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탱크들이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서 가자지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월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탱크들이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서 가자지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에 중동 긴장감까지 더해지며 1380원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14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예고가 나온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장 대비 8.6원(0.63%) 오른 1384.0원에 거래를 마쳤다. 1384.0원은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8일(1384.9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환율이 빠르게 오른 것은 미국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더디게 둔화하면서, Fed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미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해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은 지금까지 계속 너무 앞서갔다”며 “미국 금리 인하 시점 기대가 3월, 5월을 거쳐 계속 늦춰지더니 이제 6월 설도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지정학적 위험 고조도 달러 강세를 유발한다.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도 오른다.

이란은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본토에 무인기(드론)와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이란은 지난 1일 발생한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이 이란-이스라엘 간 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이는 달러화의 상방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점검회의를 열고 관련 영향을 점검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1375원 선을 넘어선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냈던 2022년 하반기 정도다.

과거의 지표로 보면 현재 환율이 '위기 수준'에 해당하지만, 한은 측은 예전만큼 시장 불안이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환율 수준에서도 시장 혼란이 덜한 이유에 대해 "최근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의 영향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해외 순자산이 늘어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