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정 장례지도사(교원예움)

김다정 교원예움 장례지도사.
김다정 교원예움 장례지도사.
누군가의 삶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직업 ‘장례지도사’가 요즘 주목받고 있다. 천만관객을 넘어선 영화 ‘파묘’ 덕분이다. 한국 특유의 장례문화가 담겨져 있는 이 영화 속에는 전직 대통령을 모신 베테랑 장의사가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직업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십 수년 전 시골 동네 어귀 음침한 곳에 자리했던 장의사는 이제 ‘상조’라는 이름으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장의사’에서 ‘장례지도사’로 명칭의 변화와 더불어 전문직이라는 직업적 이미지 쇄신 덕분에 고령화된 연령대가 점차 젊어지고 있다.

고교시절, 일치감치 장례지도사로 진로를 정한 김다정 팀장(교원예움)을 만났다. 삶과 죽음 그 가운데에 서 있는 그녀에게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요즘 영화 ‘파묘’가 인기예요. 영화 속 유해진 씨가 ‘장례지도사’로 나오는데, 보셨나요.
“얼마 전에 봤어요. 저도 딱 한번 파묘를 한 적 있었거든요. 저를 포함해 4명이 ‘개장’을 할 상황이었는데, 영화에서처럼 삽으로만 파묘를 해야 해서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원래 파묘할 때 삽으로 하지 않나요.
“요즘엔 포크레인으로 많이 하거든요. 근데 그땐 사람이 직접 관이 묻혀있는 곳까지 팠죠.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장례지도사를 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4년째예요. 원래 집은 울산인데, 충남 아산으로 올라와 있는 중이에요.”


"사망자가 발생하면 장례지도사가 직접 모셔서 안치 유족과 상담 후 방식 논의···발인일시, 장소, 장지 및 종교 등 반영해 장례방식 결정"


20대, 여성 장례지도사는 흔치 않은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하시나요.
“누군가의 삶의 마지막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일 중엔 망자를 최대한 예우를 갖춰 모시는 것이 중요해요. 보통 장례가 발생하면 저희 쪽으로 연락이 오죠. 그럼 저희가 고인이 계신 곳으로 직접 모시러 가 시신을 안치 후 유족들과 장례에 대해 상담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장례 진행에 필요한 서류 준비부터 장례방식 등에 따라 절차 및 일정 등이 정해지면 유족과 추모객들이 불편함 없이 추모할 수 있게 관리하는 것도 저희 역할이죠.”
“어디 여자가 제사를?···저한텐 안 통합니다” [강홍민의 굿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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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사망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이송 전 사망진단서(시체검안서)를 발급받고, 시신을 수습 후 장례식장으로 이송합니다. 영안실에 도착하면 시신이 굳기 전 고인의 옷과 몸을 바로잡는 ‘수시(收屍)’ 절차를 진행한 뒤 안치하게 됩니다. 그리고 유족들과 장례방법에 대해 상담을 한 뒤 제물상(사과, 배, 밤 등)을 올립니다. 보통 3일장을 치르게 되는데 그 안에 염습(수의를 입히는 과정), 입관(고인을 관에 모시는 과정)을 거쳐 발인으로 진행됩니다.”

유족과는 주로 어떤 상담을 하나요.
“발인일시, 장소, 장지 등 장례 일정부터 종교가 있는 고인의 경우, 그 종교에 맞게 장례식에 반영합니다. 또 매장이나 화장(火葬) 등 장례 방식도 정하게 되고요.”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분들도 있지만 집 또는 외부에서 사망하는 경우엔 어떻게 진행하나요.
“요즘 고독사가 많은데요. 떨어져 사는 가족이나 주변 이웃들이 발견해 신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 경우에도 저희가 현장을 찾아가 시신을 수습합니다. 또 사고사나 살인사건의 경우엔 바로 수습을 하진 못하고 경찰이 인계해 범죄와 연루되진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검시(변사의 의심이 있는 사체를 조사하는 방식)를 거치게 됩니다. 검시가 끝나면 장례식장으로 인계해 장례 절차를 거치게 되죠.”

사고사의 경우 시신의 상태가 온전하지 않을 수 있겠네요.
“그렇죠. 교통사고나 추락사의 경우 팔이나 다리가 떨어져 있거나 눈이 튀어나온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 수습도 저희 몫이에요. 떨어져 나간 신체부위를 수습하고 모두 봉합해 온전한 상태로 만들어 안치하게 됩니다.”

그 경우엔 시신을 수습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보통 입관 준비를 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리는데, 말씀드린 대로 상처가 있거나 신체가 떨어져 나가면 피를 닦고 봉합을 해야 하는 시간이 꽤 걸려요. 그리고 수의에 피가 묻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 수습을 하려면 적어도 2시간 이상 걸리죠.”

처음 시신을 수습할 땐 어땠나요. 무섭거나 두려운 마음은 없었나요.
“사람이 죽으면 몸이 경직이 되거든요. 그럼 저희는 일일이 몸을 다 펴서 바로 잡는 과정을 거쳐요. 일을 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오므라져 있던 시신의 손가락을 하나씩 피던 중 시신의 손이 제 손을 감싸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 제 몸이 굳어지면서 ‘혹시 살아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리저리 시신의 몸을 살펴봤죠. 솔직히 그때 살짝 소름이 돋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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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을까요.
“안 그래도 궁금해서 팀장님께 여쭤봤더니 죽은 지 얼마 안 된 사람의 몸 안 세포는 살아 있어서 그럴 수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염습(殮襲)을 하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보통 염이라고 하는데, 염을 하기 전 고인이 입고 있던 옷을 다 잘라서 버리고 수세복이라는 걸 입혀요. 그리고 시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7매듭을 묶어 영안실에 안치하는 수세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이후 시신이 입고 있던 수세복을 모두 벗겨 알코올 솜으로 깨끗하게 씻겨 드리는 염을 하게 되죠. 병상에 오래 계셨던 어르신들 중에는 욕창이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럼 깨끗하게 드레싱을 하고, 이감밴드로 정리하기도 합니다. 시신이 깨끗하게 정리되면 입관 절차가 진행됩니다.”

유족들은 염, 입관 하는 과정을 모두 참관하나요.
“예전에는 염을 하는 과정을 보는 분들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입관만 참관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어요. 왜냐하면 이 과정이 시신의 옷을 모두 벗겨 진행하기 때문에 유족들의 감정이 더 격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입관만 보시라 안내를 해드리는 편이에요. 그리고 염을 하고 입관을 준비할 때 메이크업을 해드려요. 남자는 수염을 깔끔하게 깎아드리고, 여자는 화장을 하죠. 최대한 생전 모습과 비슷하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직업적 이미지가 개선됐지만 '여성'이라는 선입견 여전히 존재···슬퍼하는 유족들 보며 같이 눈물흘리기도"


요즘에도 여성 장례지도사에 대한 선입견이 있나요.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아요. 간혹 유족 중에서는 ‘어디 여자가 제사를 지내느냐’며 역성을 내는 분들도 있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꺼리는 분들도 계세요. 처음엔 속상했죠. 지금도 안 그렇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노하우가 생겼죠.”

어떤 노하우인가요.
“사실 장례를 치르는 유족들은 슬픔과 동시에 큰 일을 치러야 하는 갑작스런 상황에 정신이 없어요. 저도 처음엔 슬퍼하는 유족들 틈에서 우왕좌왕할 때도 있었죠. 근데 그럼 안 되거든요. 그래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죠. 예를 들어, 유족들이 입관식에 참관할 때 망자를 잡고 오열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때 “잡으시면 편히 못 떠나십니다. 떨어져 주세요.”라고 단호하게 그럼에도 친절하게 안내를 하죠. 그게 필요해요. 망자를 위한 예우죠.“
“어디 여자가 제사를?···저한텐 안 통합니다” [강홍민의 굿잡]
그럼에도 늘 슬픔과 마주하는 직업이다 보니 스스로 감정 조절이 필요할 때도 있겠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엔 슬퍼하는 유족들과 함께 울었어요.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슬프게 다가왔거든요. 가끔 어린 아이들이 병이나 사고로 오는 경우가 있어요. 언젠가 한 아이의 장례가 끝나고 관을 넣은 운구차량의 문을 닫아야 하는데, 아이의 엄마가 그 문을 못 닫으시는 거예요. 장지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이 촉박해 문을 닫고 보내야 하는데, 저도 그러질 못했죠. 그때 같이 참 많이 울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장에서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장례지도사는 처음 현장에서 어떤 선배를 만나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현장에서 배울 때가 많거든요.”

대학에서는 뭘 배우나요.
“장례에 대한 이론, 절차, 제도, 공중위생, 시신위생처리, 현장실습 등 장례지도사로서 갖춰야 할 다양한 지식을 배워요. 제사 전반에 대한 내용인 ‘제례학개론’이나 시신을 닦고 메이크업하는 ‘회복기술학’ 등을 배우죠. 특히 이 직업은 장례지도사 자격증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이라 보통 대학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장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죠.”

장례지도사가 갖춰야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당연히 장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있어야 하겠지만 고인의 마지막 의례를 책임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을 배려하는 세심한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감 능력과 침착함이 있어야 해요. 슬퍼하는 유족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위로와 공감을 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충분히 이 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업적 장점은 뭔가요.
“예전에 비해 직업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수요가 많아 취업도 잘 되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삶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일이라 보람이 큰 것도 장점 중 하나죠.”

단점이 있다면요.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 장례지도사 친구가 있었어요. 결혼 준비를 하던 중에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났는데, 장례지도사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님께서 그 자리에선 ‘좋은 일 하는구나’라고 말씀해주셨대요. 근데 결혼은 반대하셨죠. 끝내 결혼은 하지 못했는데, 그 얘길 듣는 내내 남의 일 같지 않았어요. 장례지도사를 바라보는 인식이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느꼈죠.”

장례지도사의 성과는 어떻게 책정되나요.
“저희 아산지점의 경우 월 평균 30건 정도 장례를 치르는데, 목표치에 도달하게 되면 성과급이 있어요. 경찰서나 소방서에서 들어오는 변사자는 순번제로 운영되지만 병원 등은 영업을 통해 장례 건수를 높일 수 있어요. 그런 성과가 반영되는 거죠.”

혹시 직업병도 있나요.
“시신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어요. 가끔 동네를 산책하거나 운동할 때 갑자기 그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면 그냥 주택가예요. 불현 듯 그 냄새가 찾아오기도 해요.”

장례지도사의 향후 비전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장례업도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특히 여성 장례지도사는 특유의 꼼꼼함과 세심함으로 각광받는 분위기라 앞으로도 더 주목받지 않을까요.(웃음)”
“어디 여자가 제사를?···저한텐 안 통합니다” [강홍민의 굿잡]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