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자사의 AI와 SW, HW 역량을 바탕으로 옵티머스(Optimus)라는 이름의 휴머노이드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반면 오픈AI는 특정 휴머노이드 기업에 개발 자금을 투자하는 동시에 투자 대상 기업의 휴머노이드에 챗GPT 등 자사의 AI를 탑재하도록 해서 휴머노이드의 고도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혁신의 대명사인 두 기업이 휴머노이드 개발에 참여한 배경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고도화된 AI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매개체인 동시에 가장 범용적인 로봇이 될 가능성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란 머리, 팔, 손, 다리 등 사람과 유사한 골격 구조를 갖추고 사람처럼 손으로 물건을 다루고 두 다리로 직립보행을 할 수 있는 로봇을 가리킨다. 사람과 유사한 구조와 동작 덕분에 휴머노이드는 눈, 코, 입이 달린 얼굴과 팔, 다리, 손가락 등을 이용한 인간의 동작과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형성된 인간 사회에서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로봇이 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휴머노이드의 대표적인 강점으로는 ▲사람에게 편안한 소통 기능, ▲뛰어난 공간 적응성, ▲다목적성 등이 거론된다. 오래전부터 로봇 분야에서는 사람이 소통하기에 가장 편안한 로봇은 휴머노이드라고 봤다. 사람처럼 상호작용의 수단으로 대화와 더불어 얼굴, 팔, 다리, 손을 이용한 동작까지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과 유사한 골격 구조 덕분에 사람의 신체 구조와 동작 방식에 맞춰 만들어진 가정, 사무실, 공장 등의 일상 공간을 개조하지 않아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의 손, 발 구조에 맞춰 만들어진 각종 도구, 장비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로봇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운반, 조립 등 용도별로 분화된 현재의 로봇들 중 상당 수가 언젠가는 휴머노이드로 통합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직립보행 구현에 주력해 온 휴머노이드 개발두 다리를 이용한 직립보행은 사람과 다른 동물들 간의 대표적인 차이점 중 하나로 꼽힌다. 1970년대에 개발된 일본 와세다대의 와봇-1이나 2000년대에 등장해서 대중에게 휴머노이드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혼다의 아시모(ASIMO)를 비롯한 대다수의 휴머노이드 개발은 이족 직립보행의 재연에 초점을 두고 추진돼 왔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Atlas)는 휴머노이드의 직립보행이 상당한 수준에 달했음을 보여줬다. 아틀라스는 유압 시스템을 이용해서 사람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동시에 계단, 경사지, 미끄러운 눈길 등 다양한 지형을 넘나들며 걷거나 뛰고, 재주 넘기를 할 수도 있다. 직립보행에 중점을 둔 휴머노이드 개발은 지금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소개된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지트(Digit)나 앱트로닉의 휴머노이드 아폴로(Apollo)도 직립보행에 중점을 둔 휴머노이드들이다. 디지트와 아폴로는 여러모로 유사한 면모를 보인다. 둘 다 키 170cm대, 무게 60~70kg대, 가반 하중 20kg대로 성인의 신체 조건과 유사하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직립보행에 중점을 둔 여타 휴머노이드들처럼 단순한 구조로 된 로봇 팔과 로봇손을 갖추고 있다. 로봇 팔과 손이 한정적인 동작만 할 수 있어서 디지트와 아폴로는 당분간 직립보행의 이동성에 기반을 둔 단순 운반 작업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디지트는 2022년 말부터 글로벌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의 시애틀 물류 창고에서 빈 상자를 운반하는 작업용으로 테스트되고 있다. 아폴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장에서 운반 작업 등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시청각적 소통에 중점을 둔 휴머노이드도 등장머신러닝 등 AI 기술이 향상되면서 사람과의 소통에 중점을 둔 휴머노이드 개발이 늘어났다. 2015년 공개된 일본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페퍼는 고객 응대나 가정의 취미, 반려용으로 판매하기 위해 소통 기능에 중점을 두고 개발되었다. 효과적인 고객 응대나 반려 활동은 모두 사람과의 소통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페퍼는 한정된 대화를 할 수 있는 자연어 AI와 사람의 표정을 인식하는 시각 AI, 대화와 음성, 표정을 통해 감정을 파악하는 감성 분석용 AI를 갖추고 있었다. 또한 귀여운 얼굴과 함께 5개의 손가락이 달린 작은 손도 갖추고 있었는데 페퍼의 손은 물건을 집거나 옮기는 작업용이 아니라 사람과 대화할 때 손목이나 손가락을 움직여서 보다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었다.
페퍼의 상용화 실패에도 불구하고 소통에 중점을 둔 휴머노이드 개발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2021년 말 영국의 엔지니어드 아츠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아메카는 사람처럼 피부로 덮인 얼굴과 깜빡이거나 씰룩이는 등의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눈, 코, 입, 그리고 간단한 동작을 할 수 있는 팔이나 손을 이용해서 시청각적으로 보다 입체적인 감성 표현을 할 수 있는 멀티모달 소통 기능을 갖추고 있다.
대규모언어모델인 LLM의 발전도 소통에 중점을 둔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테슬라 출신의 엔지니어가 설립한 휴머노이드 개발 스타트업인 피겨AI는 오픈AI와 협업해서 휴머노이드 피겨01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초 피겨AI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챗GPT를 탑재한 휴머노이드인 피겨01이 사람과 대화하면서 실시간으로 사람의 명령을 알아듣고 작업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피겨01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묻는 사람에게 빨간 사과, 컵, 접시 등을 본다고 답하는가 하면, 먹을 것을 달라는 요청에 응해서 직접 사과를 골라 사람에게 건네주기도 하고, 왜 사과를 주느냐는 질문에는 식탁에 놓인 물체들 중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사과뿐이라고 답하는 등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하고 그 이유까지 실시간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교한 손 동작에 초점을 둔 테슬라의 옵티머스휴머노이드가 정밀 조립, 전기 배선 설치 등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부위는 로봇손이다. 직립보행이나 소통 기능에 중점을 둔 휴머노이드에 달린 단순한 구조의 로봇손은 정교한 조립 작업에 부적합하다. 사람이 쓰던 도구를 받아서 사용할 수 있다는 휴머노이드의 강점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섬세한 동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손을 꼭 빼닮은 구조의 로봇손이 필요하다. 로봇손 개발에 집중하는 유형으로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들 수 있다.
테슬라는 자사의 자동차 조립 공정에서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옵티머스는 외형상으로는 키 175cm, 무게 60kg대로 여타 휴머노이드들과 비슷하지만 로봇손을 구성하는 HW와 로봇손 제어용 SW 및 각종 정보를 인식하는 시각 AI의 수준은 훨씬 고도화된 것으로 보인다.
5개의 손가락으로 구성된 옵티머스의 손에는 미세한 힘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와 각 손가락의 힘을 섬세하게 제어할 수 있는 모터 제어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옵티머스의 시각 AI는 로봇손의 위치와 자세, 작업 대상 물체의 형태, 색상, 크기 및 위치 등을 인식하는 동시에 이동 과정에서 스스로 장애물을 인식해서 회피하는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최근 테슬라는 유튜브를 통해 옵티머스가 사람의 명령에 따라 색상별로 다른 물체를 선별해서 작업하는 모습이나 계란이 깨지지 않도록 섬세하게 다루는 동작을 시연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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