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오늘(15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공식 입점 발표
2001년 스니커즈 커뮤니티로 시작, 20년 만에 나이키와 정식 계약
나이키와 다양한 캠페인과 콘텐츠 선보일 계획

"덕후의 꿈이 현실로"…'나이키 찐팬' 무신사가 해냈다[최수진의 패션채널]
연매출 1조원에 육박하며 국내 최대 패션앱으로 성장한 무신사. 20여년 전, 해외에서 나오는 나이키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니커즈 커뮤니티에 불과했던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 말입니다. 작은 소모임이 굴지의 패션 회사가 된 거죠.

무신사는 '고3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회사입니다. 조만호 총괄대표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1년, 운동화 정보를 교환할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프리챌이라는 온라인 동영상 포털사이트에서 직접 커뮤니티를 운영한 것인데요.

조만호 총괄대표의 최애 스니커즈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였습니다. 학창시절부터 나이키 운동화를 모아온 '나이키 덕후'로도 유명하죠. 이때 모은 나이키 제품들은 훗날 무신사를 만드는 데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무신사닷컴’의 서버비와 사이트 구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끼던 나이키 스니커즈를 중고거래로 판매하기도 했으니까요.

디젤마니아라는 운동화 커뮤니티에 당시 일화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2020년 커뮤니티 이용자는 "2004년인가 2005년에 나이키매니아라는 사이트에 엄청 고가였던 나이키 인디포스1이 매물로 올라왔었다"라며 "고등학생이라 용돈을 모아 연신내에 갔다. 판매자 형에게 왜 파냐고 물어봤더니 '무신사'라는 사이트를 만드는 중인데, 돈이 모자라 판다고 하더라"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구나 하고 넘겼는데 압구정 지나가다가 무신사 사옥이 있는 걸 봤다"라며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그 형님 잘됐구나 했다"라고 덧붙였고요. 작성자가 만난 사람이 바로 조만호 총괄대표였습니다. 이 글을 접한 조 대표가 다시 2022년 재출시된 인디포스1을 전달하며 이 글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증했죠.

나이키로 시작해 나이키 덕분에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 무신사가 오늘(15일) 나이키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식 브랜드숍도 오픈한다고 합니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에어 포스 1 △에어맥스 90 △줌 보메로 △코르테즈 △덩크 등 아이코닉한 스니커즈부터 의류, 패션 잡화 등 나이키의 주요 상품을 무신사에서 선보일 예정이고요.

스니커즈 편집숍을 운영하고 싶다는 조만호 총괄대표의 학창시절 꿈을 이룬 것도 모자라 나이키와 정식 계약까지 성공시켰습니다. 이번 입점이 상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죠. 올해 무신사는 나이키와 다양한 캠페인과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협업 시너지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봐도 좋을 것 같네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