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도 토큰으로? '아고라 프로젝트' 어떤 변화 가져올까[비트코인 A to Z]
지난 4일 4일 한국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5대 기축통화국(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 및 멕시코, 국제금융협회(IIF)와 함께 국가 간 지급결제 개선을 위한 ‘아고라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상업과 시민 생활의 중심지였던 고대 그리스 아고라를 모티브로 한 이 프로젝트는 토큰화된 예금과 기관용 중앙은행 화폐를 활용해 글로벌 통화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경을 넘어 원활하게 교류하고 거래할 수 있는 중앙화 플랫폼은 금융 리더와 기관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아고라로 21세기에 어울리는 금융 혁신이 될 것이다.

현재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은 나라마다 법률과 규제, 기술 준수요건, 운영 시간대 등이 다른 데다 탈세 및 테러자금, 자금세탁 방지 절차가 여러 차례 이뤄지면서 거래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아고라 프로젝트로 규제 문제를 해결하면 송금 수수료도 획기적으로 낮추고 이메일과 비슷한 속도로 거의 즉각적인 국제 송금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또한 거래의 투명성과 편의성이 크게 개선돼 참여자들이 거래 경로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자산 소유권 디지털 방식으로 만든 ‘토큰’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자산 토큰화로, 블록체인 기술로 자산의 소유권을 디지털 방식으로 만든 토큰을 생성한다. 결과적으로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의 개념과 유사하며, 안전하고 효율적인 자산 관리와 거래를 위한 중요한 제도적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은 ‘디지털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을 막기 위한 ‘실시간총액결제(RTGS)’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의 일환으로 은행권의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제공비율을 단계적으로 올려 2025년 8월에는 100%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이러한 디지털 토큰은 부동산과 같은 유형 자산부터 기업 주식과 같은 무형 자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자산을 대체할 수 있으며, 자산 분할은 물론 부분 소유까지 가능하다. 이는 투자 진입 장벽을 낮춰 더 큰 규모의 시장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자산 토큰화는 탈중앙화, 투명성, 보안 등 블록체인의 강점을 갖고 있어 거래 간소화, 거래 무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자산 토큰화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컴퓨터 네트워크에 걸쳐 거래 내역과 자산 잔액을 기록하기 때문에 위조, 변조가 불가능한 매우 안전한 원장 역할을 한다. 이러한 탈중앙화는 단일 주체가 원장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해 자산의 보안을 강화하고 사기 위험을 최소화한다.

실물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소유권 인증과 디지털 토큰이 유효한 소유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후에 적합한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디지털 토큰을 생성하고 스마트 계약을 통해 수익 분배 및 권한과 같은 소유권 조건을 자동화한다면 투자자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토큰에 투자할 수 있다.부동산 중개인 필요성 줄어든다자산 토큰화의 잠재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발현될 수 있으며 고유한 장점을 보여준다. 토큰화의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인 부동산은 상당한 선불금과 대출이 필요한 대규모 거래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을 토큰화하면 유동성이 증가하고 중개인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부동산 지분을 더 쉽게 사고팔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안전한 부동산 소액 투자를 활성화해 투자 접근성 확대와 시장 효율성과 유동성을 크게 향상한다.

예컨대 토큰화된 부동산의 경우 임대 수익 분배, DAO(탈중앙화 자율조직)와 유사한 토큰 소유자 거버넌스 결정, 부동산 유지 관리 비용 충당 등 필수 기능을 관리하기 위해 스마트 계약을 맺게 된다. 토큰이 판매되면 토큰 보유자는 물리적 유지보수, 임차인 관리, 부동산 개선 등의 역할을 맡아 부동산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여러 플랫폼을 통해 더 광범위한 구매자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어 더 빠르고 활발한 매매가 가능하므로 많은 부동산 투자자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미매각 부동산 장기화 문제를 피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채권의 토큰화는 채권 관리의 여러 측면을 자동화해 발행을 간소화하고 채권 시장을 더욱 효율적이고 접근하기 쉽게 만든다.

토큰화의 혜택을 받는 또 다른 분야인 탄소배출권은 탄소배출권 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향상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기업은 배출량 감축을 위한 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친환경 이니셔티브 참여율 증진도 노릴 수 있다. 토큰화는 지식재산, 빈티지 자동차, 고급 요트, 희귀 예술품과 같은 다양한 자산에도 적용돼 접근성을 넓히고 시장의 투명성과 유동성을 향상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아고라 프로젝트 외에도 현재 여러 자산 토큰화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다양한 유형의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는 자산 토큰화 기업인 시큐리타이즈(Securitize)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손잡고 토큰화 펀드를 조성하고 있으며, 온도파이낸스(Ondo Finance)는 블록체인에서 토큰화된 미국 국채 등 토큰화된 전통 금융 자산을 제공한다. JP모간의 오닉스(Onyx), 골드만삭스의 디지털 자산 플랫폼은 미국 국채 및 기타 증권과 같은 자산을 토큰화해 시장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향상하는 주요 금융기관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규제·보안 불확실성은 과제이런 활발한 움직임에도 자산 토큰화가 널리 채택되는 과정에는 규제 불확실성, 시장 도입 우려, 보안 위험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블록체인 전문가, 금융 업계 리더, 규제 당국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정보 격차를 경계해 자산 토큰화의 복잡성에 대해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고지하고 교육하는 일도 자산 토큰화가 널리 정착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자산 토큰화의 잠재적 이점인 향상된 접근성, 시장 효율성, 유동성, 보안 강화 등은 산적한 과제에도 이 기술의 미래를 밝히는 요인이다. 부동산, 채권, 탄소배출권까지 이미 수많은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자산의 토큰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으며 혁신의 다양성과 잠재적 영향력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는 지금, 자산 토큰화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고 보다 포용적이고 효율적이며 투명한 금융 시스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동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고라 프로젝트는 한국은행과 국제 파트너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 혁신을 향한 여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나 한국이 이 혁신의 물결에서 선두에 서서 한국 민간 기관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글로벌 금융의 새로운 표준을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자산 토큰화의 가능성을 검증할 뿐만 아니라 향후 이 분야의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내재된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금융 커뮤니티의 집단적 전문성을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위한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자산 토큰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보다는 자산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투자 기회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하고, 시장 효율성과 유동성을 높이며, 보안과 투명성을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은 투자 환경을 재편할 수 있다. 금융 산업이 이 변화의 시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자산 토큰화의 성공 여부는 과제를 해결하고 방대한 잠재력을 활용하는 능력에 달려 있으며, 디지털 자산 기술의 혜택이 가상자산을 넘어 더 넓은 범위의 전통 자산으로 확장되는 미래를 약속할 것이다.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한국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