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위치한 아마존 프레시 매장./연합뉴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아마존 프레시 매장./연합뉴스
2016년 말 아마존이 세상에 없던 무인 편의점을 공개했다. ‘물건을 들고 나가기만’ 하면 결제가 자동으로 되는 아마존 고다.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을 도입한 아마존 고는 바코드를 찍거나 키오스크를 거칠 필요도 없었다.

입장에서부터 구매·결제까지 자동화돼 계산 과정 자체가 사라졌다. 아마존 고가 공개되자 세상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며 떠들썩했다.

아마존은 무인 수퍼마켓 아마존 프레시를 연이어 선보이며 무인 매장을 확대했다. 아마존 창업자이자 당시 CEO였던 제프 베조스는 “2020년까지 미국에만 2000개 매장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마존이 샌프란시스코 전역에서 아마존 고 매장을 철수했고, 아마존 프레시 매장에서도 무인 계산 시스템을 없애기로 했다.

미국 매체 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아마존은 아마존 프레시에 도입했던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아마존에서 무인 계산 기술을 담당하던 부서에도 칼바람이 불었다. 아마존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일부 부서에서 수백명의 직원을 감축한다고 3일 밝혔다. 아마존이 무인매장 철수를 발표한 다음 날이다. AWS 부서에는 대시 스마트 카트와 손바닥 기반 결제 기술, 무인 계산대 기술을 감독하는 팀들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결단은 사람을 AI로 대체한 무인매장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 기술 뒤에 사실 수천 명의 저렴한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 인포메이션은 최첨단 자동화 매장인 줄 알았지만 사실 1000명 넘는 인도인 원격 근무자들이 일일이 상품 라벨을 보고 분류해야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고 폭로했다. 센서와 QR 코드 스캔만으로는 정확한 결제가 어려운 탓이다.

해외 매체 기즈모도 역시 “아마존 프레시에서 고객이 매장을 나간 후 영수증을 받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주로 계산원이 동영상을 다시 보고 다른 고객에게 상품을 배정했기 때문”이라며 “각 매장의 스캐너와 비디오 카메라 시스템도 상당히 비싸다”고 보도했다.

인간 계산원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카메라 뒤로 이동해 AI의 판단을 한 번 더 검토하는 관리자 역할을 한 것이다. 2022년 기준 저스트 워크 아웃이 처리한 결제 품목 1000건 중 700건은 인간 검토자의 손을 따로 거쳤다. 무인 매장 결제 시스템의 70%가 사실상 수동이었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저스트 워크 아웃을 축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술의 유효성은 계속 검증해나갈 방침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