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시총이 월마트 뛰어넘어
아마존, 공격적인 기술·물류 투자로 미국 전역서 영향력 높여
온라인 커지는 사이에 백화점, 전문점 등 연이어 파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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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미 10년 전 온라인 유통회사가 오프라인 기업을 뛰어넘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1위가 바뀐 것은 2015년 7월이다. 대형마트인 월마트에 밀려 만년 2등에 머물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순간이었다.

당시 아마존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7% 급등했고 시가총액은 2632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월마트의 시총(2327억 달러)을 추월하자 현지 언론은 “유통 시장의 세대교체”라고 평가하며 어떻게 아마존이 월마트를 제칠 수 있었는지 앞다퉈 분석했다.

abc뉴스는 “매출 측면에서는 월마트가 여전히 세계 최대 회사지만 아마존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며 “아마존은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에서 살아남은 기업에서 이제 업계 1위 기업까지 올라섰다”고 전했다.

아마존의 성공 요인은 △무료 배송 △모든 카테고리를 판매하는 ‘슈퍼스토어’ 전략 △구독형 유료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 △아마존 스튜디오 △아마존 웹서비스 등 사업 다변화가 핵심이다. 아울러 아마존이 빠르게 전개한 기술·물류 투자는 미국 전 지역 기준 1~2일 만에 도착하는 ‘빠른 배송’이 가능하게 만들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격차를 좁혔다. 아마존 이전까지 미국 내 온라인 주문 평균 배송일은 1~2주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배송 시간 단축이 업계 판도를 바꾼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내세운 ‘플라이휠’ 전략도 주효했다. ‘최저가 실현→고객 경험 향상→트래픽 증가→판매자 유입→상품 다변화→비용 절감→최저가 실현’으로 구성된 선순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를 위해 1994년 설립된 아마존은 20년 가까이 수익의 대부분을 또 다른 사업에 투자했다. 실제 2010년 중반까지만 해도 아마존의 분기 영업이익률은 1%대에 불과했다. 당시 미국 온라인매체 슬레이트는 “아마존은 자선단체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장 실적을 개선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 소비 습관을 바꾸기 위한 전략이었다.

2017년은 미국의 유통업계가 온라인으로 대전환하는 시기였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블룸버그 등은 “2017년은 미국 소매업 종말(리테일 아포칼립스)의 한 해”라며 “수천 개의 오프라인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일부 회사들은 오프라인 사업을 완전히 종료하고 100% 온라인 사업으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때 미국 패션 매장 비비(Bebe)는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170개 매장을 전부 폐쇄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이커머스는 아마존 천하가 됐다. 지난해 기준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곳은 아마존(약 40%)이 유일하다. 2위인 월마트의 점유율은 아마존과 30% 이상 차이 나는 7%대에 그친다.
미국, 10년 전 끝난 세대교체[로켓 배송 10년, 유통의 변화②]
S&P글로벌에 따르면 미국 유통 기업들의 파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했으나 2014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40개에 달하는 유통 기업이 파산했다.

이후 미국 백화점 체인 ‘시어스’, 고급 소품점 ‘검프스’ 등이 연이어 파산하고 세계 최대 완구회사 토이저러스도 미국 내 모든 매장의 폐쇄를 결정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2019년에는 트루릴리전·아메리칸어패럴 등 미국 유명 패션회사들도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회사들이 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트레이더조스 등이다. 월마트는 2010년대 중반부터 아마존에 맞서기 위해 배송 속도와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워 온라인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월마트가 내세운 슬로건은 ‘기대를 뛰어넘는 배달 품질’이었다. 예상 도착시간보다 일찍 배송될 수 있도록 하고 고객에게는 ‘상품이 예상보다 일찍 도착할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송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코스트코는 매장 전용 상품, 단독 상품, PB 상품 개선 등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코스트코 창업자인 짐 시네갈은 마진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등 품질 개선에 투자해 온라인 시대에도 생존할 수 있게 됐다. 매입 규모 확대를 통한 원가 경쟁력 강화가 어려운 중소 유통업체는 PB 품질 강화로 고객을 모았다. 트레이더조스는 온라인 사업을 하지 않는 대신 독특한 제품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고객 충성도를 높였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