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곁을 지키는 사람이 비로소 의사’, 소비자단체 현장 떠난 의사 공개 저격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4일 “환자 곁을 지킬 때, 의사가 비로소 의사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진료 현장을 떠난 의사들을 공개 저격했다.

이 단체는 “지난 2월 정부의 의사 인력 확대방안 발표 이후 두 달 흐른 현재 시점까지 여전히 전공의 집단이탈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지속 되고 있으며,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평했다.

또 “국민을 위한 결정이라며 환자 곁을 저버린 의사집단의 주장은 국민에게 그 어떤 공감대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그동안 국민이 의사를 ‘의사 선생님’이라 부르며 존중한 것은 그들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도 그들이 공부를 잘해야만 하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도 아닌, 나와 내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준 데 대한 고마움과 존경의 뜻”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이번 성명서에는 지난달 30일 충북 보은에서 웅덩이에 빠진 생후 33개월 여아가 상급종합병원의 전원 거부 끝에 숨진 사건과 관련한 논평도 나왔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며칠 전 충북 보은에서 물웅덩이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만 2세 여자 아이가 대형 종합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아이의 첫 응급처치를 담당한 지역병원과 소방당국이 충남과 충북, 대전, 경기지역 병원 10곳에 환자를 받아 줄 것을 요청했으나 9곳에서 거부된 끝에 3시간 만에 숨지는 사고로 어린 생명이 병원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지역의료 현실’과 ‘필수의료 인력부족’이라는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김영환 충북도지사도 “충북의 의료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낸 바 있다.

이 단체는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이 병원과 의사를 찾아 뺑뺑이를 돌다 길에서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강화해서, 전국 어디에 살든, 어떤 병에 걸렸든,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며 “이렇듯 의대 정원확대는 정치적 협상의 주제가 아닌 인간의 생명과 관련한 문제로 그 어떤 위대한 가치도 생명 앞에 우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이 지역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는 행보를 즉시 중지하고 전공의는 환자 곁으로, 의대생은 강의실로 돌아가기를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국민 수용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의대 증원 사안에 대해서는 의사들의 입장을 심도 있게 고려는 하되 실질적 의료 소비자인 국민의 뜻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정부와 의료계가 ‘강 대 강’ 대치가 아니라 의료 정상화를 위해 진정성 있는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며 국민들이 의사를 ‘의사 선생님’이라 부르는 그 이유에 맞는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때”라며 “전공의들은 하루빨리 환자의 곁으로 돌아오고 의과대학 교수들과 의대생은 강의실로 복귀해 시대적 소명 앞에 실질적 의료 소비자인 국민의 뜻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한경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