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 최은석 전 CJ제일제당 대표 당선
기재부 출신 경제관료는 7명 당선

삼성부터 CJ까지…경제인 출신 당선인 몇 명일까[총선 끝 경제는⑥]
22대 국회 300석의 주인공이 결정됐다. 이들 중 합리적인 경제논리로 민생 경제와 기업 경영환경 개선에 앞장서겠다던 ‘경제통’의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국민의힘 당선인은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반면 출구조사 때까지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보였던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더불어민주당 후보)은 낙선했다.

경제 관료들의 결과도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 4번을 받은 임광현 전 국세청 차장이 의원 금배지를 달았다.

국민의힘에서는 세계은행(WB) 출신인 박성훈(부산 북구을)·조정훈(서울 마포갑) 후보가 당선됐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무소속 최경환 후보 역시 낙선하며 5선에 실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통’ 후보(윤희숙·이혜훈)는 서울 중구성동갑·을 지역구 후보로 나란히 나섰지만 고배를 마셨다. 기재부 출신 7명 당선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기업인은 고동진 국민의힘 당선인이다. 고 당선인은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 짓는 데 성공했다. ‘보수의 텃밭’ 강남병에 출마한 고 당선인은 66.28%(6만6597표)의 득표율을 기록,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여유 있게 제쳤다.
강남구병에 출마한 고동진 국민의힘 당선인./뉴스1
강남구병에 출마한 고동진 국민의힘 당선인./뉴스1
‘갤럭시 성공 신화’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고 당선인은 지난 1984년 삼성전자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유럽 연구소장, 무선사업부 기술전략팀장(부사장), 모바일부문(구 IM부문) 대표이사를 지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영입에 나섰던 그는 당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도 이름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고 당선인은 ‘전문 분야’를 살려 표를 모았다. 삼성동과 잠실운동장을 잇는 MICE(전시·컨벤션)벨트 조성 추진과 더불어 국민의힘 경기 남부권 후보들과 함께 수원·성남·용인·화성·오산 등을 ‘반도체 메가시티’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산업 발전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공언하는 등 첨단산업 공약을 내걸었다.

지금은 정치인이 더 익숙하지만 기업가 출신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국민의힘 당선인 역시 4선에 성공했다. 안랩의 창업주인 안 당선인은 성남시 분당갑에 출마해 53.27%(8만7315표)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7만6578표, 46.72%)에게 승리했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당선인./뉴스1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당선인./뉴스1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의료인의 길을 걷다 성공한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노후 아파트 재건축 조속 추진, 수광(수서~광주)선·월판(월곶~판교)선 및 지하철 3·8호선 연장, 판교 내 KIST 분원 설치 및 KAIST AI연구원 유치를 통한 영재학교 유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구 동구군위갑에서는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낸 최은석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최 후보는 74.48%(6만8563표)를 득표하며 신효철 더불어민주당 후보(2만3484표, 25.51%)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대구 동구군위군갑 선거구에 출마한 최은석 국민의힘 당선인./뉴스1
대구 동구군위군갑 선거구에 출마한 최은석 국민의힘 당선인./뉴스1
서울 도봉갑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인 역시 기업인 출신이다. IT 기업에 재직하다가 2018년 스타트업 ‘레이터’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던 그는 2020년 같이오름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광주 동남갑에 출마한 정진욱 당선인 역시 기업을 경험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교보문고 상무를 거친 실물경제 전문가다. 반도체 벨트 출마한 기업인 후보자 대거 낙마치열한 승부처였던 ‘반도체 벨트’에서는 기업인 출신 여당 후보자가 대거 낙마했다.

현대로보틱스 사장과 한국로봇산업협회 회장을 지낸 강철호 국민의힘 후보는 경기 용인정으로 출마했지만 전직 국회의원이자 에쓰오일 최연소 여성 임원 출신인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의 맞대결에서 패배했다.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인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는 경기 화성을에서 낙선했다.

국민의힘 비례의원이자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을 지낸 한무경 국민의힘 평택갑 후보 역시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에 밀렸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기업인 영입 1호이자 NC소프트 전무 출신인 이재성 후보가 부산 사하을에서 출사표를 던졌지만 국회 입성에는 실패했다.

기획재정부의 힘은 이번 총선에서도 여전했다. 기재부 출신 관료가 총 7명 당선됐다. 기재부 출신 당선인은 국민의힘에서 5명, 더불어민주당에서 2명으로 나타났다.
대구 달성에 출마해 당선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연합뉴스
대구 달성에 출마해 당선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연합뉴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 달성에서 3선에 성공했다. 추 의원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재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맡으며 당내 주요 정책에도 관여해왔다.

기재부 예산실장, 2차관을 지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경북 김천에서 세 번째 금배지를 달았다.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박수민 국민의힘 당선인은 초선으로 여의도에 입성한다.

박 후보는 민·관·연구 경험을 두루 갖췄다. 1992년 제3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재부 재정분석과장·조세지출예산과장 등을 지내고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 옮겨 사회구조적 문제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를 지내면서 한국 자본의 국제 진출을 도왔다. 2018년부터는 민간 영역에서 벤처투자가(VC)와 창업가로 활동했으며 메디컬 AI(인공지능) 스타트업 ‘Ainex(아이넥스)’을 창업해 기업을 경영했다.

부산 북구을 박성훈 국민의힘 당선인도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접전 끝에 당선됐다. 기재부 출신인 박 당선인은 해양수산부 차관,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조달청장 출신으로 경남 창원진해에 출마한 이종욱 국민의힘 후보도 당선됐다. 야당에서는 안도걸 당선인이 광주 동구남구을에서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을 역임한 조인철 당선인도 광주 서구갑에서 당선돼 초선 의원이 됐다. 두 당선인은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거친 예산·재정 전문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광주 동남을에 출마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뉴스1
광주 동남을에 출마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뉴스1
세계은행(WB)에서 15년 근무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이번 선거에서 서울 마포갑에 출마, 당선됐다.

이 밖에도 다양한 경제인이 22대 국회에 입성한다. 국민의힘에선 구자근(경북 구미갑) 전 태웅 사장, 백종헌(부산 금정) 전 새마을금고 부산시지부 부회장, 강승규(충남 홍성예산) 전 귀뚜라미보일러 대표가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인천 연수갑의 박찬대 당선인이 회계사 출신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