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연배 있는 불교 신자들이 대부분인데 올해는 특이해요. 이유가 뭔 것 같아요?”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행사장에서 만난 관계자가 기자에게 되물었다. 4월 7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 오전부터 많은 인파가 몰렸다. 대한불교조계종 주최로 매년 이맘때 열리는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폐막일을 즐기기 위해서다.

행사가 시작되는 오전 10시에 맞춰 컨벤션센터 앞에 도착했지만 행사장 앞은 이미 인산인해. 입장 줄 길이도, 서 있는 사람 모습도 인기 아이돌 가수 콘서트장과 구분이 안 갔다. 4일 개막부터 X(옛 트위터)를 시작으로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서 퍼진 인기가 실감 났다.
1700년 역사 불교가 Z세대 사로잡았다···'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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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수련하는 불교
Love ‘myself’ 하는 2030세대


젊은 세대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느끼는 부담과 압박을 참거나 숨기지 않는다. 대신 상담이나 주변에 적극적으로 조언과 도움을 구하며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돌본다. SNS처럼 익명이 보장된 곳이라면 현실을 강하게 비관하는 동시에 수 틀리면 머리 깎고 출가하지 뭐’라며 자조적 웃음으로 승화하기도 한다.

실제로 작년 10월 서울시가 만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 무료 심리상담 프로그램인 마음건강’에 예상보다 1600명 더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또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1년 전국 만 15~39세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9%가 스트레스·정신 관리를 자기계발 활동’으로 꼽기도 했다.

불교도 닮은 점이 있다. 유일한 신을 믿는 종교가 아니라 너도나도 부처가 될 수 있으니 열심히 수양하자’가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인 만큼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3관 산업전의 ‘웰엔딩 임종체험’, ‘AI부처님의 고민상담’, 출가상담’ 부스 인기가 그 결론을 뒷받침했다.

BTN불국토상조가 ‘남은 삶을 더 집중하게 만들어 준다’는 슬로건과 함께 불교식 장례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부스를 꾸렸다. 연인이나 친구끼리 방문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서로 수의 입은 모습이나 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며 감상을 나누고 있었다.

체험을 마친 20대 여성은 “작년부터 기다리다가 올해에는 미리 신청해서 왔는데 임종체험 부스는 지나가다가 신기하고 재밌어 보여서 들어왔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수의를 입었는데 관에 들어가니 내 장례식장 모습이 그려지면서 밖에서 슬퍼할 가족들과 친구들이 떠오르며 살아온 삶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취업이나 인간관계 등에 대한 조언을 나눠주는 ‘AI부처님’도 인기였다. ‘붓다를 붓다’라는 이름으로 부스를 연 대승불교 양우회는 챗GPT를 기반으로 불교 수행법을 다룬 도서를 RAG(검색증강생성) 기술로 보완해 ‘AI부처님’을 만들었다.

한 방문객이 직장생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자 “불교의 관점에서 ‘하심(下心)’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임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모든 사람, 모든 사물이 나를 가르쳐주는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수행자의 마음가짐으로 마음을 비우고 맡은 업무에 임하라”고 조언했다.


귀엽고 재치 있는 굿즈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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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관 붓다아트페어 토우랑’ 부스의 자빠진 쥐’ 도자기는 이미 완판으로 현장에서 주문 예약을 받고 있었다. 깨닫다!’, 응~수행정진하면 돼~’ 문구가 적힌 프린팅 티셔츠도 행사 둘째날인 5일부터 한정 수량 주문을 받고 추후 온라인 판매를 공지했다.

한 30대 여성은 “가장 인기 많은 자빠진 쥐 도자기는 이미 품절이라 아쉽게 못 샀고 대신 코끼리 공예품을 샀다”고 말했다. 또 “나는 불교 신자라 이곳을 매년 찾는데 올해 특히 또래 방문객들이 많아서 신기하다”며 “불교는 꽉 막히지 않은 종교이고 사회 변화에도 발 빠르게 반응해서 젊은 세대나 무교인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