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 내내 여소야대 정국하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었던 지난 정권에는 주택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며 주택 보유자와 비(非)보유자 간 양극화가 심화했다. 무엇이 문제였고 그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부동산 측면에서 지난 정권의 잘못으로 치솟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는 것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권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 집값이 급등했던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시중에 자금을 많이 살포한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매장 폐쇄 등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살포된 자금이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 더 나아가서는 암호화폐 시장을 달군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발생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점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양극화이다. ‘다주택자와의 싸움’ 몰두했던 지난 정부
"문제는 양극화야"…총선 이후 집값은?[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위의 표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10여 년간 아파트 5분위 배율의 변화를 나타낸 표이다. 아파트 5분위 배율이란 상위 20%에 해당하는 고가 아파트 가격을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가 아파트 가격으로 나눈 지표이다. 다시 말해 5분위 배율이 5라고 하면 고가 아파트 한 채를 팔면 저가 아파트 다섯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고, 5분위 배율이 10이라고 하면 고가 아파트 한 채를 팔면 저가 아파트 열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에는 5.03이었던 것이 정권 말인 2017년 5월에는 4.74로 0.29포인트나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 때는 저가 주택이 더 강세를 보였다는 뜻이다. 현 정부 출범일인 2022년 5월의 지수는 10.14였고, 2024년 3월 말 기준으로는 10.34이다. 0.20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현 정부 들어와서 저가 주택보다 고가 주택이 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차이는 미미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펼쳐졌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시에는 4.74였던 것이 정권 말기에는 10.14까지 높아졌다. 5년 동안 5.40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 5년간 고가 아파트는 더 많이 오르고 저가 아파트는 오히려 약세를 보이는 초양극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면 지난 10년 동안 왜 이런 현상이 문재인 정부 때만 벌어진 것일까? 잘못된 부동산 정책 때문이다. 이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주택자와의 싸움이라 하겠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취득할 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취득세를 부과하고, 보유 기간 중에도 천문학적인 종부세를 부과했다. 처분을 하려고 하면 양도세를 중과했다. 양도차익의 절반 이상을 양도소득세로 부과했던 것이다. 다주택자가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하여 투자용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였다.

문제는 의도가 선하다고 결과까지 선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강력하게 다주택자를 압박하자 기존의 다주택자들은 집을 처분해야 했다. 그런데 이때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저가 주택 여러 채를 처분하는 것이 고가 주택 한두 채를 처분하는 것보다 유리하게 된다. 예를 들어 1억원짜리 저가 주택을 열 채와 10억원짜리 고가 주택을 한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전자를 처분하면 1주택자가 되는 것이지만 후자를 처분한다고 해도 여전히 열 채나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인 것이다. 그러니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저가 주택을 처분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10억원의 자금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1억원짜리 저가 주택 열 채를 살 수도 있지만 그러면 정부에서 싫어하는 다주택자가 된다. 그런데 같은 자금으로 10억원짜리 주택 한 채만 사면 아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1주택자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신규 매수자는 고가 주택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저가 주택을 처분하려는 사람이 늘고, 반대로 고가 주택을 사려는 사람은 늘어나니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文정부 시절 수도권 집값 상승률, 지방의 5배
"문제는 양극화야"…총선 이후 집값은?[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이번에는 지역적으로 살펴보자. 위 표는 정권별로 수도권, 지방 소재 5개 광역시 그리고 기타 지방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을 정리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나 윤석열 정부의 경우는 수도권이나 지방의 상승률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는 수도권 상승률이 5개 광역시의 두 배 이상, 기타 지방의 5배 정도 된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 번째는 수도권에는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이 많고, 지방에는 상대적으로 저가 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다주택자를 압박하자 지방 저가 주택을 주로 팔고, 수도권 고가 주택을 주로 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실수요가 부족한 지역이다. 2016년을 정점으로 지방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반해 수도권은 지금도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2016년 말부터 올해 3월까지 수도권 인구는 44만2770명이 늘어난 반면, 지방은 84만 5051명이나 줄어들었다. 실수요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지방의 경우 그나마 부동산 시장을 버티는 커다란 한 축은 투자 수요라 할 수 있다.

그런데 100% 투자 수요라 할 수 있는 다주택자를 압박한다는 의미는 지방 주택 수요의 큰 축인 투자 수요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규제가 취득세 중과이다. 다주택자의 경우는 주택의 면적에 따라 12.4~13.4%의 취득세를 부담한다. 1주택자가 최저 1.1%의 취득세를 부담하는 것과 열 배 이상의 큰 차이가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현 정부에서는 취득세 인하를 추진해왔지만 이번 총선을 계기로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이다. 취득세 인하를 부자감세로 정의한 민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고가 주택 강세/저가 주택 약세, 그리고 수도권 강세/지방 약세라는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과거 문재인 정권 때와 같은 양극화가 당장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시행령을 제정, 발의할 수 있는 권한은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법이 바뀌지 않더라도 세부 사항을 정의하는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양극화를 어느 정도 개선할 여지는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민주당이 어떤 색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이다. 문재인 정권 민주당의 연장선으로 자리매김하고, 그 당시의 부동산 정책을 그대로 승계한다면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과거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민주당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양극화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22대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새겨야 할 키워드는 ‘양극화 심화’ 딱 한가지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