도 놀랐습니다. 동시에 어떤 브랜드로 갈지는 모두의 관심사였고요. 미켈레는 1년 5개월 만에 새로운 소식을 알렸습니다. 구찌의 경쟁사 브랜드이자 또 다른 이탈리아 명품인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가 됐거든요.
발렌티노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쿠튀리에(최고급 맞춤 의상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1960년에 만든 브랜드입니다. 브랜드를 만들자마자 예장용 의상으로 로마에서 이름을 알렸고, 1960년대 중반쯤에는 로마를 넘어 이탈리아 전체의 쿠튀르 간판 디자이너로 알려지며 크게 성공했습니다.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 엘리자베스 테일러, 재클린 케네디, 오드리 헵번, 소피아 로렌 등 유명인사의 드레스를 만들며 '이탈리아 쿠튀르'의 자존심으로 불린 그는 48년간 브랜드를 이끌어왔습니다. 2008년 은퇴를 선언했고, 후임으로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울리와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를 공동 CD로 임명했습니다. 이후 마리아 그라치아 치울리가 2016년 발렌치노를 떠나면서 피치올리 단독 CD 체제로 전환됐고요.
그러니까 발렌티노 사임 이후 2008년부터 최근까지 피치올리가 발렌티노를 이끌어왔다는 겁니다. 발렌티노의 수장이 바뀌는 게 16년 만이라는 뜻이죠.
미켈레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렌티노에서 환영해 주는 것은 큰 영광"이라며 "발렌티노에 합류하게 돼 매우 기쁘고 책임감을 느낀다. 평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를 준 발렌티노의 회장인 라시드 모하메드 라시드와 발렌티노 최고경영자(CEO)인 자코포 벤투리니에 감사한다"고 밝혔습니다.
미켈레는 이번 주부터 발렌티노로 출근한다고 합니다. 첫 작품은 2025년 SS(봄여름) 컬렉션으로, 오는 9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될 예정이고요. 패션업계에서는 '9월 패션위크'의 가장 기대되는 브랜드로 발렌티노를 꼽고 있습니다. 미켈레가 발렌티노에서 다시 한번 신화를 써낼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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