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디지털 전쟁[테크트렌드]
얼마 전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따뜻한 소식이 들렸다. 풀필먼트 솔루션 아르고를 운영하는 테크타카가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26억원을 투자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심지어 그동안 토스, 당근마켓, 쿠팡, 직방, 크래프톤 등 국내 유니콘이라 불리는 서비스에 투자와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던 알토스벤처스 단독으로 투자를 진행했고 물류라는 기존 포트폴리오와는 다른 형태의 사업군에 투자를 했다는 부분에 큰 이목을 이끌었다.

사실 현재의 물류 시장은 테크타카 외에도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디지털화가 덜된 부분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만들고 있고 최근에는 통신 3사를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그리고 현대자동차까지 물류 시장의 디지털화를 외치며 뛰어들고 있다. 최근 창고에서 운송까지 물류의 전반에 걸쳐 디지털이라는 깃발 아래 수많은 업체들이 진입하고 있고 이들 모두 디지털이나 인공지능을 통한 물류 효율화를 외치고 있다. 과연 물류의 디지털화는 최근 업체들의 주장처럼 안 되어 있는 걸까. 농업보다 뒤처진 물류2022년 물류 생태계 플랫폼 서비스를 만드는 업체의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이 한때 화제였다. 바로 물류의 디지털화가 농업보다 뒤처져 있다라는 언급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인식에 농업의 산업화는 기계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올린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어떤 행위보다 사람이 기계를 활용해 일을 하는 모습이 아마 가장 첫 인상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러한 농업보다 물류가 디지털화에서 뒤처져 있다는 발표에 사람들은 한편으론 의아함을 가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우리가 모르는 물류의 세계가 아직은 비효율이 난무한 산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사실 이 발표가 틀린 얘기는 아니었다. 정확히 2020년 딜로이트에서 평가한 산업별 디지털 성숙도 평가에서 농업은 4.7점을, 그리고 물류는 4.5점을 받았다. 말 그대로 디지털 성숙도가 농업보다는 뒤처져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물류의 상당 부분은 디지털화를 시도하거나 이미 적용이 되어 있었다. 국내는 아니지만 아마존은 창고 내에서의 자동화 로봇을 통한 효율화를 2019년 선보이면서 창고 내의 로봇 적용과 자동화를 통한 효율성 향상의 방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후 여러 중국 업체들을 비롯한 다양한 창고용 로봇들이 발전해왔고 지금은 신규로 만들어지는 창고에 해당 시스템들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로봇 외에도 이커머스의 수요가 커지면서 창고 자체의 자동화를 통한 주문에서 배송까지의 과정을 자동화로 처리하는 스마트 시스템들이 속속 적용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종이 영수증을 통한 거래와 거래 명세 및 정산의 수기 관리, 그리고 주문 발주에서 창고 운영, 운송이나 배송까지 어떤 시스템이나 자동화 장치가 아닌 전화를 통한 구두 발주와 관리가 이루어지는 곳도 많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물류라는 영역이 빠르게 변화를 하기에는 그동안 진행되어 온 관습과 기존 설비 투자에 대한 회수, 그리고 디지털화를 위한 니즈의 차이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디지털화를 위한 대규모의 투자 비용 마련이나 이를 적용하기 위한 기존 구조가 일정 부분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 지금 디지털일까최근 물류 시장에서 가장 핫한 분야는 미들마일 운송 시장이다. 2017년을 전후해서 일어났던 SK나 CJ와 같은 대기업의 1세대 서비스가 저물어가고 지금은 또 다른 IT 기업과 자동차 기업, 그리고 통신 기업까지 물류의 디지털화를 외치며 다시 한번 진입을 시도 하고 있다. 미들마일에서의 2세대 서비스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창고도 상황은 비슷하다. 테크타카와 콜로세움, 파스토와 같은 스타트업부터 LG CNS, 현대글로비스, 카카오모빌리티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스마트 창고를 외치며 창고의 디지털화를 표방하고 있다. 물류에서의 디지털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물류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구성을 갖고 있다. 어떠한 물건이 만들어져서 창고에 보관이 되고 이를 효율적으로 적재하면서 운영하다가 이후 최종 소비자에게 운송과 배송의 과정을 거쳐 도달하게 된다. 이를 잘 살펴보면 2000년대 들어 언급되었던 다양한 기술들이 물류라는 하나의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우선, 운송이나 배송을 살펴보면 이는 2015년 전후부터 기술개발을 통해 지금은 시장 성숙기를 맞고 있는 모빌리티 기술의 적용이다. 모빌리티는 일반적으로 사람을 특정 위치에서 픽업하여 목적지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위해선 차량을 효율적으로 배차하고 목적지까지 최적의 노선을 찾아 운행하게끔 하고 또 이동 간 문제가 없는지 차량을 관제하는 등 많은 기술들이 적용되고 발전하였다.

또한 다수의 차량을 관리하면서 차량의 상태나 조건 등의 파악을 통해 최적의 차량 상태를 유지하고 수요의 예측을 통한 사전 배차를 통해 사용자의 대기나 운전자의 피로도를 감소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성숙화한 기술들이 이제는 사람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닌 사물이 이동하는 산업으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존 모빌리티의 강자인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해 티맵을 포함한 통신 3사, 그리고 전통의 물류 강자인 CJ대한통운까지 출사표를 내고 미들마일 운송 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 AI 기반 운임, 최적화된 배차와 라우팅, 차주 위치 기반의 주문 추천 기능 등 기존 모빌리티에서 검증된 기술들이 대부분 적용되고 있다. 최근 출사표를 던진 포티투닷과 현대글로비스 연합의 경우 현대자동차의 이점을 살린 차량 내 FMS(Fleet Management System)를 통한 차량 관리, 그리고 차량 운송 관리의 효율화를 위한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까지 적용된 상용차와 솔루션 패키지를 출시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같은 미래 기술 역시 도심 내 택시나 버스와 같은 승객으로 한 적용보다는 물류 운송에서의 적용이 빠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광역 간 이동의 경우 고속도로 내의 자율주행은 지금도 일정 수준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고 톨게이트 이후 물류센터까지의 자율주행이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숙제가 해결된다면 차주의 노령화 해소는 물론 차량의 군집 주행을 통한 연료비 절감, 그리고 인건비 절감 등 로보 택시 대비 훨씬 큰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되며 물류사들 역시 빠르게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창고의 경우 운송이나 배송과는 또 다른 기술들의 적용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된 스마트 창고에 적용되는 자동화된 물류시스템은 기본이고 한때 유행처럼 언급되었다 사라진 디지털트윈, 그리고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애플의 비전 프로와 같은 XR 기술, 그리고 상품을 수집하거나 담아서 이동하는 고도화된 피킹, 패킹 로봇, 상품의 자동으로 분류하기 위해 비전 기술, 그리고 이러한 모든 부분들을 실시간으로 관제하고 컨트롤하기 위한 산업용 5G 네트워크망까지 말 그대로 지금까지 적절한 적용 접점을 찾지 못한 기술들의 활용처로 물류가 선택되고 있는 것이다. 넥스트 물류는 무인화?자동화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궁극적 목적은 무인화일 것이다. 물류 역시 기술의 적용을 통한 24시간 물류의 운영과 이를 위한 무인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창고를 활용한 계약 물류의 시장이나 미들마일의 시장 규모가 50조원 이상 수준으로 큰 반면 이를 디지털화하고 무인화하는 데도 큰 규모의 투자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지금부터 투자를 하고 시간을 인내하는 기업만이 최후의 승자가 되지 않을까?

최형욱 CJ대한통운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