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으로 전운 고조되는 중동
호르무즈해협 봉쇄시 국제유가 급등 불가피
금리 인하 준비하는 미국 등에도 악영향
이란은 13일(현지시간) 밤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했다.
이란은 지난 1일 발생한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보복을 예고해왔다.
앞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0.64달러(0.75%) 상승한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고 종가는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였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중동은 세계 원유 생산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지역이다. 이 중에서도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다. 이번 충돌의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 유가가 더욱 오를 수 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유가는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다.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이곳을 거친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이번 공격에 앞서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유가 급등에 세계 경제도 비상더욱 큰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고조시킬 수 있는 만큼 금리 인하를 추진 중인 미국 등 세계 경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물가도 더욱 오를 수 밖에 없다. 이는 가뜩이나 늦어지고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더 뒤로 밀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의 금리 인하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간 전쟁 초기였던 지난해 10월 충돌 확대에 따른 여파를 우려하면서, 유가가 10% 상승 시 글로벌 생산이 0.15%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최악의 경우엔 1973년 ‘오일 쇼크’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시 아랍 산유국들이 중동 전쟁 과정에서 석유를 무기화하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당시 고성장을 구가하던 한국도 이때 ‘오일 쇼크’의 영향으로 1980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물론 이번 충돌이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회 이사를 지낸 호세인 아스카리는 스푸트니크통신 인터뷰에서 “중동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원유 수출을 계속 원한다. 따라서 유조선들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원유 수출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 충돌이)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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