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나가 모리유키 도쿄증권거래소 사장 인터뷰
이와나가 사장 “현금 움켜쥔 기업, 설비·인재·포트폴리오 투자해야”

이와나가 모리유키 도쿄증권거래소 사장. 사진=한국경제신문
이와나가 모리유키 도쿄증권거래소 사장. 사진=한국경제신문
일본 닛케이지수가 34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 개혁’ 등 파격적인 조치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 금융당국은 도쿄증권거래소의 정책을 벤치마킹해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짜고 있다.

이와나가 모리유키 도쿄증권거래소 사장(사진)은 지난해부터 도쿄증권거래소를 이끌고 있다. 1984년 일본 게이오대 법대를 졸업하고 도쿄증권거래소에 입사한 그는 2009년 최연소 집행임원에 올랐다. 2020년 클리어링기구 부사장을 거쳐 2021년 오사카증권거래소 사장을 역임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 도쿄증시 상장사에 대한 압박이 거세다.
우리는 20년 전부터 일본 상장기업에 지배구조 개선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사장이 폭주해 부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든지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거버넌스 체제 구축이 시작이었다. 이후 자율적으로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의사결정을 건전하게 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 구축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가장 큰 것은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만든 것인데 2015년 도쿄증권거래소와 금융청이 함께 만들었다. 이후 2018년과 2021년 3년마다 개정하고 있다.”

- PBR 개혁은 어떻게 나왔나.
도쿄증권거래소와 오사카증권거래소가 서울과 부산처럼 계속 경쟁 관계였는데 2013년 통합돼 JPX라는 하나의 지주회사 안에 두 개의 거래소가 됐다. 이후 전체 시장 구분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검토를 시작한 것이 2018년이다. 그리고 2022년 4월부터 새로운 3개 시장으로 구분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과거 ‘1부’를 간판만 바꿔서 ‘프라임’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프라임 상장사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회사가 PBR 1배 이하라는 얘기가 나왔다. 개선책을 촉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1년 정도 지났는데 그 효과는.
우리가 요구한 것은 각 회사의 자본효율성, 자본비용을 고려하고 주가를 의식한 경영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먼저 이사회에서 현황 분석을 하고, 토론하고, 개선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외부에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투자자들과 얘기를 나누라는 요청이다. 회사마다 단계가 다르기 때문에 대응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이런 것을 하겠다고 하는 회사는 프라임 시장에서는 약 60% 가까이 된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나.
지금까지 실적 발표는 담당 임원이 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갑자기 사장이 직접 나와서 발표하는 회사도 있고 1년에 세 번 정도 경영계획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든 회사도 있다. PBR 1배를 밑돌던 회사가 1배를 넘기 위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그동안 5%를 목표로 했던 것을 8%, 10%로 상향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 일본 기업의 실적 전망은 어떻나.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미래 성장을 위해 오랫동안 꾸준히 노력한 결과 실적이 지금 좋다.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4년 3월 결산 발표가 있을 텐데, 아마 작년 3월 결산에 비해 10% 이상 이익이 늘어났을 것이다. 내년 3월에는 약세론자도 5%, 강세론자는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랫동안 노력해온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지금의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 엔저 효과도 크지 않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중국 부동산 경기의 불안 등으로 인해 그동안 중국에 투자되던 해외 자금이 다른 지역으로 분산되기 시작했다.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까’ 고민할 때 엔저도 있었기 때문에 일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일본 기업의 실적을 보고 ‘일본 기업도 꽤 괜찮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참여하게 됐다.”

- 한국 기업에 조언한다면.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 기업들에 당부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잉여 현금을 보유하지 말라는 것이다. 잉여 현금을 보유하면 ROE가 낮아진다. 잉여 현금을 보유하지 말고 건전한 ROE를 실현하기 위해 그 현금을 제대로 성장 투자로 돌리라는 것이다. 설비투자, 인적자본 투자, 그리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검토 등이다. 여러 사업을 하는 경우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도 있을 수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검토하고 매각이나 사업 인수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 일본 개인투자자도 증시에 돌아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주식의 상승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미국 주식 투자가 수익을 가져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 새로운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가 시작됐다. 개인 NISA 계좌 개설 건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일본증권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한 달 동안 1년 전 1~3월 평균과 비교하면 2.9배에 달한다. 새로운 NISA 제도의 투자 대상은 미국 주식 등 글로벌 포트폴리오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50% 가까이는 일본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 일본 주식 100주 단위 거래는 부담이 크다.
주가가 높은 기업의 주식 100주를 매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투자 단위로 매우 큰 금액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상장사 측에 주식 분할을 요청해왔다. 2020년 10월에 다시 한번 투자 단위를 낮춰달라고 요청한 이후 지금까지 220개 이상의 기업이 분할을 진행했다. 3분할, 5분할 등을 하는 기업이 있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주주행동주의가 단기 차익만 노린다는 비판도 있다.
주식시장에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투자자들이 있다. ‘특정 유형의 투자자는 별로 좋지 않으니 필요없다. 특정 유형의 투자자만 있으면 된다’는 식은 문제가 있다. 그중에서 좋은 제안을 하는 투자자도 있다. 그런 투자자의 얘기를 잘 듣고 냉정하게 생각해서 좋다고 생각되면 받아들여야 한다. 투자자는 어떤 의미에서 무료 컨설턴트처럼 조언을 해줄 수 있다.”

- 닛케이지수는 앞으로 더 오를까.
기본적으로 주가는 그 기업의 실적과 주가수익비율(PER)이다. 기업 실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PER이 16~17배인데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과열되지는 않았다고 본다. 닛케이지수는 단순 평균 지수이고, 특히 반도체 기업에 힘입은 영향도 크다. ‘토픽스(TOPIX)’라는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수는 아직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런 기업들도 실적을 더 올리고 주주들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주가는 더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대기업에는 자본비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인력이 있지만 3900개 기업 모두가 그런 인력을 사내에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함께 논의하고 행동하는 프로그램을 실현하고 싶다. 이를 위해 올해 1월 상장기업지원팀이라는 부서를 신설해 사장 직속 프로젝트로 만들었다. 중견기업 사장들에게 직접 설명하면서 기업 전체의 노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움직임을 계속하고 싶다.”

- 한국 금융당국에 조언한다면.
기업 경영자의 마인드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인가. 역시 기업은 경영자다. 리스크를 어느 정도 건전하게 받아들이면 회사 실적이 좋아지고, 그러면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고 투자하게 된다. 회사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마인드를 바꾸는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특효약은 없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야 한다.”

도쿄=김일규 한국경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